소란을 만드는 마법사

십 대와의 동거

by 영웅

한바탕 소란이 끝나고 아이들이 나간 집

고요와 적막이 한순간에 내려앉는다.

소란스러웠던 집에서 고요가 되기까지

현관문이 열리고 닫히는 그 찰나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고요를 적응하기까지 잠깐의 적응과 자각이 필요하다.


먹다 남은 물이 조금씩 들어있는 여러 개의 빈컵을 싱크대에 넣고

삐뚤 하게 흐트러져 멈춰있는 소파 위의 패드를 털어가며 각을 맞춘다.

그렇게 적응 시간을 가진다.

내가 만진 빈컵이 내는 소리, 싱크대 속으로 들어가며 짤랑거리는 소리,

소파와 손이 쓸리는 소리,

그제야 자각을 한다.

그렇다. 지금 이 순간 이 집에 내가 내는 소리가 전부라는 것을

나는 지금 이 집에 혼자 있다는 것을


트로피라도 손에 쥔듯한 기쁨을 누르며

식탁 위에 올라와있는 연필하나, 샤프하나, 조각난 지우개, 냄비밭침대,

어울리지 않지만 거리를 두고 놓여 있는 그것 들을 각자의 자리에 돌려둔다.


고요함이 흘러내리는 집을 혼자 걸어 다니며

고요를 즐기는 것인지 고요와 싸우는 것인지 모를 듯이 짧게 끝나는 소리들을 내며 정리를 해댄다.


덜그렁 덜그렁 세탁물이 뒤엉키며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낸다.

이 정도로 이 고요함이 깨졌다 말할 수 없다.


아이들이 없는 집

그 어떤 소리도 고요함을 깬다 말하기에는 시시하다.


얼마나 서성이고 얼마나 그 자리를 돌아갔을까,

그래도 그 자리는 그대로이다.

정수기 옆에 새로 올라온 물컵도 없고 바닥에는 간식 부스러기도 없다.

소파패드도 쿠션도 정리된 채 그대로이다.


집이 멈춰있다.

아이들의 없는 집.

아이들이 없는 나.

나도 멈춰있다.


아이들이 없는 시간 속의 집 그리고 나.


흘러가지만 분주하지만 멈춰있다.

내 새끼들.

다 커서 독립하면 나는 늘 이렇게 멈춰있을까?

집에 있지 않는 아이를 품에 안아 머리를 쓸어본다.

천천히 자라기를.




삐삐삐빅.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나는 고요에서 소란으로 적응시간이 필요하다.

소란도 찰나에 다시 찾아온다.


오면 꼭 안아줘야지 하고 마중 나갔던 현관에서는

"엄마 누나가!!"

"아니 얘가 먼저 그랬어!!"

잔뜩 억울하고 화난 표정으로 일러주기 바쁜 아이들이 들어온다.

서로 혼자만 안기겠다고 또 싸우기 시작한다.

나는 어딘가 당겨지고 밀려지고 하며 아픈 것 같은데 어딘지 알 수도 아프다 자각할 수도 없다.


그 순간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배고프지!? 얼른 손발 씻고 와"

밖에 없다.


"집에 들어오면 뭐부터 해야 되지!?"

오늘은 안 하려고 했던 이 한마디를 몇 번째 하고 있는지


잠시 싱크대에서 손만 씻고 뒤돌아 봤을 뿐인데

책가방과 외투는 거실에 뒹굴고

양말 녀석 또한 깜빡이라는 이유로 뒹굴고

정수기 옆 빈 컵 두 개, 친구가 줬다는 과자는 꼭 흔적을 남긴다.

쿠션은 벌써 바닥에 떨어져 있고

소파 패드도 어떤 마법을 썼는지 소파에는 반만 걸쳐있다.


소란의 마법

마법사 아이들


소란이 온기가 되어 따뜻해진 우리 집.


'학원 갈 시간 안됐나?'

시계를 다시 하염없이 바라본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