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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보다 나은 마흔
전업주부 옷 살 때 하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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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봄
Jul 27. 2022
오랜만에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잡혔다.
각자 사는 곳이 달라 우리는 언제나 서울 한복판에서 만난다. 뭘 입고 나갈까 옷장을 뒤져보니 마땅한 옷이 보이지 않는다. 큰맘 먹고 쇼핑을 하기로 한다.
내 눈에 예쁜 옷을 사자니 별로 입을 일이 없을 것 같다. 사실 작년에도 결혼식 갈 때 입겠다고 사 둔
원피스나 스커트들을 한 번 입고는 옷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왜 그런지 이런 옷을 등하원 길이나 마트에 갈 때 입기에는 쑥스럽다. 편한 옷을 사자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괜히 꿀리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꾸안꾸 패션으로 가야겠다. 무채색의 꾸민 듯 안 꾸민 옷을 사야겠다. 그러나 꾸안꾸야 말로 옷감이나 재질이 너무 저렴한 옷은 금방 티가 난다. 잘못했다가는 정말 안 꾸미고 안 꾸민 느낌이다. 그렇다고 조금 값이 나가는 옷을 사려니 또다시 고민이다.
얼마나 입는다고......
핏이 예쁜 청바지에 깔끔한 티셔츠 정도로 어렵게 타협하고 돌아서는데 이번에는 가방이 문제다. 동네에서 들고 다니는 에코백을 들자니 성의 없어 보이고 하나뿐인 명품을 들자니 내가 더 어색하다. 차라리 폰 하나 달랑 주머니에 넣고 가고 싶지만 허전하다.
어디 가방뿐인가. 신발은 또 뭘 신어야 할지. 오랜만에 구두나 샌들을 꺼내 신었다가 집을 나서면서부터 발이 아파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굽 낮은 편하다는 신발은 원마일 룩이라고 혼자 우겨봐도 누가 봐도 동네 마실용인 것 같아 망설여진다.
메이크업을 하자니 색조화장품도 없다. 사봐야 색조까지 할 일이 없으니 눈썹연필과 발색이 되는 립밤이 전부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화장품을 꺼내 어색하게 발라본다.
어찌어찌 준비는 하고 나왔다만 늘씬한 젊은 친구들, 미혼의 잘 나가는 친구들을 보니 애써 신경 써서 차려입은 코디가 구리다.
집에 돌아와 다시 인터넷 쇼핑을 시작하지만 또다시 같은 쳇바퀴.
예쁜 옷을 사자니 입을 일이 별로 없고
편한 옷을 사자니 또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내가 옷을 사도 사도 옷이 없나 보다.
-명품 옷 대신 명품 몸매를 만들기로 한 주부
(흰티에 청바지만 입어도 예쁘려면 일단 몸매가 예뻐야 하더라)
*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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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엄마의 라이프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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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는 '경단녀'라고 불리지만 스스로는 '자발적 전업주부'라고 합니다. 책과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세상과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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