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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또 Mar 29. 2023

휴일의 변화

주말 활용법

아이를 낳기 전, 신혼일 때 썼던 글 꺼내보기

(지금은 매우 다른 휴일의 변화....)



내 휴일은 계속 변화해 왔다. 어린 시절엔 가족과 함께였고, 성인이 된 후엔 온전히 내가 만들어가는 날이었다. 그런 휴일은 언제나 변화했다. 가족들과 함께일 때, 성인이 된 후 혼자일 때, 연인을 만나 연애를 할 때, 결혼한 후 남편과 함께일 때. 휴일은 계속 변화해 왔고, 그 때마다 내가 주말을 활용하는 방법 또한 변화했다.


생각해 보면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점점 어려워진 것 같다. 변화하는 과정에 놓인 내 상황은 점점 달라졌고, 그로 인해 달라지는 휴일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그저 단순한 휴일이라 할 수 있지만 -주말 활용법-이라는 소제목이 붙었을 때, 내 휴일은 점점 변화했고 그 과정이 결코 단순하진 않았던 것 같다.


어린 시절 휴일은 온전히 부모님 계획에 따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푹 쉴 때도 있었고, 부모님을 따라 어딘가로 향하기도 했다. 내 뜻에 따라 휴일을 보낸다기보다 부모님에게 내 휴일을 맡겼다. 굳이 내 계획이 필요하지 않았고, 굳이 세워야 할 계획도 없었다. 학교, 집이 내 생활의 전부였기 때문에 내 일상의 변주는 대부분 부모님이 만들어주셨다.


그런 내가 자라고, 조금은 머리가 컸을 때 휴일은 조금씩내 생각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이 만드는 변주에 꼭 속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됐다. 그래도 큰 변화는 없었다. 학교, 집이 생활의 전부였던 것은 변함이 없었기에 일상의 변주 역시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과의 시간이 더 많아지고, 친구들의 영향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 변주였다면 변주였다. 어느 정도 내 의지가 담겨 있었다는 것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것이었을 뿐 큰 변화를 주진 않았다.


성인이 된 후, 온전히 내가 만들어가는 휴일이 주어졌다. 큰 변주가 생겼다. 대학교에 다니긴 했지만 온전히 내 계획으로 돌아가는 하루를 보냈다.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학창시절과는 다른 상황에서 나름대로 나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도전해보고 활동했다. 거의 휴일이 없었다. 하지만 내 의지로 펼쳐가고, 큰 부담 없는 나이였기 때문일까. 딱히 휴일이 없어도, 늘 활기찼다. 휴일이 생길 때도 놀기 바빴고, 집에만 있을 때도 영화를 연달아 세 편 보고, 밀렸던 드라마와 예능을 몰아봤다. 이게 휴식이었고, 휴일을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됐을 때, 완전히 다른 휴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대학 때보다 더 큰 변주, 직장이라는 변주가 생겼다. 첫 직장은 업무 강도가 센 곳이었고, 배워야 하는 것도 많았다. 일도 많았기 때문에 휴일은 지친 내게 휴식을 주는 진정한 휴일이 됐다. 쉴 휴(休). 오로지 쉬는데 집중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쉬었다. 가만히 누워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쉬었다. 업무 강도에 지쳐 변해가는 내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직 후 또 다른 휴일을 보내게 됐다. 첫 직장에 비해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 진짜 나만의 휴일을 만들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오로지 쉬는데 집중했던 나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이전에 비해 쌓인 피로가 없어도 오로지 쉬는데 집중했다. 대학생 때처럼 밀렸던 드라마와 예능을 몰아보는 것이 유일한 변주라면 변주였다.


그러다 진정한 연애를 하기 시작했다. 휴일은 연인과의 시간을 보내는 날이 됐다. 아무 계획이 없어도, 기다려지는 날이 됐다. 연인과의 마음이 깊어지고, 결혼을 결심하면서 휴일은 바빠졌다. 결혼 준비로 정신없는 휴일을 보냈다. 결혼이라는 변수가 휴일을 더 정신없이 만들었다.


결혼 후, 완전한 변수가 생겼다. 이젠 연인이 아닌 배우자의 휴일과 내 휴일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결혼하고나니 그와 나의 휴일은 완전히 달랐다. 온전히 쉬는 것이 전부였던 나의 마지막 휴일 변주와 달리 그의 휴일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됐고, 다양한 변주가 존재했다.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했고, 두 사람 모두 변화해 갔다. 서서히 균형을 맞춰 가고 있다.


늘어지게 자는 잠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조율됐다. 늘어지게 늦잠자고 일어나는 시간의 기준이 달랐던 두 사람은 중간 그 어디쯤으로 시간을 조율했다. 무조건 지킨다기보다 서서히 변화했고, 변주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휴일은 또 달라졌고, 주말 활용법 역시 서로 조율해가며 변화했다.


그렇게 나의 휴일은 변화해 가고 있다. 이전과 닮은듯 다른 휴일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수없이 반복된 휴일 속에서 나 역시 변화했음이 분명하다. 계속 변화하는 주말 활용법이 나를 점점 변화시켰으리라. 그 변화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또 어떤 사람이 되어갈까. 휴일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만으로도 나에 대해 이토록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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