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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Jun 07. 2022

엄마 퇴근 시간의 법칙

전업주부 일과 자기계발 두마리 토끼잡기! 

야호! 


 가족이 나갔다. 남편은 회사로 아이는 유치원으로 떠났다. 드디어 혼자만의 시간이다. 남들은 월요병이 있다지만 전업주부인 나는 주말병이 있다. 주말은 가족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힘들다. 빨리 가족이 모두 나가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이번처럼 연휴가 길었던 날은 더 그렇다. 월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가족이 나갔다. 이제 뭐하지?


 아침 일찍 일어나 식구들 아침밥을 얼렁뚱땅 챙기고 늦장 부리는 아이에게 '세수해라, 양치질해라, 밥 좀 더 먹어라, 옷 입어라' 채근하여 유치원을 보내고 나면 일단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음악을 듣고 미뤄두었던 책을 꺼내 읽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쌓여있는 빨래, 아침을 먹고 정리하지 못한 설거지, 엉망이 된 이부자리, 어젯밤 미뤄두었던 방 정리까지. 하나하나 눈에 거슬린다. 일단 세탁기만 돌려놓고 쉬어야지 하면 또 꽉 찬 쓰레기봉투가 눈에 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할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늘어나는 느낌이다. 


 어느 날은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아이가 돌아오기 전까지 늘어지게 잠이나 자고 싶을 때.막상 자려고 누워도 잠이 오지 않는다. 아이랑 함께 있을 때는 그렇게 잠이 쏟아지더니 정작 혼자 있을 때는 자려고만 하면 시간이 아깝다. 누워서 하는 일이라곤 스마트폰을 보는 일이다. SNS탐방부터 유튜브 검색, 쇼핑 등 나도 모르게 빠져들다 보면 벌써 아이가 돌아올 시간이 가까워온다. 부지런히 움직인 아침도 늘어져 쉬기만 한 아침도 어느 쪽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직장인에게 '워라밸'이 있다면, 전업주부에게는 '전나밸'이 있다. 


 전업맘은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시간에 맞춰 출근을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기한까지 끝내야 하는 일도 없다. 그렇다고 해야할 일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려고만 치면 하루가 모자르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채근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자유다. 그런데 그 자유가 나를 괴롭힌다. 분명 자유롭긴한데 자유롭지 않은 기분. 그 찝찝한 기분의 이유는 주부로서 해야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를 위한 시간도 충분히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걸까? 나는 그 이유가 아무도 시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림을 못했다고 잔소리하는 엄마도 없고, 자기계발에 소홀히 한다고 숙제를 내주는 선생님도 없다.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삶. 모두가 꿈꾸는 낭만일지 몰라도 나는 가끔 이 자유가 두렵다. 어른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엉망이 된 살림도 끊어져버린 내 커리어도 모두 내 책임이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곧 아무도 탓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업주부 스스로 '통제성'을 발휘해야 한다. 직장인에게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워라밸'이 있다면 전업주부에게는 '전업주부로서의 나'와 '진정한 나로서의 나' 사이의 조화 '전나밸'이 있다. 이것을 고려하여 나의 하루를 꾸려야 한다. 


 그 둘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내가 처음 시작한 일은 계획표를 만드는 일이었다. 계획표 가장 위에 큰 글씨로 '혼자 있는 시간 = 엄마 퇴근 시간' 이라고 적었다. 아이와 남편이 없는 혼자 있는 시간을 최대한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엄마 퇴근시간에는 가족을 위한 일은 최소로 한다. 예를 들어 내 옷을 사기 위한 쇼핑은 되지만 아이 옷이나 남편 옷을 사기 위한 쇼핑은 주말로 미룬다. 평소 먹고싶었지만 아이와 함께 먹을 수 없었던 매운 음식이나 라면같은 것을 요리하는 일은 괜찮지만 가족을 위해 반찬을 만드는 일은 저녁시간으로 미룬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아이와 남편이 없는 시간에는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엄마라는 직업은 휴식시간이나 퇴근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으니 내가 스스로 퇴근시간을 정한 것이다. 


 퇴근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자유다. 각자의 가치나 필요에 따라 보내면 된다. 내가 의미없이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나를 꾸짖거나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결과에 따른 책임도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어른이 된 나는 스스로를 아끼고 보살펴야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려 운동을 하고, 나에게 가치 있는 일을 찾아 꾸준히 지속하는 것, 내 몸이 내 마음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 행동한다는 것이 나를 위한 일이 아닐까싶다.


 내가 ‘엄마 퇴근시간’에 의식적으로 하는 활동은 세가지다.      


1. 운동 – 발레

2. 취미 – 글쓰기

3. 나만을 위한 밥상 차리기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 30분까지는 매일 반복되는 집안 일을 마무리한다. 그 후 월,수에는 발레를 하러 나가고 화,목에는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발레를 하는 날에는 내가 먹고 싶은 (그러나 남편과 아이는 좋아하지 않는) 메뉴를 사와 나만을 위한 외식을 한다. 집에 있는 날에는 주로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로 혼자 밥을 먹는다. 하지만 대충 차려먹지 않는다. 꼭 예쁜 그릇에 제대로 담아 먹는다. 가끔 여유가 있는 날은 나를 위한 요리를 직접 하기도 한다. 금요일 하루는 비워둔다. 따로 퇴근시간이 없는 주말을 대비해서다. 이렇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나면 가족에게 심통부리고 불만을 이야기할 일이 없어진다. 내가 나를 충분히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단 한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나'의 시간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많이 써서 집안일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살림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하나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집안일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나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쓰는 비법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전업주부로서의 나'와 '나로서의 나' 사이에 적당한 에너지 분배. 그것이 전업주부 통제성의 핵심이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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