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코보게 신작 소개] 카드게임 <마인크래프트 익스플로러>

by 배짱없는 베짱이

“몹이 폭주를 한다고? 와, 나 갑자기 이 게임이 좀 재미있어졌어.”

함께 보드게임을 하던 지인이 외쳤다. 동명의 PC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카드게임 <마인크래프트 익스플로러>를 해보기 위해 어렵게 섭외한 녀석이다. 그래도 원작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보드게임도 더 재미있게 하지 않을까 싶어서 불렀던 건데, 초반에 애를 좀 먹었다. 도대체 이 게임의 재미요소가 뭐냐고 자꾸만 물어봐서. 그럴 만도 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숨어있는 미지의 세계에서 진행되는 탐험과 재료의 조합이 보드게임에서는 한정된 카드 안에 갇혀버리고 마니까. 그래서 부러 더 원작 게임을 해본 사람을 불러왔던 건지도 모른다. 원작과 비교를 해보며 이 게임만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보려고.


다행히 원작 경험이 없는 나도 생각보다 재미있게 게임을 즐겼다. 앞에서 지인이 말했다시피, 폭주하는 몹(몬스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이 위험 지역을 탐험하거나 게임 속에서 밤이 찾아오면 정체를 알 수 없는 몹이 한 마리씩 등장하게 된다. 몹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진 않지만 이미 정체를 드러낸 몹과 똑같은 종류의 몹이 또다시 등장한다면 그때부터 문제가 달라진다. 동료를 만나 반갑기라도 한 건지 이놈들이 폭주해 또 다른 몹을 소환하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어차피 우리를 다치게 하지 않는데, 몹이 빠르게 많이 등장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될까? 그건 게임의 종료와 관련이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한정된 카드로 한정된 세계에서 진행되는 보드게임. 몹이 자꾸 등장할수록 게임 강제 종료 시점이 빠르게 다가오고, 우리가 앤딩조건을 채울만큼 충분한 탐험을 하기 전에 게임이 끝나버릴 수도 있다.


지인과 나는 시한폭탄이라도 품은 사람이 된 것처럼 바쁘게 이곳저곳을 탐험하며 빠르게 필요한 재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실제 컴퓨터 게임 화면을 보는 듯 도트무늬로 조밀하게 그려진 밀림, 사막, 해저, 도시 등의 지역을 탐험하면 목표가 되는 재료를 얻을 수 있다. 재료 말고도 탐험을 보다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망원경이나 곡괭이, 칼과 같은 아이템을 얻기도 한다. 게다가 이 게임은 무려 협력게임이라 서로 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일부 협력게임들처럼 자신의 정보를 상대에게 발설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없는 것도 좋다. 두 번째 판만에 손쉽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새삼 우리 이렇게 죽이 잘 맞았나? 하며 서로를 칭찬하게 된다.


서로 경쟁하며 1등을 다투는 게임도 물론 좋아하고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론 협력게임에 조금 더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플레이어가 모두 한 팀이 되어 다 같은 미션을 해결해야 하는 게임. 조금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보드게임의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협력물이 있다. 매번 같은 테이블에 머리를 맞대고 앉아 서로를 짓밟을 궁리만 하던 사람끼리 다 같은 편이 되어보는 경험은 생각보다 더 짜릿하다.

다만 협력게임이라도 함께하는 플레이어끼리 무조건 다 믿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사보타지>처럼 배신자가 숨어 있기도 하고, <네메시스>나 <데드 오브 윈터>처럼 가끔은 타인을 해쳐야 할 수도 있는 개별 미션이 주어지기도 한다. 심해 탐사를 떠나는 트릭테이킹 카드게임 <딥씨크루>의 경우 파티원 개개인의 역량이 꽤 중요한데, 누군가는 이 게임에 대해 "협력게임? 실상은 실패의 책임이 있는 자를 비난하는 게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판의 빌런이 되지 않으려면 내가 알아서 똑똑하게 굴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겠다.


직장인 사이에서 소위 '또라이 질량 보존 법칙'은 언제나 유효하다. 어느 조직에든 일정량의 진상, 무능력자, 얌체 등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혹시 조직 내에 그런 사람이 없다고? 그렇다면 본인이 바로 그 또라이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아무튼 요즘 나는 회사 안에서는 물론 회사 밖에서도 어쨌든 일이란 무엇이든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언제 어디서 출현할지 모르는 빌런을 피하려다 세상 아무 일도 못할 것만 같달까. 그렇게 결국은 모든 일이 일종의 협력게임 같달까. 가끔은 같은 팀을 원망하기도 하고 팀원 몰래 내 욕심을 채워야 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기억할 것은 우리에게 공동의 목표가 있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그 미션이 조금 벅차도 괜찮겠다. 일단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경쟁이고 견제고 할 새 없이 다 같이 집중하게 되니까. 어떤 팀웍은 그럴 때 좀 더 빛을 발하니까. 여러가지 면에서 배신자도 개인 미션도 없고 소통도 자유로운 <마인크래프트 익스플로러>는 꽤나 친절한 협력게임이다. 난이도도 높지 않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인크래프트 테마까지 가지고 있으니 아이들과 하기도 괜찮겠다. 물론, 꽤 많은 곳에서 이 게임의 베스트 인원으로 1인플을 꼽는다는 건 비밀이다. 원래 협력이 다 그런거니까 뭐.


*<마인크래프트 익스플로러> 보드게임은 코리아보드게임즈를 통해 지원받았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