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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또 Jun 14. 2023

위조의 달인,
하지만 그가 위조할 수 없는 것

영화 '카운터페이터 (Die Falscher, 2007)'

위조의 달인, 하지만 그가 위조할 수 없는 것, 영화 '카운터페이터 (Die Falscher, 2007)' 


감독 : 슈테판 루조비츠키

출연 : 카알 마르코빅스, 오거스트 디엘, 데비드 스트리에소브

제작 : 2007 오스트리아, 독일, 98분



돈을 위조하는 것처럼 상황에 맞게 자신을 위조하는 위조에 익숙한 사람, 솔리 소로비치. 솔로몬을 줄인 솔리라는 이름에서도 유태인임이 드러나는 인물이지만 그는 인생관과 행동에 있어 절대적으로 기회주의자이다. 이는 화가가 되기보단 그 재주를 위조지폐를 찍어내는데 활용하고, 자신들의 민족과 나랏일에 대해서는 절대 관심을 두지 않는 그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그의 이기심과 기회주의자적인 인생관은 수용소에 가서도 변하지 않는다. 그의 민족을 무시하고 그를 무시하고 그의 동료들을 학대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는 말 그대로 자신을 위조한 채 살아간다. 돈벌이가 안 되는 화가의 꿈은 꾸지도 않았지만 수용소에서는 조금이라도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마치 화가가 된 것처럼 나치 친위대 간부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것이 그다.



그러던 그가 독일의 역사상 최대의 위조지폐 작전에 투입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치적으로 암울한 시대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 기회주의자들이고, 생겨나는 것이 이기심이지만 그는 자신의 권리와 영혼조차 잊은 채 주어진 운명을 너무나도 쉽게 받아들인다. 그렇게 사는 것이 따스한 햇빛 아래 사는 것이라 믿으며 말이다.


반동을 꿈꾸는 동료에게 햇빛을 가리지 말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진실 된 영혼과 자존심은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의 위조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것일까? 다른 수용소의 수감자들보다 더 편안한 침대에서 자기 위한 것일까? 그는 그렇게 주어진 상황에 맞춰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것처럼 그도 자신과 자신의 동료가 느끼는 수치심 앞에선 양심을 버릴 수 없었다. 위조에 익숙하고 기회주의자적인 인생관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던 그도 자신의 진실 된 영혼을 속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평생을 기회에 맞춰 살아온 그가 반동을 말했던 동료보다도 먼저 반동에 나서게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의 반동과 함께 전쟁도 끝나 그가 보호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동물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았던 옆 수용소의 수감자들과의 벽이 허물어지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감동에 젖은 그들을 바라보는 보는 그.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 했지만 끝내 죽음의 길을 택한 동료를 챙기는 그에게서 그때서야 위조되지 않은 진실 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물질적인 것은 위조할 수 있지만 자신의 영혼조차 위조할 수는 없는 것이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조된 세상에서 자신을 위조하며 살아가고, 그것이 햇빛이라 믿은 채 양심을 저버리지만 그들을 미워할 수만은 없다. 그들을 위조되게 만든 위조된 세상을 욕할 수만도 없다. 그저 위조되지 않은 진실 됨을 가지고만 있다면 언젠가 그것은 드러날 것이고 그들 아니 우리의 진실 된 영혼과 양심은 나타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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