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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 Nov 16. 2022

엄마가 자살을 하려고 했었던 적이 있었다.

22년 5월 16일

 내가 23살 일 때, 그러니까 3년 전인 2019년.


 엄마가 자살을 하려고 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엄마가 아주 멀리 살 때였는데 엄마가 언젠가부터 이상한 얘기를 했다. 

 엄마가 죽게 된다면 사망신고서를 여러 장 떼고 주민센터에 가서 뭘 해야 하고 뭘 해야 하고... 그때는 그냥 듣기가 싫었다. 그냥 나도 어렴풋이 눈치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때 이러다 안 될 것 같아서..., 엄마를 보러 갔다. 2년 정도 만이었다.


 사람 촉이라는 게 참 무섭다. 엄마에 대해서만 촉이 발달한 건지도 모르지만, 나는 엄마가 죽기 직전에 그런 느낌을 받는다는 게 무섭기도 하고... 참 이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뭔지. 엄마에게 이번 주 간다고 얘기하니까 엄마가 너무 좋아했다. 아이처럼. 너무너무 좋아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리고 집에다가는 놀러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엄마에게 갔다.


 도착했을 때 엄마의 집은...


 텅 비어 있었다.


 그냥 말 그대로 텅. 엄마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랑은 비교가 안됐다. 침대도 없어졌고 다 없어지고 티브이랑 냉장고만 덜렁 남아있었다. 물어보니 다 나눔 했다고 했다. 엄마가 그 가구를 산다고 사촌 언니한테 돈을 빌리고 그 돈을 갚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에 나는 그것조차 짜증이 났다. 너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렇게 나는 엄마와 하루를 보내고 그 다음날 내가 사 온 삼겹살을 먹고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엄마가 갑자기 서랍을 뒤지더니 엄마의 결혼반지를 보여줬다. 엄마가 죽으면 이건 갖고 있다가 팔고... 그래서 내가 말했다.    

 

 왜 엄마 죽게?     


 이 말을 하는 게 얼마나 목이 막히던지.   

   

 근데 엄마는 아니라고 했다.    

 

 아니~ 엄마가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정신이 없어서...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알아 두라고.

 아니 엄마가 죽을 일이 없는데 그걸 왜 알아야 되는데.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그러면서 묵묵히 말을 했지만, 나는 절대 듣지 않았다. 안 그러면 엄마가 진짜 죽을 것 같았다.


 그렇게 엄마와 밥을 다 먹고 치우고 티브이를 보면서 얘기를 하는데 엄마가 갑자기 아빠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우리 아빠는 부모가 돼서는 안 될 사람이 부모가 된 사람이다. 남편으로나 아빠로서나 최악의 인간이었다. 좋은 기억이 단 하나도 없다. 엄마가 아빠 얘기를 하다가 울었다. 아빠가 엄마의 인생을 다 망쳤다고. 너무너무 슬프고 죽고 싶다고. 그러다가 엄마가 나에게 잘 살아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때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왜. 엄마 죽게?     


 엄마가 대답했다.     


 그럼 은비야. 엄마가 어떻게 해야 돼?  

   

 이 말을 듣고 나도 울고, 엄마도 울었다. 내가 엄마에게 엄마, 엄마 안 죽으면 안 돼? 하고 빌었다. 엄마는 너무 힘들다고 했다. 아빠가 엄마에게 넘긴 빚을 갚는 것도, 암환자로 살면서 아무 일도 못하는 것도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래도 죽지 말라고 했다. 엄마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거라고. 제발 죽지 말아 달라고 했다.


 집에 가야 되는데 갈 수가 없었다. 엄마가 살고 있던 아파트 밑에 까지 엄마가 바래다주는데 엄마와 마지막일 것 같아서 갈 수가 없었다. 

 나는 그때 정말 죽으려고 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 엄마를 영영 볼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어렸기 때문에 더 무서웠다. 가는 순간에도 엄마에게 엄마. 마지막 아니지? 엄마 제발 죽지 마. 제발 죽지 말아 달라고 그렇게 말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사람이 죽을 때를 알면 얼마나 좋겠냐고 하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아니, 아니다. 결코 좋지 않다. 그 사람을 잃는다는 두려움만 남을 뿐이다. 택시를 타서도 엄마를 보았다. 제발 엄마가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면서. 내려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계속 전화를 했다. 조금이라도 늦게 받으면 거의 발작을 일으켰다. 집에 가자마자 동생에게 엄마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다. 엄마가 죽을 것 같다고. 그때 동생은 겨우 19살이었다.


 동생과 내가 그렇게 간절히 빈 덕분이었을까? 엄마는 결국 자살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무서웠다. 엄마가 전화를 하루라도 안 받으면 걱정돼 미칠 것 같았다. 엄마가 죽었을까 봐. 엄마에게 다녀오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을 때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았었다. 그것도 12시간이나. 그때 나는 거의 정신이 나가 있었다. 당장 엄마에게 달려가야겠다고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던 때 엄마에게 뒤늦게 전화가 왔다. 깜빡 잠들었다고. 나는 울면서 소리쳤다. 엄마 죽었는 줄 알았다고. 그러더니 엄마가 미안하다고 했다. 엄마가 나한테 몹쓸 짓을 한 것 같다고. 엄마가 울었다. 나도 울었다. 모두 울었다.


 나는 최근까지 엄마와 그 일을 이야기했었다. 농담 식으로 내가 그때 엄마를 살렸다고. 나중에 돼서야 말해준 거지만, 그때 엄마는 산에서 죽으려고 했다고 했다. 가구도 모두 정리하려고 했는데, 그때 정말 거짓말처럼 내가 온다고 해서 TV와 냉장고는 정리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생각한다.

 사람이 자살을 한다는 것은... 이제 다시는 숨 쉴 수도 없는 것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도 없는 건데, 엄마는 그때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 힘듦을 내가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 죽으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을까. 그 이후로는 자살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생각해보면 그때도 지금도 내가 먼저 알았다. 엄마가 죽을 것 같다는 걸. 그 이상한 기분을. 외할머니가 하늘에서 알려주기라도 한 것일까? 이번에도 그때처럼 내가 간절히 빌어서 엄마가 살 수 있는 거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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