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과 전략과 모략의 사이에서 멘털지키기

[코보게 신작 소개] 요트다이스 미키마우스

by 배짱없는 베짱이

*본 리뷰는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하는 글입니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 글쓰기 버튼을 누른다. 뭐가 이리도 정신없고 바빴을까. 일이 많다기보다 마음이 무거운 나날의 연속이다. 새로 시작한 일에 적응하는 일이 여전히 쉽지 않다. 자꾸만 일을 헤매고 있다는 기분. 스스로가 자꾸 작아진다. 퇴사를 할 때 호기로웠던 마음, 재취업에 성공했을 때 들떠 있던 마음은 어디로 다 사라지고 몇날며칠을 쭉정이 같은 상태로 보내고 있다.


이렇게 마음이 가라앉을 때 그 늪에 계속해서 빠져들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나의 일상을 지켜나가고자 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루틴이다. 비록 한동안 아침에 일어나 요가도 못하고, 브런치에 들어와 글도 못 쓰고,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 보드게임하는 일상도 잘 해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기어코 브런치에 들어와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주어진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사소하더라도 어떤 강제성을 띄고, 해야만 하는 일을 만들어 놓는 것이 가끔은 나의 일상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11월에도 어김없이 보드게임 협찬 메일이 왔다. 사실 이번 달은 건너뛰고 싶었다. 시간적 문제라기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최근 몇 주간 쓴 글이라곤 지치고 힘든 요즘 나에 대한 대한 푸념을 늘어놓은 글뿐이었으니. 그러다 게임 목록을 보고 마음이 동하고 말았다. <요트다이스 미키마우스> 때문이다.


<요트다이스>는 나에게 조금은 특별한 게임이다. 벌써 2년 전이던가, 보드게임을 다시 하고 싶다며 혼자서 무작정 찾아갔던 동네 보드게임카페에서 처음으로 한 게임이 <요트다이스>였다. 카페 입구에 어색하게 서서 같이 보드게임을 하고 싶어서 왔다고 버벅거렸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게임이라니, 이전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괜히 왔나, 끝까지 어색하면 어떡하지, 재미는 있을까, 머릿속을 맴도는 수많은 우려는 주사위를 던지는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1이나 6만 나오면 바로 라지 스트레이트가 되는데, 포기하시려고요?", "아, 지금은 요트 노려볼 기회 아닌가요?", "저라면 다시 도전합니다!" <요트다이스>는 주사위를 굴려 조합을 만들어내는 확률 게임. 어떤 조합에 먼저 힘을 실어 점수를 확보해 낼까 하는 전략적 요소도 있고, 상대의 전략이나 확률을 훼방 놓기 위한 협잡의 요소 또한 꽤 강하다. 마침 게임을 소개해 준 호스트가 이런 식의, 소위 모략에 강했고 나를 포함 그날 처음 온 친구들 모두 그의 계략에 넘어가 어이없는 도박을 벌여대기 시작했다. 뭐 덕분에 오랜만에 분출하는 도파민을 맛보고 그 보드게임카페에 계속 나가는 계기가 되었지만.


나와 <요트다이스>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언젠가 브런치에서도 소개했는데, 작년에는 <요트다이스>로 보드게임 운동회도 열었다. 활동하는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소속 멤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보드게임 운동회를 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요트다이스>를 최종 종목으로 선정했다. 복잡하지 않은 룰과 짧은 플레이시간, 적절한 운빨과 전략요소가 직장인들의 흥미를 끌어내기에 최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 속에서 운동회는 마무리되었고 접전 끝에 우승한 팀에게는 와인이 상품으로 제공되었다.


새로 받은 <요트다이스 미키마우스>는 아직 플레이도 하지 못했다. 그럴 정신도 기분도 아니었다. 그냥 주사위를 꺼내어 미키마우스로 그려진 주사위 눈을 만지작 거리다 다시 넣어놨다. 사실 이 게임을 받는 순간 쓰고 싶던 글의 주제는 따로 있었다. 보드게임과 캐릭터의 콜라보. <요트다이스>는 이번에 나온 미키마우스 말고도 포켓몬(잠만보) 버전이 있다. <요트다이스>만 그런 게 아니다. <스플렌더>가 그랬고 <99>나 <도블>도 그렇고 생각보다 꽤 많은 보드게임들이 대중적인 캐릭터와 콜라보 버전으로 등장하곤 한다. 나도 개중엔 게임도 좋지만 그보단 캐릭터가 갖고 싶어서 산 보드게임들이 있다. 아무튼 그럼에도 나는 그 주제로 글쓰기를 포기했고, 그냥 <요트다이스>와 나와의 인연만을 돌아봤다.


적고 보니 이것도 꼭 <요트다이스> 같다. 5 눈이 3개 나온 주사위를 보며, 한 번 더 굴려 풀하우스나 요트를 노릴지, 이대로 안정적으로 펜타로 갈지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요즘에 일이 힘든 이유도 그런것 같다. 나는 아직 이 게임이 낯설고 룰이 익숙지 않아 미래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같은 눈이 2개 또는 3개 나온 주사위 보며 어느 위치에 두어야 더 점수가 잘 나올지 감히 예측을 못하겠다. 한번 더 굴려본다면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까? 여기 이 칸보다는 저 칸에 점수를 쓰는 게 앞으로를 생각할 때 더 좋지 않을까? 가끔은 인생이 그저 확률 게임으로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전략이 더해지는 순간 또 자꾸만 나를 탓하게 되니까. 앞에 왜 그런 수를 뒀지, 자꾸 후회하게 되니까. 이런, 이렇게 우울하게 마무리할 글이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판에 주사위 놓기는 망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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