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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Mar 17. 2023

마흔에 다시 겪는 사춘기

 지금 84년생들은 매우 예민하다. 왜냐? 올해 마흔으로 앞자리가 바뀌는 해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라지만 유독 이들이 예민한 이유는 오는 6월부터 시행예정인 '만 나이 통일법' 때문이다. 우리나라 나이 계산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이 법은 오는 6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이를 근거로 84년생들은 6월이 되면 어차피 다시 삼십 대가 될 거 그냥 지금부터 만 나이로 계산하면 안 되겠느냐며 미리부터 본인의 나이를 2살씩 어리게 말하고 다닌다고 한다. 아무리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해도 마흔이란 나이는 확실히 다가오는 느낌이 조금 다른 긴 다른가보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서른이 된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울리던 1994년까지만 해도 마흔 보다는 서른에 주목했다. 이는 통계로 나와있는 중위연령과도 연관이 있다. 중위연령이란 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하여 정중앙에 있는 연령을 계산한 것으로 1994년 중위연령은 약 29세였던 것에 비해 30년이 지난 2023년 대한민국의 중위연령은 45.6세가 되었다. 서른 보다는 마흔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보게 된 것도 중위연령과 연관이 깊지 싶다.  


 스물에는 대입이 있었고, 서른 즈음에는 취업이라는 인생의 큰 전환점이 있었다면 마흔이란 나이는 그때에 비하면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 어느 때보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가슴앓이가 시작되는건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마흔이 되면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 진정한 당신이 되라는 내면의 신호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생각해 보면 작년부터 알 수 없는 우울감 내지는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늘 반복되는 안정된 생활에 감사하면서도 설거지를 하고, 저녁식사를 차리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나를 찾고 싶어.'라는 생각이 자꾸 고개를 들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는 다르게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 무엇인지는 뚜렷하게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내 결정이 나의 노년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막연한 확신도 있었다. 전업주부로 10년 가까이 살아오며 나 자신 보다 가족을 위해 희생해 온 지난 시간들 때문이라고만 여겼는데 어쩌면 그건 마흔에 겪는 자연스러운 사춘기였는지도 모르겠다. 


 마흔의 사춘기는 청춘에 겪던 그것과 같을 수는 없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사춘기는 신체의 변화로 시작되는데 십 대의 사춘기가 나의 몸을 한껏 성숙하게 성장시켰다면 마흔의 사춘기는 본격적인 노화를 알리며 시작된다. 얼굴의 생기가 사라지고, 늘 피로에 시달리고, 쉽게 지치고 힘이 든다. 십 대의 사춘기는 잃을 것이 없어 무모하게 용감했다면 마흔의 사춘기는 지킬 것이 많아 사소한 선택도 주저하게 된다. 십 대의 사춘기가 급격한 변화를 마음이 따라가지 못해 늘 무언가에 성이 나있었다면 마흔의 사춘기는 누군가에게 성을 낼 기운조차 없다. 


 처음이 아니니까 이번 사춘기는 성숙한 어른으로 건강하게 넘겨보고 싶다. 요란스럽기보다는 차분하게.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지금 이 시기를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을. 그리고 세가지 답을 찾았다. 


첫째, 지나 온 나의 시간을 정리한다. 

둘째, 마흔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한다. 

셋째, 노년의 삶에 대해 꿈꿔본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브런치에 적어 볼 생각이다. 


 지금 내 나이 서른여덟. 마흔이 되기 전에 이 글을 마치고 그때부터는 나의 결정과 생각대로 인생을 이끌어 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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