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보게 신작 소개] 봄 버스터즈
*본 리뷰는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하는 글입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HFK 보드게임 클럽을 운영한 지 어느새 8시즌째다. 한 시즌이 3개월이니 무려 2년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클럽의 특성상 애초에 보드게임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들보다는 보드게임의 세계가 궁금한 초심자들, 새로운 놀거리를 찾고 싶어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연스레 그들과 함께 하는 게임도 엄청 복잡하거나 웨이트가 있는 게임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파티게임류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멤버들의 수준도 올라간다. 이제 더 이상 운이나 순발력에 기대어 진행하는 게임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멤버들의 기대를 어떻게 충족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봄 버스터즈>를 알게 되었다.
플레이어들이 '폭발물 해체 전문가'가 되어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전선을 잘라나가는 게임 <봄 버스터즈>는 추리와 심리가 곁들여진 협력 게임이다. 웨이트(난이도) 1.97, 게임을 설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남짓. 게임에는 함께 처리해야 할 66개의 미션이 밀봉되어 있는데, 각 미션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분 내외다. 보드게임에 대한 적당한 흥미가 올라왔지만, 아직 2~3시간씩 몰입하며 본격 전략 게임을 하기엔 집중력의 한계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미션을 하나씩 처리할 때마다 다음 미션은 조금씩 난이도가 높아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더 머리를 쓰며 몰입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게임 방법은 간단하다. 기폭 장치가 포함된 1~12까지의 숫자가 적힌 전선 더미를 모든 플레이어가 동일한 숫자로 나누어 받는다. 전선은 자신만 볼 수 있도록 오름차순으로 세우고, 같은 팀인 폭발물 해체 전문가들이 안전하게 내 전선을 잘라낼 수 있도록 한 군데에 힌트를 표시한 뒤 게임이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돌아가며 자신의 전선 또는 자신과 팀원의 전선을 하나씩 잘라 나간다. 전선이 하나씩 잘려나갈 때마다 전선의 숫자 정보가 공개되고, 그 공개된 숫자를 토대로 감추어진 전선의 숫자를 추론해 나간다. 마치 <다빈치코드>가 떠오르는 게임인데, 상대의 숫자를 먼저 다 알아낸다고 승리하는 것이 아닌, 모두의 전선 속에 숨어 있을 단 하나의 기폭 장치를 효과적으로 찾아내며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딥씨크루> 같기도 하다. 특히 미션을 완수할 때마다 얻어지기도 하는 새로운 스킬에, 높아진 난이도의 새로운 미션에 대한 도전 의지가 불타오르며 한번 시작을 하고 나니 멈출 수 없이 계속 '다음 판!'을 외치게 되고 마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갈수록 협력게임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끼고 있다. 특히 보드게임 클럽에서 협력게임을 많이 하려는 이유는 이 모임이 기본적으로 직장인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뭐랄까 회사에서도 (어떤 면에선) 경쟁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함께 협력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기도 하고, 특히 갈수록 '협업'이 중요해지는 세상에서 우리가 모여서 하는 게임이 어떤 힌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이번 게임 <봄 버스터즈>에서 찾아낸 '협업'의 단서라면, 판 전체를 보는 능력의 중요성, 그리고 한정된 자원을 누가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었다. 모든 협력 게임이 그렇지만 <봄 버스터즈>에서는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판을 꼼꼼히 보지 않으면 판 속에 숨어 있는 추론의 정보를 찾아내기 어렵다. 게임도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모두 잘려나간 숫자에 따로 표시하는 마커라든가)를 두어서 조금 더 효과적으로 판을 읽을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특정 전선을 자르고 나면 활성화되는 장비가 생기는데, 한 장비의 사용 기회는 미션을 통틀어 단 한 번. 단순히 장비를 활성화시킨 멤버가 아닌,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고민하여 그에게 사용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협력의 묘미가 커지곤 하다.
알고 보니 <봄 버스터즈>는 2024년 출시 당시부터 높은 인기를 얻었던 게임. 한글화 작업 이전부터 해외 직구로 구매해서 미션을 해석해 가며 플레이를 해나간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현재는 2025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 후보에 올라와 있다고. 조금씩 난이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게임에 대한 적응력을 쉽게 만든 방식도, 알찬 구성물도 좋지만, 이 게임 또한 일러스트가 참 귀엽고 아기자기하다는 게 또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언젠가도 이야기했지만, 역시 보드게임 영업할 때 귀여움을 이기는 게 없어서 ㅎㅎㅎ
오랜만에 멤버들과 모여 단숨에 튜토리얼을 해치우고 첫 번째 빌런을 상대하는 중이다. 참고로 빌런은 모두 5인. 66개의 미션을 하나씩 해치워 나가면서 순차적으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이번 시즌에 마지막 미션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우리 클럽의 협업력을 확인해 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