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추모의 다큐멘터리 그림책

<청소년의 햇살> 2025년 4월호 #세월

by 편지큐레이터

1994년에 태어난 배 한척을 알고 있어. 그 배의 이름은 ‘나미노우에’였지. 고백하자면 나는 그 배의 이름을 몰랐어. 아니, ‘원래 이름’을 몰랐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거야. 내가 알고 있던 이름은 사람들이 그 배에게 붙인 새로운 이름이었거든. ‘파도 위’라는 뜻을 가진 ‘나미노우에’가 2012년에 한국으로 건너와 갖게 된 이름. 그 이름은 ‘세월’이었어.


오늘은 너에게 그 배에 관한 그림책을 소개하려고 해. ‘그림책’이라서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글쎄.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결코 가볍지 않아서 어쩌면 조금은 더디게 책장을 넘기게 될지도 몰라.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깊은 쉼 호흡을 했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오열을 하기도 했거든.


이 책의 주인공은 ‘세월호’야. 일본에서 태어난 ‘나미노우에’가 어떻게 ‘세월’이 되었는지, 2014년 4월 16일이 되기까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304명의 귀한 생명이 허망하게 스러져 갔는지… 세월호가 화자가 되어 자신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줘. 그래서 이 책을 ‘세월호의 시점으로 돌이켜보는 참사의 타임라인’이라고 말하기도 해.


그런데 말야, 비극적인 내용의 이야기와 달리 그림이 너무나 아름다워.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그림에 시처럼 쓰인 글들이 절묘하게 어울려서 마음을 깊이 울리지. 그래서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가슴이 아팠고, 쉼 호흡을 하며 통증을 가라앉혀야 했어.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야.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지. 이 책은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맞춰 출간됐어. 참사 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침몰 상태에 있는 많은 것들을 다시 기억하자고 말하고 있어.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아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기록되지 않은 기억은 쉽게 희미해진다고 알려주기도 하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은 그 질문을 우리 앞에 던지기도 해.

『세월 1994-2014』는 2024 대한민국 그림책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했고, 올 해 열리는 브라티슬라바 그림책 비엔날레(Biennial of Illustrations Bratislava)에 출품작으로 선정되었어. 이것은 이 책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해. 특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책 비엔날레인 브라티슬라바 그림책 비엔날레에 출품되었다는 것은 이 책이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이 사실은 참사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기억과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거야.


아마 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묻게 될 거야.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어쩌면 정답은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그 기억을 이어가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는 사실이야.


4월_세월.jpg 『세월 1994-2014』(문은아 글/박건웅 그림‧노란상상‧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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