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과 함께 찾아온 것

아이 없는 완전한 삶 (Childfree)

by HeeSoo
아마도 갈등이 고조되면서부터 그녀는 '임신 시도를 그만두어야겠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이없게도 임신 시도 때마다 갈등은 찾아왔고, 점점 드러나는 그의 가족의 모습은 그녀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가족의 모습이 아니었다.


특히, 아내를 대하는 남편의 태도는 자식들의 가르침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녀에게 시어머니의 모습은 정말 그녀가 원치 않았던 모습이었다.

이 집에선 아들을 낳아도 딸을 낳아도 건강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의 남편이 장남이고 장손이란 말을 자주 들었던 그녀는 왠지 아들을 낳아 의무감을 해소하고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두려움과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어느 순간 메말라 버렸다.


연애 때가 떠올랐다.

처음 그가 그녀에게 막말을 내뱉었을 때

"우린 밑바닥을 본 거 같아. 그만 헤어지자." 그녀는 그에게 통보했다.

그는 이건 밑바닥이 아니라며 집으로 가려는 그녀를 붙잡았다. 아직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며 애원하는 그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그녀는 훗날 어떤 일들이 닥칠지를 전혀 알 수 없이, 그렇게 그를 용서하며 다시 만났었다. 또 한 번은 "난 애들 앞에서 내 남편이 나한테 욕하는 거 보이고 싶지 않아. 그건 애들 교육에도 좋지도 않고 그런 형편없는 엄마로 아이들한테 비치고 싶지도 않아"라고도 말했다.


이처럼 과거의 기억들이 밀려왔다. 결혼 후 그녀가 본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관계는 그녀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왠지 그녀 자신의 미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두렵기까지 했다.

'모든 것들은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이혼을 결정하면 앞으로 그녀에게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진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건 몇 년간 그녀가 꿈꿔왔던 가족의 모습을 포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그녀는 알았다. 건강하지 못한 가족 안에서는 건강한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는 걸...

또한 시아버지의 간섭이 얼마나 심해질지도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녀는 이혼과 함께 '엄마'라는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앞으로 '아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받아들였다.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만약 내가 운 좋게 아들을 낳아 시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산다고 하더라도 왠지 그 아이를 그녀의 교육관대로 키울 수가 없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나처럼 다른 집 딸이 고통받을 수도 있겠지..'

'이런 가부장적인 폐단은 그만 없어져야 해.. ' 이런 극단적인 생각까지 그녀의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어릴 적 그녀는 다른 여자아이들과 달리 인형놀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사춘기가 지나고 성인이 되어도 아기를 이뻐하거나 낳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동생의 결혼과 함께 찾아온 조카들을 만나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점점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조카가 '엄마'라고 부르며 올케와 어울리는 걸 보고 문득 부러움을 느꼈었다.

아마도 그때부터 그녀도 아이를 낳고 싶다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전 남편과의 결혼이 시아버지의 반대로 실패했을 때 그럼 혼자라도 아이를 키울 수는 없나 하고 방법을 찾아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그와 그녀를 닮은 아이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그러면서 그와의 결혼과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리에 강하게 자리 잡았던 것 같다.


막상 이혼을 결정할 땐 이런 소망보다는 '무엇보다' 그녀 자신의 삶에 집중하여 결정을 내렸다.

마흔 중반의 나이에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이 아이나 그녀를 위해 옳은지... 그 정도의 체력과 책임감이 있는지.. 또한 그것과 동시에 밀려오는 집안일과 제사 등등 다 해낼 수 있는지 등등 너무 많은 것들이 얽혀있었다.


이혼 전 그는 그녀가 꿈꾸던 그런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부모님께 잘 사는 모습을 보이고 손주 낳아서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말을 맺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판단했다.

'아기를 낳아 시부모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아이를 낳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결혼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가 말하는 미래의 모습 속에 그녀와 어떤 가정을 꾸리고 살지에 대한 말은 들어있지 않았다. 여기서 다시 한번 그녀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남편과 아이가 있는 가정을 꿈꾸던 그녀는 살라면 각오하라던 그들의 말을 내동댕이 쳐버리고 그녀 자신의 삶을 택했다.





이혼 후, 엘런 L. 워커의 '아이 없는 완전한 삶 Complete without kids'란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 또한 2016년 초판 된 책으로 그때 조금만 그녀가 다른 것들에 눈을 돌려 자신의 삶을 바라보았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을 준 책이다.

누구나 여느 부부처럼 아이를 낳고 화목한 가정을 꿈꾼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 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아이가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 앨런은 이런 이들을 만난 인터뷰를 통해 그들 삶을 들여다보고 그녀가 가졌던 의문들을 답을 찾아낸다. 어떤 이유로든 아이가 없는 경우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경제적인 여유와 자유로운 삶'이었다.


물론, 어버이날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날이 오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 날을 보낸다.

요즘 삶의 방식은 많이 다양해졌고 누구도 다른 이의 삶의 방식에 대해 평가하고 '감 놔라 배 놔라' 할 자격은 없다는 생각이다.

어찌 되었던 이혼을 결정함으로써 모두가 말하는 아이가 있는 평범한 가정은 꾸릴 수 없을지 몰라도 평생 함께할 동반자(배우자)를 만나는 기회 조차 읾은 건 아니니 어쩌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일일 지도 모른다.


"이제 어느 정도 아이 키워놓고 인생을 즐길 준비를 해야 할 나이인데 이제 아이 낳아서 키우는 게 쉬운 게 아니야. 40대 출산도 힘들고 잘 생각해봐." 친구의 조언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현실적인 판단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남들이 흔하게 말하는 평범함을 벗어나 다른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 또한 이혼 후에 겪어야 하는 일 중 하나였다.


지금 그녀는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난 후 홀가분한 마음과 평화로움을 느끼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힘든 시술을 받지 않아도 되고 모자란 잠으로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었다. 고된 업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상쾌하게 샤워를 하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실 때 '음.. 이것도 나쁘지 않아..' 라며 자그마한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그녀 자신의 삶의 방식을 찾아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모든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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