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보게 신작 소개] 텔레스트레이션 파티팩
KBS 예능 중 <가족오락관>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다. 연예인들이 나와서 팀을 나눠 퀴즈를 푸는 대결을 하는 퀴즈쇼인데, 그중 '방과 방 사이'라는 게임이 가장 인기였다. 팀원들이 모두 나와 한 줄로 늘어선 작은 방 안에 한 명씩 들어가면,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이 혼자 정답을 확인한다. 그리고 나면 그 앞사람과 두 번째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방문이 열린다. 앞사람은 몸동작 만으로 정답 단어를 설명해야 하고, 두 번째 사람은 그 동작을 보고 정답 단어를 유추해 낸다. 그리고 두 번째 사람은 세 번째 사람에게, 세 번째 사람은 또 다음 사람에게 자기가 생각하는 정답을 계속해서 몸으로 설명하는 퀴즈였다. 마지막 주자의 순서가 올 때까지 정답을 소개하는 동작들은 대체로 변질되어서 엉뚱한 대답이 많이 나오곤 했다. 몸동작으로 하는 설명도 웃기지만 전달 과정을 통해 행동이 와전되어 나오는 완전히 엉뚱한 정답도 늘 웃음의 포인트 곤 했다.
아마도 방과 방 사이는 몸동작에서 나오게 되는 슬랩스틱과 비언어적 소통이 빚어내는 오해를 겨냥한 게임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람들은 출연자들의 어설픈 행동을 보며 박장대소를 하기도 하지만, 정답을 표현할 포인트를 못 찾은 듯한 출연자들을 보며 '그걸 그렇게 설명하면 안 되지!'라고 훈수를 두고 싶은 적도 많았을 거다. 그러다 그 과정에서 완벽한 표현과 소통으로 정답을 찾아내는 팀워크를 볼 때는 함께 도파민을 터트렸겠지.
보드게임에도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 있다. 이름은 <텔레스트레이션>. 부제는 '그리면서 즐기는 텔레파시 게임'. 몸짓이 아닌, 그림으로 이어가는 정답 찾기 게임이다.
<텔레스트레이션>은 구성품도 단출하다. 그렸다 지웠다 할 수 있는 작은 스케치북과 펜 그리고 미션지. 더 단출한 건 게임의 방법이다. 스케치북을 하나씩 나눠 받고 자기가 그려야 하는 단어를 확인한다. 책상 위에 모래시계가 다 떨어질 동안 사람들은 스케치북에 해당 단어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옆 사람에게 넘겨주면 옆 사람은 그 그림이 의미하는 단어를 추측하여 다음 장에 글자로 적는다. 그러면 또 다음 사람이 다음 장에 그 단어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이렇게 모두가 다시 자기 스케치북을 받을 때까지 그리기-단어 추측-그리기-단어 추측을 반복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기 스케치북의 정답을 확인한다.
물론 가끔씩 그림을 못 그린다며 손사래 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역시나 이 게임에 핵심은 그림실력보다는 단어의 포인트를 잡아내는 능력이다. 서로 간의 센스와 순발력, 표현력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게임이 회사의 워크숍이나 팀전으로 잘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운영 중인 보드게임 클럽에서 플레이해 볼 기회를 노려왔는데 늘 10명이 넘는 멤버들이 한 번에 즐길 수 없는 사이즈 때문에 도전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이 <텔레스트레이션>을 최대 12명까지 즐길 수 있다는 파티팩이 출시되었다. 인원이 많아진 만큼 한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오답을 확인하는 재미는 덜 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내 그림이 와전되며 엉뚱하게 번져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는 더 커질 것 같다. 게다가 우리처럼 10명이 넘는 인원이 있는 모임에 너무 반가운 소식이다. 어떤 경쟁 게임에 돌입하더라도 치열하게 다투기보다 순간의 몰입과 재미에 빠져드는 우리 모임과 같은 사람들에게 딱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아 참고로 나는 그림을 꽤 그리는 편인데, 실은 그래서 이 게임을 더 좋아하는 건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5월 모임이 기다려 진다.
*<텔레스트레이션 파티백> 보드게임은 코리아보드게임즈를 통해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