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제사 때문에 오랜만에 본가를 찾았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동생의 노트북. 동생이 노트북을 연결해놓고 쓰고 있었다.
이 노트북은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오랫동안 쓰지 못하고 있던 노트북이다.
예전에 엄마가 휴대폰의 작은 화면으로만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니까 동생이 안 쓰고 있던 저 노트북을 가져다줬다. 엄마 블로그도 다시 시작하고, 큰 화면으로 영상도 보라고. 근데 비밀번호가 바뀐 건지, 어떻게 실수 한 건지 아무리 해도 노트북이 안 열렸다. 동생한테 얘기해서 노트북 비밀번호를 풀라고 했지만, 무심한 동생은 알겠다고만 하고 노트북 비밀번호를 찾아주지 않았다.
그러고 몇 달 동안 노트북은 엄마 집 한 곳에 방치되어 있었다. 중간에 보다 못한 내가 찾아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집에 왔더니 그 노트북을 동생이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동생이 알고 보니 노트북이 업데이트되면서 자기 구글 계정이랑 연동이 되어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거 몇 분 걸리는 거라고 그걸 안 해줘서 엄마가 몇 달 동안 저걸 쓰지도 못하고 그랬는지...
가슴이 아파서 저리 치우라고 했다. 이런 거 보면 마음 아프다고.
동생도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후회된다고 했다.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비밀번호 그거 찾아주는 거 그거 뭐 어려운 일이라고...
이거 해줬으면 엄마가 좋아하는 글도 마음껏 쓰고, 영상도 큰 화면으로 많이 많이 봤을 텐데...
동생이 원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