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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May 24. 2021

관계의 기울기

걸음이 느린 아이

사람은 누구나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태어나자마자 맺어지는 부모와의 관계에서부터 친구, 연인, 직장동료와의 관계 등 다양한 관계 속에 살아가기 마련이다. 또한 관계 속에서 우정, 사랑, 배신감, 좌절, 아픔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녀의 선택'을 끝내고 나서 친구로부터 장문의 메시지를 받았다.

이런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면서 한편으론 그런 아픔을 겪은 나를 다독이며 걱정하는 메시지였다.

그동안 남을 위해 살아봤으니 이제는 조금 이기적이 되어 너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살아보라고 친구는 조언해 주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어느 정도 치유가 되면 그때 또다시 주위를 둘러봐도 괜찮다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나에게는 하나의 의식과 같았던 글쓰기가 끝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짐을 느끼고 있던 찰나에 그런 응원의 메세지를 받으니 더욱 힘이 났다.


다음날 저녁 창밖으로 바라본 햇살이 너무 좋아 가벼운 차림으로 운동을 나섰다.

동네 근처에 있는 700M 길이의 트랙이 있는데 많은 동네 분들이 다들 걷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무리에 끼어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한번 깊게 맺은 관계가 끝나고 그곳엔 상처도 두려움도 아직 남아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시 관계를 맺는 걸 두려워하다 보면 그렇게 시간을 흘러 보내다 보면 다시 관계 맺기가 어렵지 않을까?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다시 누군가를 만나서 헤어지고 힘들더라도 피하지 않으려고. 관계를 맺는걸 두려워하지 않을 생각이야. 그렇게 살다 보면 진짜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겠지. 아마도 죽기 전엔? "

이 말은 친구에게 한 말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에게 다짐처럼 하는 말이기도 했다.


아마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상처가 남아있어 새로운 만남을 방해할 수도 있고  상처로 인해 오히려 상대방에게  다른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 또한 그런 두려움과 상처로 걸음이 느린 어린아이가 되어 뒤쳐수도 있다.

나에 대한 감정이 커진 상대방이 좀 앞서 나가거나 너무 크게 다가올 때 이 상처 받은 아이는 움츠려 들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계속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또 상대방에게 그렇게 빨리 가지 말고 나에게 걸음을 맞추어 달라고 부탁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상처는 보듬어질 수 있고 오히려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과 배려를 나눠 준 후에 오히려 상대방으로부터 상처를 받았으면 저런 말이 생겨났을까 싶다.


아마도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둘이든 셋이든 관계나 감정에 있어 아주 똑같이 동등해지기는 어렵다. 어느 한쪽으로 그 마음의 크기는 기울기 마련이다. 더 배려하는 쪽이, 아니면 더 사랑하는 쪽이 상대방 쪽으로 기울겠지...


그런 더 큰 마음을 고마움으로 잘 받아들이고 그 사람 곁으로 한 발짝 다가가려 한다면 걸음이 느렸던 아이도 어느 순간 상대방과 같은 보폭으로 함께 걸음을 걸을 수도 있을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한발 한발 걸어 나가자!

그렇게 걷다 보면 아마도 어느 순간 옆에 나랑 보조를 맞춰 함께 걸어가 줄 이가 생겨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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