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햇살> 2024년 5월호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지상에 남은 편지를 읽다보면 편지를 쓴 사람의 삶이 그려질 때가 있다. 특히 두 사람이 오랫동안 주고받은 편지 속에는 그들의 성장과정이 여실히 드러나, 마치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생텍쥐페리가 어머니에게 쓴 편지들을 읽을 때도 그랬다.
『어린왕자』를 쓴 생텍쥐페리는 1900년 6월 29일 프랑스 리옹에서 첫째로 태어났다. 그는 네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지내게 된다. 열 살이 되었을 때는 친할아버지댁에 머물렀는데 생텍쥐페리만 그곳에 남고, 다른 가족들은 외가가 있는 곳에서 생활했다. 그 때부터 생텍쥐페리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쓴다. 그가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쓴 것은 1910년 6월 11일이다. 새로운 만년필이 생겨, 새 만년필로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엄마에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내일이 내 축일’이라는 사실이었다. 가톨릭 종교를 갖고 있던 생텍쥐페리는 ‘앙투안’이라는 세례명이 있었고, 편지를 쓴 다음날이 축일이었다. 삼촌이 축일이 되면 선물을 사주기로 했는지, 생텍쥐페리는 엄마에게 편지를 써서 말한다. 삼촌에게 자신의 축일이 내일임을 꼭 전해달라고 말이다. 편지 본문에 쓴 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편지 말미에 추신처럼 다시 ‘내일이 내 축일이에요’라고 적어 둔 글을 보면서, 생텍쥐페리도 ‘인정받고 싶어하는 꼬마’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쓴 편지에는 ‘아이 생텍쥐페리’가 많다. 떨어져 지내는 엄마가 보고 싶다며, 매일 편지를 보내달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트뤼프 초콜릿이 먹고 싶다며 엄마가 꼭 만들어서 보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수학시험을 잘 보지 못해서 시무룩해하는 아이도 있고, 수학시험 석차가 5등이나 올랐다고 기가 한껏 살아서 엄마에게 편지를 하는 아이도 있다. 생텍쥐페리는 1921년 징병으로 군에 입대했을 때나, 우편물을 수송하는 임무를 맡았을 때도 어머니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쓴다. 삶의 모습과 생각들을 종이 위에 적어 엄마에게 보낸다. 때론 지치고 힘에 겨워 흔들리는 모습을 적기도 하고, 때론 비행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며 하늘 위의 삶을 찬양하는 편지를 쓰기도 한다.
엄마에게 한없이 다정한 편지를 쓰던 생텍쥐페리의 편지가 멈춘 것은 1944년 7월이었다. 그는 독일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비행을 시작했는데, 귀환하지 못했다. 하늘에서 실종된 것이다. 어머니는 이 사실을 믿지 않았다. 예전에 불시착했던 경험이 있던 생텍쥐페리가 어딘가에 살아있을 거라고 믿었고, 돌아오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1945년 7월, 생텍쥐페리가 실종된 지 1년이 지난 후, 그가 1944년 7월에 썼던 편지를 뒤늦게 전달받은 엄마는 그제야 아들의 부제를 받아들인다. 그때서야 자신의 아들이 하늘로 먼 여행을 떠났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생텍쥐페리가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묶은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생텍쥐페리의 오랜 삶이 기록돼 있다. 열 살 어린이 생텍쥐페리가 중고등학생 시절을 거쳐, 청년이 되고,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과 비행사로 전쟁에 참전해 실종이 될 때까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역사가 담겨 있다. 그러나 그의 편지가 뭉클한 이유는 편지에 스며있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한없이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엄마에 대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나도 엄마에게 편지를 한 장 써야겠다고, 지금 당장 사랑한다고 전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다. 이 편지가 누군가의 가슴에 도착해, 엄마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라본다.
※ 참고도서 :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김보경 옮김, 시공사,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