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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May 02. 2023

고마운 아이라는 말

  "00이는 교사로서 참 고마운 아이죠. " 


 고마운 아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교사에게 고마운 아이란 어떤 학생일까? 바르게 행동하고, 가르치는대로 흡수하고, 모범적인 학생일거다. 그런 아이가 우리 아이라니 되려 내가 감사해서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아니에요. 제가 감사하죠."


 훈훈한 분위기에서 첫 상담이 끝났다. 고마운 아이라는 말이 참 따뜻했다. 품행이 단정하다. 착하다. 모범적이다. 예의바르다. 수많은 칭찬이 있을테지만 '고마운 아이'라는 말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엄마의 기쁨과 달리 아이의 마음은 조금 다른 모양이다. 이 아이는 월요일 아침이면 돌연 열이 오른다. 주말내내 잘 놀았고, 특별히 아픈 곳도 없는데 37.5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신기한 점은 학교에 다녀오면 말끔히 병이 낫는다. 언제 아팠냐는 듯이. 그래서 이 병을 '월요병'으로 정의하기로 했다. 마음의 병. 


 우리 아이가 FM스타일이라는건 알고 있었다. 유치원까지는 비교적 자유롭고 규칙이 많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학교를 가보니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알겠다. 선생님 말씀은 곧 법이요, 진리다. 음료수 보다는 물이 건강에 좋다는 말에 소풍 날에도 뽀뽀로 음료수 대신 보리차만 싸가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짝꿍 손을 잘 잡고 다니라는 말에 소풍 내내 손을 잡고 다녔는지 손이 흠뻑 젖어 있었다. 허리를 펴고 바르게 앉으라는 말에 하루 종일 허리를 펴고 있느나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지금 열거한 일들은 빙산의 일각. 다른 아이에게 한 지적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선생님은 교실에서 하루 종일 수십번의 지시와 가르침을 주실텐데 아이는 그 모든 말에 귀 기울이고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선생님에게는 참 '고마운 아이' 겠지만, 엄마인 나에게는 참 '안타까운 아이'기도 하다. 조금은 요령있게 융통성있게 행동하면 좋으련만 선생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절대로 엇나가서는 안된다는 높은 기준을 정해놓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아이. 이 벽을 깨주고 싶지만 그 일이 쉽지 않음을 안다. 나도 그런 아이였으니까. 


 "아이가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도록 보살펴주세요."


 선생님은 상담 말미에 이런 말을 덧붙이셨다. 스스로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도와주라고. 


 남들 앞에서는 착하고 모범적인 아이. 그 억압된 감정과 스트레스를 집에서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나의 몫이겠지. 엄마인 나는 그 마음을 어디까지 받아주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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