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상의를 하자니 비상금이 들킬까봐 안되겠고, 친구에게 물어보려니 괜히 동네방네 소문내는 것 같아서 싫고, 친정엄마에게 말하면 그깟 30만원도 없냐며 안쓰러워하실까 걱정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혼자서 속앓이를 했다.
마치 내 마음을 알아챈 듯 학교에서 독촉 문자가 왔다. 오늘 17시까지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입학이 취소된다는 마지막 경고. 홈쇼핑 마감 직전 미친듯이 주문전화를 걸 듯 초조한 마음으로 결제 버튼을 눌러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곧이어 입학을 축하한다는 문자, 학번이 발급되었다는 문자가 줄줄이 들어오더니 며칠 뒤에는 아예 학과 단톡방에 초대를 받았다. 그럼에도 내 마음은 아직 갈팡질팡. 옳은 선택인지 잘 모르겠다.
해가 갈수록 살면서 지킬 것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가 어려워진다. 나이를 곱씹어 보게 되고, 포기해야 할 것들을 헤아리게 된다. 계산적이 된다. 그러다보면 '이 나이에 무슨......' 하면서 가장 쉬운 나이탓을 하며 포기해버릴 때가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도 있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각자가 믿는대로 행동할 뿐이다.
초대받은 단톡방이 쉴새없이 울리기에 들어가봤더니 새로 입학한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퇴직을 하고 새로 공부를 시작하셨다는 예순이 넘은 분들이 눈에 띄었다. 배우기 좋은 때, 도전하기 좋은 때라는 것이 정말로 있다면 그 편견을 깬 사람들이다.
현재를 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흥청망청 오늘만 생각하며 살라는 뜻은 아닐건데 오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그분들을 보며 나이나 환경을 탓하지 않고, 언제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과거나 미래를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내가 다 해봤는데' 라면서 과거의 경험에 빗대어 섣불리 추측하지 않고, '이 나이에 배워서 뭐해' 라며 미래의 나를 예상해 미리 좌절하지 않고, '지금이라도 해보는거야' 처럼 현재의 나의 마음, 열정에 충실하는 것. 그것이 진정 '현재'를 사는 방법이 아닐까.
어쨌든 나는 아이 학원비를 내는 대신에 내 등록금을 냈다. 환불도 안되니 별 수 없다. 그냥 가보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