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동거생활 #1
'띵동 띵동'
'띠리리~릭' 문이 열리고 그가 웃으며 들어왔다.
그녀가 말했다.
"어서 와. 와줘서 고마워~"
그가 답했다.
"아니야. 멀리 오니까 왠지 여행 오는 것 같던데,, 주말에 이렇게 나오는 게 나에게 환기도 되는 것 같아."
"그래? ㅎㅎㅎ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네."
그녀가 거처를 옮기고 그가 첫 방문한 날이었다.
그와 함께 하던 시간들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
6개월간의 Share mate를 그만두고 그녀는 새롭게 장만한 보금자리로 옮긴지도 2주가 훌쩍 지나갔다.
경제 공부를 시작하면서 그녀가 첫 발을 내디뎠던 건 주식이었다.
돈을 쌓아 두는 것이 아니라, 굴려야 한다는 걸 깨닫고 나서 그녀가 선택했던 한 가지는 바로 '전셋집'을 정리하고 '월세집'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지난 시간 동안을 돌이켜 볼 때, 전세 보증금으로 돈을 깔고 앉아있었다는 것이 후회되는 부분 중에 하나였다.
보증금을 책정하고 월세를 계산하고 그에 맞는 집을 찾아다녔다.
겨울이 오기 전에 집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녀는 참 열심히였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가격에 안전하고 살만한 집을 또 주차가 가능한 곳을 찾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그가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에일리~ 집 알아보니까 어때? 구하기가 만만치 않지?"
"응 좀 그래... 돈을 좀 아끼고 싶긴 한데 맘에 드는 곳이 마땅히 없네."
"음.. 다름이 아니고 나도 생각해 봤는데 지금 내 집에 방이 하나 여유 있으니 룸메이트로 함께 지내는 건 어때? 서로 winwin 하는 건? 대신 보증금은 안 받을게."
그가 말 꺼내는 게 쑥스러운지 살짝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그래? 보증금 안 받는다면 괜찮은 조건인 듯,, 같이 있으면 덜 외로울 수도 있겠다."
"그럴 수도,, 단 이건 메이트 개념이야. 방도 각자 쓸 거니까.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봐,,"
"그래 알았어."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 자, 그럼 같이 셰어 하기 위해 몇 가지 약속을 하자. 일단 내가 초안을 만들어 왔어. 한번 읽어보고 원하는 것 있으면 말해봐."
그가 A4 종이에 적힌 것을 내밀며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 나도 전에 어학연수 갔을 때 셰어하우스 살아봐서 어느 정도 기본은 알아. 너무 걱정하지 마."
그녀는 꼼꼼히 적힌 것들을 읽어 내려간다.
- 주방 사용 후 바로 정리 하기
- 거실 테이블은 공용 공간이므로 개인 물건 놓지 않기
- 머리는 화장실에서 말리기
- 방문이 닫혀 있을 땐 방해하지 않기
- 청소는 구역을 나누어 주 별로 돌아가면서 하기...
특별히 제안할 것들이 없을 정도로 구역별로 아주 꼼꼼하게 잘 적혀 있었다.
"뭐 이 정도면 괜찮네. 월세는 저번에 말한 금액으로 하고 관리비나 나머지 것들은 반반 씩 내는 걸로 하자."
"그래 좋아."
"그럼 이사 날짜 잡고 집도 내놓고 해야겠다.".
드디어, 이삿날이 되었다.
그동안 큰 짐들은 다 정리된 상태였고 오래된 묵은 짐들도 다 버린 상태여서 생각보다도 가져갈 짐은 그 닷 많지 않았다.
그가 이미 그녀의 가전이나 방배치를 어떻게 할지 생각해놓았기 때문에 이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녀의 짐들이 자리를 차지하니 집이 좀 좁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욕실과 주방, 거실 곳곳에 그녀의 물건들이 놓였다.
그녀는 묘한 감정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물론 이혼 후 다시 누군가를 만나거나 재혼을 할 수 있다는 걸 상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한 집살이가 시작되는 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 그녀는 다시 누군가를 만난다면 같이 살아보고 결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전에 그와의 대화에서 미국에서 그가 봤던 그들의 연애 형식이 그녀는 참 현명하고 신중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예전에 미국에서 이혼 후 한국에 온 분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선 이혼을 하면 그 뒤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결혼을 신중하게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에게 들었던 그들의 방식도 친구로 지내며 서로를 다방면으로 맞춰보고 정말 이 사람과 사귀어도 되겠다 싶을 때 고백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연인으로 발전하면 그때부터는 정말 신중하게 서로에게 집중하며 관계를 이어간다고 했다.
좋아하는 감정만이 아니라 서로 대화가 통하는지, 사소한 습관까지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혼을 결정하는 게 올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그녀의 잡념을 날려버리며 말했다.
"내가 주방 정리 도와줄게. 에일리는 거실에 놓인 짐들 정리해서 방을 정리하는 게 좋겠어. 이따 잠도 자야지. 얼른 정리하고 저녁 먹으러 가자! 내가 도와주니까 맛난 거 사줘야 돼."
"하하하 생색은, 그래 알았으니까 얼렁 움직여! 삼겹살 먹으러 가자. 저번에 갔던데 맛있더라. 집이랑도 가깝고, 자자 Move Move~"
저녁 후에 같이 거실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며 굿 나잇 인사를 건넸다.
침대에 누워 약간은 설레는 맘으로 그녀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았다.
친구라고는 하지만, 남녀 사이이고 이렇게 시작하는 한 집살이가 괜찮을까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서로 큰 문제없이 지내왔기 때문에 그녀는 새롭게 시작하는 이 생활이 무난히 지나가리라 여겼다.
아침부터 이사하고 짐 정리로 피곤했는지 그런 생각들도 잠시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이렇게 그들의 동거생활이 시작되는 첫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