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햇살> 2025년 1월호 #페인트
안녕? 나는 ‘잡가’라고 해. ‘잡가’는 글을 쓰는 ‘작가’의 오타가 아니야. ‘잡다한 글을 쓴다’는 의미가 담긴 나의 별명이란다. 만나서 반가워. 내가 올해부터 <청소년의 햇살>에 새로운 콘텐츠로 글을 쓰게 됐어. 이름하여 ‘너에게 보내는 책 편지’라는 거야. 제목에서 벌써 올드(old)함이 느껴진다고? 수업도 디지털교과서로 하고, 책보다는 영상에 익숙한 너에게 편지로 책을 소개한다는 게 올드 한 일일지도 몰라.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읽어봐. 생각보다 재밌을지도 모르거든. 왜냐하면 너에게 읽어보라고 권하는 책들은 모두 네 또래들의 이야기니까 말이야. 어쩌면 이 글 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만나게 될지도 몰라. 속는 셈 치고 한 번 읽어 볼래?
자, 그럼 먼저 너에게 질문을 하나 해볼게. ‘네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너는 어떤 부모를 선택할 거니?’. 이게 무슨 말이냐고? 그래.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어. 사람이 살면서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게 있다면 바로 부모를 스스로 선택하는 거니까. 하지만 상상은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가정을 해보는 거야. 이 지구상에 모든 청소년에게 부모가 없다고 말이야. 그래서 국가에서 청소년에게 맞는 부모를 선택할 수 있도록 면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야. 그렇게 된다면 어떤 사람을 부모로 선택해야 할까?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 주는 사람… 다양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겠지. 하나의 조건이 맞는다고 해서 덜컥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을테지만 말이야.
내가 오늘 너에게 소개할 책은 이런 상상이 이야기로 구성된 소설이야. 『페인트』(이희영‧창비‧2019)라는 책이란다. ‘페인트’는 벽에 바르는 그 페인트가 아니야. ‘페어런츠 인터뷰(parent’s interview)’에서 따온 것인데 ‘부모 면접’을 뜻하는 말이야. 책의 주요 내용이 ‘부모 면접’과 연관이 있거든. 소설의 공간적인 배경은 NC센터야. 이곳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센터인데 Nation’s Children 센터를 ‘NC센터’라고 불러.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로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들어와서 살아. 그들을 돌보는 가디들과 함께 살면서 세상을 배워가지. 그리고 13세가 되면 자신의 부모가 될 사람들을 면접하고 선택해. 왜 13세냐고? 그 나이가 되면 좋고 싫은 것과 잘못된 것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나이가 13세라고 규정한 것이지. 아이는 부모 면접을 하고, 함께 살아본 후에 부모와 자녀의 연을 맺을 것인가를 결정해. 3차까지 진행되는 면접을 통해서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하게 돼. 어떤 부모들이 아이들의 선택을 받느냐고? 그건 말해줄 수 없어. 스포일러니까!
혹시 부모님과 의견 충돌이 있을 때가 있니? 소통이 안 될 때가 있어? 아니면, 지금의 부모님보다 더 좋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네가 부모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렴. 소설의 이야기처럼 내가 부모님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네 마음에 닿는 무언가를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이 책을 부모님 방에 가져다 둬. 부모님 눈에 잘 띄는 곳에 말이야. 내가 읽어보니까 부모 입장에서도 생각할 게 참 많았던 책이었거든(고백하자면, 나는 네 또래의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부모야). 아마 너희 부모님도 이 책을 읽고 부모에 대해, 그리고 너에 대해서 다시 깊이 생각하게 될 거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그럼 언젠가 너와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날을 기다리며 이만 줄일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