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단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그렇게 그들의 친구관계(?)가 시작되었다.
사실 그녀는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서로 연락하는 것도 대화 내용이나 어떤 것도 그렇게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고 느껴졌다.
주말이면 같이 밥을 먹고 시간 여유가 되면 골프장에 연습을 갔다.
여전히 데이트 통장에 돈을 걷어 밥값이며 다른 비용들을 쓰고 있었고 전처럼 자기 전에 반드시 전화를 걸어 굿나잇 인사를 건네거나 하진 않았지만 모든 것들이 전과 똑같았다.
하지만 역시나 행동함에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말을 건넬 때도 연인이었을 때처럼 하기가 참 애매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점 약간의 '거리두기'의 관계가 된 것이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집착이란 감정은 점점 사그라들었고 오히려 내 삶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니 주말에 만나는 시간이 더 값지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것이 사람 사이의 거리인가?'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연인이나 부부라고 해서 모든 것을 공유하고 가까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친구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의 꿈과 각자가 가치를 두고 하는 일을 독려하며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느 날인가 그가 이런 말을 꺼냈다.
"요즘 에일리 보면 많이 편안해진 것 같아. 친구도 나쁘지 않지?"
"응 그런 것 같아. 집착도 좀 사라진것 같아 그리고 너를 보는 게 더 편안해졌어. 우리가 꼭 결혼을 해야 하는 나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미 한번 경험도 했고 그 길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까. 다른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
"맞아. 나도 그래. 서로에게 좀 부족한 부분들이 채워질 때까지 이렇게 친구이자 인생의 파트너로 지내는 것도 나는 좋을 것 같아."
"그래.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알아가 보자."
그녀는 그의 말대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요즘처럼 코로나 덕분에 사교 모임이나 친구들 모임조차 점점 어려워지는 시기에 의지 할 수 있는 친구가 가까이 있다는 건 참 고맙고 든든한 일이라고 느껴졌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책에서 처럼 남자와 여자는 사고방식부터 다른 부분들이 참 많이 있다. 또 각자의 장점을 살려서 할 일이 있는 순간이 있다. 서로 그런 점들이 잘 보완이 되는 관계라면 친구이든 연인이든 부부이든 상관없지 않을까.. 인간 대 인간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뭐 이런 것...
좀 다른 맥락일 수는 있지만 예전에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보면 주인공 캐리에게 게이 남자 친구가 있다. 그 둘의 사이를 보면서 여자 친구들과는 또 다른 점들이 있기 때문에 '나도 저런 게이 남자 사람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는 게이가 아니다.)
그녀는 어찌 보면 홀로서기가 확실히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 누군가와 함께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현재 그는 그녀에게 재테크에 눈을 뜨게 해 준 멘토나 다름없었고 생활 습관 등등 여러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 합의점을 잘 찾아간다면 이대로 그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 이 점에 있어서는 그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그들에게 새로운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