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탈혼

아름다운 이별은 없었다.

by HeeSoo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시간은 흘렀다.
서로의 눈을 피하고 마주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날짜가 다가 올 수록 조바심이 났다.
순순히 그가 그녀를 보내줄지 그녀는 의구심이 들었다.


조정기일 전날 그녀는 그에게 대화를 청했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를 원했다.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서로를 힘들게 할 뿐이기 때문에 내일 깔끔히 마무리하자고 그녀의 생각을 말했다.

그도 그녀의 결정에 동의한다며 자신도 나름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그는 그녀의 잘못이라며 원망하고 있었다.


법원에 도착하여 그녀는 변호사와 만났다.

이혼을 준비하면서 변호사는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그만큼의 금전적인 대가는 따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하는구나..'

법원의 풍경은 생소하면서도 어색했고 저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여기에 온 걸까 하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판사 앞에 앉았고 합의에 의한 이혼이 진행되었다.

재산분할에 대한 것에 그가 동의하지 못하자, 판사는 시간을 줄 테니 합의하고 오라고 했다.

참.. 웃픈 상황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판사 앞에서 동의하고 합의하여 이혼 도장을 찍었다.


그 뒤 그녀는 살 집을 알아보았다.

급하게 집을 구하려다 보니 2달 뒤에나 이사를 갈 수 있었다.

그녀는 전 남편에게 부탁해서 지금 집이 직장과 가까우니 두 달을 머물 수 있을지 물어보려 했다. 시댁이 그의 직장과 가까웠기 때문에 그가 간단한 그의 짐만 챙겨가면 서로 편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엄청난 착각이었다.

그는 바로 다음날 합의금을 보내고는 당장 집을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보고 싶지 않으니 당장 옷가지를 챙겨 친정으로 가버리고 나중에 본인이 없을 때 와서 정리를 하라는 것이었다. 살림살이들을 다 갖고 나가야 하는 그녀의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그는 짐을 두 달간 보관해 줄 테니 그녀에게 나가줄 것을 제안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제안인가?

막상 모든 살림살이가 없어진다 생각하니, 자신이 다 구입해야 된다 생각하니 아쉬웠나?

역시,,, 현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었다.'


그녀는 당장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고 이주 정도 기간을 그에게 요청했었지만 그녀 또한 빨리 나오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 그리고 이틀 뒤 짐을 다 챙겨 나왔다. 그렇게 자기 집이라고 툭하면 나가라고 하던 엄청난 유세를 떨던 그 집에서 탈출하는 순간이었다.

텅 빈 방안과 거실 등을 바라보며 허무한 마음도 들었지만 빨리 그 집에서 탈출하게 되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혼이란, 부부가 합의 또는 재판에 의하여 혼인관계를 인위적으로 소멸시키는 일이라고 사전에 명시되어 있다.

다행히도 그녀는 재판까지는 가지 않았다. 아마 그랬다면 더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이혼이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혼녀'란 타이틀이 생기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또한 그녀의 지인들은 '요즘 이혼은 흔하고 흠도 아니야'라며 그녀의 결정을 지지해 주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결혼 기간이 짧았고 아이가 없다는 점이 여느 다른 부부들과는 달랐고 특히, 아이가 없었다는 점에 있어 그녀는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누군가는 조상 덕이라고 하기도..) 한편으론 그렇게 스트레스받으면서 아기가 생기기도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얼마 전 , 어느 독자분이 제안 메일을 보내왔다.

'당신은 이혼한 여자인가? 그래서 여자들을 다 깡패로 만들어 이혼 시켜 우리나라를 이혼녀 국가로 만들려고 환장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마도 그분이 모든 글을 다 읽고 나서도 그런 제안 메일을 보냈을까?

자신의 딸이 그녀가 겪은 일들을 겪었었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이혼은 어느 누구에게도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당사자들은 물론 양쪽 가족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다. 이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할지언정 그 상처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그 상처가 아물고 옅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참고 살고 모든 것을 내어주고 포기해가며 맞지 않는 가족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옮은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의문이 남아있다. 그러나 최소한 인간적인 대우는 받아야 하지 않을까?

결혼을 통해 남편은 아내에게 대접받고 아내는 남편에 대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쪽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시댁은 며느리를 배려해주고, 처가댁에선 사위가 배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경험처럼 유별난 가족과 엮이고 흔하지 않은 경험을 한다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이다. 누가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리고, 그녀에게 만약 아이가 있었다면 이 이야기의 끝이 달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어마 무시한 책임감이 따르는 일 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 전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서로 맞춰보고 결혼을 결정하길 바란다. (실은 동거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녀와 같은 경험을 겪지 않으려면 결혼 전에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 좋을지 심도 있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Cover photo from https://pomnyun.tistory.com/412 [법륜 스님의 희망편지]


210519 내용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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