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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Jun 10. 2022

싸이 흠뻑쇼 논란, 환경을 생각하다.

 가수 싸이가 3년 만에 단독 콘서트 '싸이의 흠뻑쇼'를 재개하는 모양이다. 코로나로 요 몇 년간 공연계가 가물었는데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콘서트 홍보 차 출연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이 공연에 대한 뒷이야기를 밝히며 논란이 되고 있다. 바로 흠뻑쇼를 위해 회당 사용하는 물의 양이 300톤이라는 사실.


 2011년부터 이미 몇 해째 진행해오고 있는 공연이 새삼스럽게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악의 가뭄,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


 올해는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봄 가뭄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 회당 300t에 달하는 물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 최악의 가뭄인 탓도 한몫 하긴 했겠지.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은 아닐까?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말은 어렸을 때부터 으레 들어왔던 말이지만 최근 들어 그 말의 심각성을 몸소 느끼고 있는 것은 나뿐이 아닐 거다. 몸으로 체감되는 기후 변화와 전염병의 세계적인 확산 등 자연이 주는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한창 코로나가 기승인 시절, 매일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으로 생활하던 우리는 한 주 동안 쌓인 쓰레기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일요일에만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수 있어 집에 모두 쌓아두어야 했는데 우리 집 한 곳에서만 쌓인 쓰레기 양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만 이만큼의 양이 나오는데 아파트 전체가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은 얼마나 많을까? 상상도 되지 않았다. 당장 쓰레기 양을 줄이고 싶지만 이미 편리해진 생활을 포기하고 불편을 감수하기란 쉬운 선택은 아닌듯싶다.


재활용품으로 작품을 만든다고요?


 내가 아직 직장인이던 시절, 회사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재활용품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었다. 이른바 '정크아트'. 폐품이나 쓰레기,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든 미술작품을 지칭하는 말이다. 물건을 과소비하고 쉽게 버리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다. 수업을 진행할만한 작가를 찾아 미팅을 하던 중 버려진 페트병을 이용해 설치작품을 만드는 분을 만났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사진을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했다. 내용이 마음에 들어 흔쾌히 계약을 하기로 하고 수업방식에 대해 논의를 하던 중 뜻밖의 말을 들었다.


"그런데 사실 쓰레기장에서 주어 온 페트병으로는 이렇게 만들기가 어려워요. 쓰레기장을 뒤져서 깨끗하고 투명한 페트병만 골라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생수 몇 통을 샀는지 몰라요."


 이건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었다. 재활용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쓰레기를 만든다고?


 세월이 흘러 나는 엄마가 되었고 아이가 손으로 조몰락조몰락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 때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별생각 없이 요구르트병이나 우유팩, 종이컵 같은 것을 손에 쥐어주고 무엇이든 만들어보라고 했다. 나는 그게 재활용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작품을 처리할 때였다. 아이는 만들 때 그때뿐, 자기가 만든 장난감을 잘 가지고 놀지 않았다. 그럼 그 작품은 쓰레기가 되어 버려야 하는데 크레파스로 색칠하고 칼질하고 색종이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것을 쓰레기로 버려야 할지 재활용으로 버려야 할지 헷갈렸다. 그냥 버렸으면 손쉽게 재활용되었을 물건을 어쩌면 아이의 작품을 만든다는 핑계로 쓰레기로 만들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환경보호 실천을 위한 기본,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내 아이를 생각하면 환경보호는 남의 일이 아니다. 내가 죽더라도 여전히 지구에서 살아야 할 내 아이와 내 아이의 자손들. 결혼하지 않았다면 '죽으면 끝이지'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있으니 죽어도 끝이 아니다. 그렇다고 환경운동에 발 벗고 나설 만큼 적극적인 사람도 아니고, 당장 편리한 것 모두를 포기할 만큼 대단한 실천가도 아니다. 그나마 죄책감을 조금 더는 일이라면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첫째, 비누를 사용한다.


 마침 주방세제가 똑 떨어졌다. 한참 세제를 검색하다 설거지용 비누를 사보았다.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고 싶어서다. '거품이 안나지 않을까, 깨끗하게 안되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과 달리 결과는 만족스럽다. 물론 액체세제처럼 기름기까지 한 번에 말끔히 지운다고는 말 못 하겠다. 그래도 액체세제로 돌아가는 대신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밀가루를 이용하기로 했다. 샴푸, 세안 폼, 핸드워시도 모두 비누로 바꿨다. 머릿결이 거칠어지지는 않을까 트러블이 생기면 어쩌나 했던 걱정들은 모두 기우였다. 더 좋은 대안이 있기 전까지 앞으로도 계속 비누를 쓸 예정이다.


 둘째, 물건의 쓰임 보다 끝을 생각한다.


 쌓여있는 쓰레기를 보며 생각했다. 저것들도 한 때는 내가 돈 주고 산 것들이겠지? 이제는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의 쓰임보다 마지막을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이사를 하면서 거실 한편에 큰 화분을 두면 어떻냐고 선물해주겠다는 친구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나는 화분 키울 자신이 없어. 그리고 그거 버릴 때 엄청 힘들어."


 화분이 인테리어에 주는 아름다움을 생각하기 전에 화분의 끝을 생각한다. 그 물건을 버려야 할 때. '흙은 어떻게 버리지? 화단에 뿌리면 되나? 가지고 나가려면 엄청 무거울 텐데. 식물은 그냥 쓰레기봉투에 버리면 되는 건가? 저 도자기 화분은 재활용이 안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쉽게 물건을 사지 않게 된다.


 얼마 전 다녀온 제주여행에서 아이가 기념품으로 열쇠고리를 사고 싶다고 했다. 망설였다. 보나 마나 얼마 못 가 쓰레기가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가족이 함께 떠난 여행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면 6천 원짜리 열쇠고리를 못 사 줄 형편은 아니다. 고심 끝에 사주지 않았다. 하지만 끝내 아쉬움이 남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그냥 하나 사줄걸 그랬나. 기념인데.'


 한쪽에서는 환경을 생각하라고 외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끝없이 소비를 부추긴다. 싸이의 흠뻑쇼 논란에 대한 의견도 그럼 워터파크나 수영장도 다 없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때로는 환경을 핑계로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하기도 한다. 환경을 생각한 기념품이라며 여기저기서 받아 온 수많은 에코백이 이제는 처치곤란 쓰레기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환경을 위한 것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지 판단은 오로지 내가 해야 하는 거겠지.





*사진출처 : 조선일보, "역대급 가뭄에 물 300톤?"... 싸이 흠뻑쇼에 네티즌 '시끌' 2022.06.07 최혜승 기자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2/06/07/LSAAJFXHVFCNNAOSU4B3DEUFKI/?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참고기사 : 한겨레, "한 번에 물 300t 펑펑... 싸이 '흠뻑쇼' 나만 불편해? 2022.06.10 김윤주 기자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464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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