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아이들

<청소년의 햇살> 2025년 6월호 #파도의아이들

by 편지큐레이터

혹시 ‘북한 이탈 청소년’이 누군지 아니? 북한을 떠나 다른 나라로 넘어간 청소년들을 말해. 우리가 흔히 ‘탈북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중에서, 아직 어린 나이에 위험한 길을 선택한 아이들이 있단다. 내가 이들을 처음 알게 된 건 『우리 북동네 잘 있니?』라는 책을 통해서였어. 한국에 살고있는 탈북청소년들이 북에 남아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쓴 편지를 모은 작품이었어. 나는 그 책을 읽고서야 어린아이도 혼자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 하지만 그들이 왜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길을 지나왔는지는 여전히 몰랐단다. 그저 저마다의 사연이 있겠거니 하고 넘겼을 뿐이야.


내가 그들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된 것은 『파도의 아이들』 덕분이었어. 이 책은 북한을 떠난 세 청소년, 설이와 겨울이 그리고 광민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소설이야. 세 사람이 북한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어떤 계기로 그곳을 떠날 결심을 했는지, 어디로 향하게 되었는지 그 여정을 담고 있지. 하지만 이 소설은 단지 세 사람의 이야기만 하고 있지 않아. 작가는 백여 명이 넘는 북한 이탈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고, 그들의 경험을 세 인물에 녹여냈다고 해. 그러니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 굉장히 다양한 청소년의 삶이 깃들어 있는 거야. 허구 같은 이 소설은 아이들이 실제로 겪은 일을 엮어서 만든 소설이란다.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참 많은 걸 알게 되었어. 북한에서 사용하는 낯선 단어들은 친절한 주석과 함께 설명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고, ‘탈북’이라는 단어 안에 얼마나 많은 고통과 선택, 생존의 시간이 숨어 있는지를 실감하게 되었어. 국경을 넘는 일은 단순히 공간을 이동하는 문제가 아니었어. 중국, 라오스, 몽골 같은 낯선 나라들을 거치며 살아남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놀랐고, 누군가 그들을 돈으로 사고팔기도 한다는 사실에 분노했어. 그래서 신에게 묻고 싶었지.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그리고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살아온 내 무관심이 부끄러워지기도 했어.


이 책은 단지 슬픈 이야기만 전하진 않아. 도망치는 길 위에서도 서로를 아끼고, 지키고, 다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있어. 그래서 아프지만 깊고, 슬프지만 단단하게 다가와. 책장을 덮고 나면, 마음 어딘가에 오래도록 남는 울림이 있단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북한 이탈 청소년이 있어.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도 있고, 학교 밖에 있는 기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지.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 주변에 있지만 지금껏 보이지 않던 친구들이 비로소 보일지도 몰라. 더불어 그들이 지나온 시간을 상상해보게 되고,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이웃으로서 우리가 어떤 시선과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할지도 생각하게 될 거야.


『파도의 아이들』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야. 누군가의 생생한 기억이자,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야. 그래서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읽었으면 좋겠어. 이 책을 읽는다는 건, 그들의 삶에 잠시 발을 디뎌보는 일이 될 테니까. 그리고 그 한 걸음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꾸는 시작이 될지도 모르거든.

잊지 말아줘. 지금도 어딘가에 ‘파도의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그들이 목숨을 걸고 찾아 떠나는 세상 속에서 지금 네가 살고 있다는 것을.


6월_파도의 아이들.jpg 책 : 『파도의 아이들』(정수윤‧돌베게‧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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