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보게 신작 소개] I AM 카드게임
*본 리뷰는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하는 글입니다.
“올해 받았던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선물? 내가 선물을 언제 받았더라, 그리고 어떤 것들을 받았었더라. 평소에 좀처럼 생각해 볼 일도, 들어봤을 일도 없을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하나씩 올해 주변 사람들과 주고받았던 선물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연말에 문득 이런 기억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꽤 따땃해진다.
내 답변 이후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지고, 또 다른 사람들의 답변이 이어진다. “올해 가장 자랑스러웠던 일을 하나만 얘기해 주세요.”, “솔직하게, 여기서 당신의 외모 순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 올해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또 짓궂게 놀리기도 하는 여러 가지 질문들이 우리 사이를 오간다.
오랜만에 보드게임클럽 멤버들과 비공식 번개 모임을 했다. 그것도 우리 중 가장 수다를 좋아하는(?) 환의 새 사무실에서 말이다.
여름 엠티 이후, 우리는 적어도 계절별로 만나서 꼭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름엔 엠티를 떠나 바비큐를 먹고, 게임도 열심히 했고, 가을엔 부암동에서 만나 성곽길을 산책하고 맛있는 걸 먹었다. 그리고 겨울, 이번엔 새로 오픈한 환의 사무실에 모여, 게임을 하자는 핑계로 이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침 겨울 정모날이 오기 전, 코리아보드게임즈의 새 게임 <I AM 카드게임>을 전달받았다. 마치 <우노>를 연상시키는 평범한 모양의 카드 게임. 그러나 그 안에 예측 못할 대화의 실마리들이 숨어 있는.
종종 사람들끼리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화 카드를 봤었는데, 대부분은 대화 주제나 질문이 적혀있는 형식이 전부였다. 돌아가며 카드를 뽑고, 한 명을 지목해 적혀 있는 질문을 하고. 예전에 어떤 경로로 해봤던 기억이 나는데 썩 흥미로운 경험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다 큰 어른들이 모여서 하기에 살짝 오글거렸달까 ㅎ 어색하달까 ㅎ
비슷한 분위기임을 알면서도 굳이 <I AM>을 해봐야지 싶었던 건 그래도 이 오글거림과 어색함이 덜 할 것 같은 게임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게임엔 분명한 승자가 존재한다. 규칙도 존재한다. 게다가 던질 수 있는 질문에 대한 확장성이 살아 있다. 카드에는 숫자와 함께 ‘음식‘, ’종교‘, ’외로움‘, ’자랑‘과 같은 키워드들이 적혀 있다. 키워드만 가지고 간다면, 질문은 질문하는 사람의 자유다. 이야기를 한없이 진지하게 끌고 나갈 수도, 한없이 가볍게 풀어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서로 그간의 안부를 묻고, 수다를 떨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모인 지 3시간 여만에 게임을 시작한 수다쟁이 모임답게,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입이 삐쭉삐쭉 거리는 멤버들이 보인다. 다른 멤버를 향해 던져진 질문에 자기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거다. 이어서 꺼내고 싶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자꾸만 생각나는 거다.
꼭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만은 아니겠지만, 룰북엔 이런 추가 룰까지 적혀 있었다. ‘말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경우 게임의 진행이 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1인당 대답 제한 시간을 3분으로 둘 수 있습니다.‘ 해당 대목을 읽어주자 모두가 빵 터진다. 다음부터는 모래시계를 놓고 게임을 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생각해 보면 함께 보드게임을 하는 사람들끼리는 오히려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잘 모르는 경우가 생긴다. 만나면 게임 얘기만 하니까. 규칙이나 승리에만 집중하니까. 어느새 우리도 그러고 있었나 보다. 이 게임을 통해 생각지 못한 질문을 서로 주고받으며, 몰랐던 한 멤버의 벌써 2-3달 지나버린 여행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또 다른 멤버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기도 했다.
이 게임은 누군가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모두 내려놓는 순간 그의 승리로 끝난다. 카드를 많이 내려놓았다는 건 그만큼 질문을 많이 받고 또 많이 했다는 말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쉽게 승리해 게임이 빨리 끝나버리지 않으려면 다 같이 머리를 굴려 적절하게 질문의 기회를 배분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생각보다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우리 멤버들이, 승리보다는 공평한 이야기 분배를 위해,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다정한 플레이를 이어가 주었기 때문이다.
곧 겨울시즌 보드게임클럽이 새로 시작된다. 지금까지는 보통 <아발론>이나 <사보타지> 같은 마피아 게임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번엔 방향을 바꿔 <I AM>을 꺼내보려고 한다. 적절한 질문을 만들고 답변을 들어보는 것, 어쩌면 이 겨울에 조금 더 따뜻한 게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