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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Nov 22. 2022

미니멀리스트의 책육아법

두 번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해서 좋은 점은 쌓아둔 물건을 정리할 수 있다는 거다.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이삿짐을 싸다 보면 참 많은 물건을 짊어지고 살았다는 걸 깨닫는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거나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물건도 '혹시 모르니까......' 하는 마음으로 모두 안고 산다. 짐을 정리하다 보면 같은 물건이 여러 개 나오기도 한다. 정작 어떤 물건이 필요할 때 어디 있는지 못 찾아서 새로 산 것들이다. 


이삿짐을 싸다보면 의외로 골칫거리인 물건들이 나오는데 그 중 하나가 책이다. 특히 아이가 읽는 전집류는 한 질만 해도 30~40권은 기본이다 보니 부피도 크고, 무겁기까지 하다. 대부분 이사하기 전에 중고 거래로 처분하거나 몇 주에 거쳐 재활용 쓰레기로 내놓느라 가장 고생을 많이 하는 품목 중 한다. 재밌는 건 책장에 꽂혀 있을 때는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리를 하다 보면 더 이상 읽지 않는 책, 아이 연령에 맞지 않는 책 등이 대부분이다. 꼭 필요한 책만 남기다보면 책장 두 칸 정도로도 충분하다. 이렇게나 비우고 정리할 수 있는 책을 오랫동안 짊어지고 산 이유는 책장에 꽂혀있는 것만으로 정리되어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책장에 꽂힌 책은 어쩌면 방치되고 있을 뿐 정리되어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SNS를 보면 책육아를 한다는 집에는 책장이 한가득이다. 거실은 기본이고 아이 발길이 닿는 모든 곳에 책이 꽂혀있다. 책육아를 소개하는 책들에서는 그렇게 해야 아이가 책과 친해진다고 주장하며 온 집 안 구석구석에 책을 비치해두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미니멀리스트에게 그것은 영 거슬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원칙을 세우고 나만의 미니멀 책육아를 하고 있다. 최소한의 책만으로도 책육아 할 수 있다. 




<미니멀리스트의 책육아법 세가지>


첫째, 책장을 늘리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책을 둘 공간이 없어지면 우리는 책을 처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새로운 책장을 사려고 한다. 그렇게 새 책장에 책을 가득 채우는 것이 반복되면 결국 책장에 꽂혀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다고 착각하는 지점에 이른다. 책장을 늘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더 이상 읽지 않는 책은 중고시장에 즉시 처분할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해서 책값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쪽이 이득이다. 우리집에는 방출용 책바구니가 있다. 여기에는 어른 책, 아이 책 할 것 없이 다 읽고 난 책을 소장할지 처분할지를 결정하여 바구니에 담는다. 한 달에 한 번은 중고서점에 방문해 이 책들을 모두 판매하고 판매수익금은 현금 대신 적립금으로만 받아 또 다른 책을 사는데 사용한다.  


둘째, 유료 대여 사이트를 적극 활용한다. 

부피가 큰 전집을 읽히고 싶을 때는 구매하는 대신 유료 대여 사이트를 이용한다. 아무리 인기 많은 전집이라도 아이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한 달 정도 대여해서 충분히 노출해본다. 아이 반응이 좋으면 대여기간을 연장해 반복 독서를 시킨다. 혹시 아이 반응이 좋지 않아도 기한 내에 돌려보내면 그만이기 때문에 뒤처리의 번거로움이 없다. 만약 고가의 전집을 구매한거라면 아이가 읽기 싫다고해도 본전 생각에 억지로 읽혔을 테지만 대여는 구매에 비해 고가는 아니므로 반드시 읽혀야 한다는 부담이 적어진다.  


셋째, 나만의 좋은 책 목록을 소장하여 도서관을 이용한다. 

오래 두고 읽을 책이 아니라면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는다. 막상 읽어보니 소장하고 싶어졌다면 그 때 구입해도 늦지 않는다. 도서관을 영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평소 나만의 좋은 책 목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그럼 방대한 책들 중에서 읽고 싶은 책을 찾기 쉽고, 내가 대여하고자 하는 책이 없더라도 다른 책을 대여하거나 상호대차, 구입신청 등을 통해 대여하여 읽을 수 있다. 나만의 목록을 관리하는 방법은 간편한 것이 좋다. 읽고 싶은 책을 휴대폰 사진으로 찍어 별도의 폴더에 저장하거나 나와의 채팅창에 메모해두거나 링크를 걸어두면 편리하게 언제 어디에서나 좋은 책을 찾을 수 있다.  




미니멀 책육아를 하면서 느낀점이 있다.  


세상에 좋은 책은 너무 많지만 지금 당장 사지 않으면 안 되는 책은 한 권도 없다


당장은 영업사원의 설득, 인터넷 공구에 저렴하게 올라오는 책들의 유혹에 흔들리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면 그 책이 아니었어도 괜찮다. 좋은 책은 너무나도 많으니까. 오히려 책육아를 오래 하려면 엄마는 힘을 빼고 구경꾼이 되어야 한다. 주입하는 방식이 아닌 서서히 스며들도록 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아이가 재밌고 흥미 있어할 만한 책은 수시로 공급해주지만 그것 이상으로 이 책, 저 책 읽으라고 강요하거나 세상의 모든 책을 사주겠다는 일념으로 너무 많은 책을 들이미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즉, 책을 저렴하게 '소장'하는 것에 목표를 두지 말고 좋은 책을 '선택'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독서가 중요한 건 두 말할 것도 없고, 문해력도 공부의 핵심이라지만 그것을 이루는데 꼭 많은 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아이의 가슴을 울리는 경험이 있다면 아이는 언제든 다시 책을 집어 들게 될 것이다. 

@ 우리집 방출용 책바구니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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