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빵또 Aug 25. 2023

우린 모두 마스크를 쓰고 살아간다, <마스크걸>

2023년 8월 18일, 넷플릭스 ‘마스크걸’이 공개됐다. 고현정, 나나, 이한별 3인 1역에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다수의 캐릭터들까지. 웹툰 ‘마스크걸’을 끝까지 봤기 때문에 드라마 제작 소식이 너무 반가웠고, 드라마화되면서 재탄생될 내용과 배우들이 보여줄 싱크로율 높은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웹툰만큼이나 만족스럽다. 우선 깜짝 놀랄 만큼 높은 싱크로율과 적당한 각색을 거쳐 긴 분량의 웹툰 ‘마스크걸’을 에피소드 7개로 압축시킨 것이 놀랍다. 특히 에피소드 7개만으로 ‘마스크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전해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 


이와 함께 독보적인 캐릭터들이 매 회 에피소드 제목으로 등장하고,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이 너무 좋았다. 이한별, 나나, 고현정으로 이어지는 김모미 역은 물론이고, 주오남 역 안재홍, 김경자 역 김혜란을 비롯 주조연 모두가 존재감이 뚜렷해 보는 재미가 더해졌다.


다만 웹툰 ‘마스크걸’처럼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지 않는 부분은 살짝 아쉽다. 웹툰은 초반 가벼운 흐름에 모미의 성격이 조금 더 황당한 면이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가 급 반전 되고, 모미가 수렁 속으로 빠지는 과정이 더욱 극대화되어 다가왔는데 드라마 ‘마스크걸’에서는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라 초반부터 작품이 무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기존의 웹툰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훼손되지 않았고, 배우들의 완벽한 싱크로율과 소름 돋는 연기가 아쉬움을 없앴다. 또 긴 호흡의 웹툰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임팩트 있는 흐름이 필요한 드라마에서 이 같은 압축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웹툰과 결을 함께 하면서도 또 다른 장르로 재탄생된 느낌이 강하다.


넷플릭스 '마스크걸'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웹툰을 볼 때도 참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모미가 인생의 급반전을 맞이하게 될 만큼 평생 그녀를 따라다닌 외모에 대한 이야기들. 비단 모미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 특히 우리나라는 일명 ‘얼평’을 많이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점은 더욱 도드라지는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나하는 인사도, 칭찬도, 걱정도, 견제도 모두 외면에서부터 시작되는 풍토가 다분하니까.


그래서 모미는 마스크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싶었을 거다. 얼굴뿐이랴, 나를 평가하는 모든 것을 감추고 싶었을 거다. 그래서 마스크를 썼고, 마스크를 썼을 때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몸매 역시 그렇다. 평소에는 칙칙한 오피스룩으로 가리고 다녔던 자신의 몸매를 마스크를 쓰고서야 비로소 더 화려하게 노출해 부각한다. 얼마나 자신을 숨기고 사는지 알 수 있다.


주위 평가에 상처받은 외면 안에 자신의 내면을 숨기고, 그 내면을 표출할 수 없게 만드는 외모를 혐오하고. 모미는 그간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살아왔을까. 상처를 받을 때마다 하나씩 마스크를 늘려 갔겠지. 


모미는 마스크를 벗고 나서도 또 다른 자신만의 마스크로 자신의 진짜 얼굴을 지워버린다. 외모지상주의로 시작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버리는 모미. 그 기구한 삶 속에서 외모지상주의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지는 상처 자체가 보였다.


모미뿐만이 아니다. 외모지상주의를 넘어 우리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 것 같다. 주위 시선이 신경 쓰이는 나의 모습은 철저히 마스크로 가린다. 내 본연의 모습을 모두 보여 주기란 쉽지 않다. 상대가 나의 모든 것을 모르고 행동하 듯 나도 상대에게 모든 것을 알게 하고 싶진 않아 적재적소에 걸맞은 마스크를 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가볍든 무겁든 어느 정도의 마스크는 지니고 살아간다. 진짜 내가 되어갈수록 오히려 마스크는 더욱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민낯으로 세상을 마주하다가도 금세 마스크를 쓰고, 또 벗기도 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나를 찾기도, 나를 잃어버리기도 하는 것 같다.


극 중 마스크걸은 살인 사건에 휘말리며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잃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자신의 도리를 다하고, 이를 위해 매섭게 달리는 과정에서 다시 자신을 찾았다. 마지막 순간이나마 모미는 자신을 사랑하게 됐을까? 마스크를 써도, 마스크를 벗어도 결국 모미는 모미라는 것을 알았을까? 세상이 준 상처를 조금은 외면하고 온전히 모미 그 자체가 되었을까?


마스크를 써도, 마스크를 벗어도 결국 나는 나다. 마스크 안에 가려져 나를 가리고 잃고 싶진 않다. 세상이 주는 상처를 어느 정도 외면하고 온전히 나 자체가 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위조의 달인, 하지만 그가 위조할 수 없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