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햇살> 2025년 5월호 #유진과유진
‘기억’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니? 내가 가진 가장 오래된 기억은 무엇일까, 내 기억은 얼마나 정확할까, 또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떠올릴 때가 있어. 특히,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겪었더라도 사람마다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 후 ‘기억의 차이’에 더욱 관심이 생겼지. 이금이 작가의 『유진과 유진』을 읽은 뒤로는, ‘기억’이라는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되었고.
여기 ‘이유진’이라는 아이가 있어.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야. 새 학년이 시작되어 새 교실에 들어선 첫날, 이유진은 또 다른 ‘이유진’을 만나게 돼. 이름이 같을 수는 있지만, 성까지 같은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잖아. 한 명의 이유진은 그것이 무척 신기했지. 그러다 문득, 또 다른 유진이 자신과 함께 유치원에 다녔던 ‘작은유진’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돼. 그러니까 두 사람은 유치원 동창이었던 거야.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은 키로 구분되었어. 한 명은 ‘작은유진’, 다른 한 명은 ‘큰유진’. 이 별명을 먼저 떠올린 건 큰유진이었어. 너무 반가운 나머지, 큰유진은 작은유진에게 유치원 시절 이야기를 들려줘. 그런데 작은유진은 그 모든 걸 기억하지 못해. 아니, 다짜고짜 자신과 같은 유치원을 다녔다며 "기억 안 나?" 하고 몰아붙이는 큰유진을 당황스럽게 바라봐. 작은유진은 큰유진이라는 아이가 누군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거든. 그런데도 큰유진은 계속 말을 걸고, 기억하라고 다그쳐. 작은유진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급기야 화가 나지. 지금껏 살면서 자신 말고 ‘이유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난 적도, ‘작은유진’이나 ‘큰유진’이라는 별명을 들어본 기억도 없었으니까.
『유진과 유진』은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아이의 만남으로 시작되지만, 곧 그 이름 아래 감춰진 ‘기억의 조각들’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이야. 같은 유치원에서 같은 사건을 겪었음에도 두 사람의 기억은 전혀 다르게 남아.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왜 어떤 기억은 또렷하게 남고 어떤 기억은 사라지는지, 그리고 똑같은 일을 겪어도 각자의 기억 속에는 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남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될 거야. 그리고 서로가 품은 기억이 아프게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게 될 거야.
이금이 작가는 두 유진의 이야기를 통해서 기억의 불완전함과 깊은 상처가 남긴 흔적들을 섬세하게 그려내. 독자들은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각자 다르게 기억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느새 자기 안에 있는 어떤 ‘유진’을 떠올리게 되지. 그러니까 『유진과 유진』은 단순히 이름이 같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마음 한쪽에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야. 그리고 그 그림자를 마주하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 책은 어른과 청소년이 함께 읽으면 더 좋겠어. 누구에게나 기억하고 싶은 순간과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으니까. 『유진과 유진』은 그 두 가지 기억이 만났을 때 벌어지는 조용하지만 강한 충돌을 담고 있거든. 혹시 삶의 생채기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을 알고 있니? 그렇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해줘. 그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로와 긴 여운을 건네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