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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May 08. 2021

김치찌개와 계란 프라이

여행의 이유

어릴 적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을 두었던 나와 동생은 방학이면 집에서 둘이 시간을 보냈다.

겨울이 되면 엄마는 참치캔의 참치가  들어간 김치찌개를 끓여놓고 일을 하러 가셨다. 밥통에 밥이 있으니 동생과 함께 챙겨 먹으라는 말을 하시면서 ,,,

끼니때가 되면 동생과 나는 계란 프라이를 부치고 엄마표 김치찌개를 데워 재운 김과 함께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변변치 않은 한 끼라고 생각이 들 수 도 있겠지만, 그땐 그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우리의 밥상이었다.


어른이 된 이후에도 동생과 나는 가끔 어릴 적 그때를 떠올리며 맛있게 먹었던 김치찌개와 계란 프라이를 이야기를 하며 행복했었다고 추억한다.

그때는 '가난'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모든 것이 그때보다 풍요로워진 지금의 현실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한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금수저와 흙수저'이야기가 유행했었다. 요즘도 '얼굴 금수저'라는 표현이 종종 사용되기는 하지만 유행하던 당시만큼의 사회적으로 사용되는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SNS 계정을 한 개만 갖고 있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사이버 세상의 정보교류는 너무나 흔한 것이 되었다. 언젠가 누가 '요즘은 누가 머 먹었는지도 다 아는 세상이야!'라고 하는 말에 '아하'라고 내 뇌가 반응한 적이 있었다.

그렇듯 많은 것들이 공유되는 지금이 가끔은 그렇게 좋게 보이지만은 않기도 하다.

서로 모르고 살았던 계층 간의 차이점이 까발려지면서 점점 빈부격차에 대한 자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 만나는 친구와 주변 사람들은 점점 더 좋은 차, 좋은 집을 원하고 주식과 펀드 등 재테크 이야기에 열을 올린다.


김치찌개와 계란 프라이만으로 행복하던 시절은 잊혀지고 점점 더 많은 부를 누리기 위해, 남보다 나은 삶을 위해 다들 열심히 달려간다는 느낌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현실에 부딪치고 저축만 하던 나 또한  재테크하는 법 등을 찾아보면서 돈을 모으려 노력하고,

가끔은 월급쟁이 신세를 한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몇 해 전 서점을 찾았다가 베스트셀러란에 진열되어 있던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인해 다양한 불안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가 제안한 몇 가지 해법 중에 지금까지도 내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여행’이었다  


직장인이 느끼는 그 어떤 불안이  또는  빈부격차가 로또를 맞지 않는 이상 한 번에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여행을 통해서 우리는 불안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어느 정신과 의사의 강의에서 '미니 여행'이란 단어를 들은 적이 있다. 퇴근길의 루트(route)를 살짝만 바꾸어도 우리 뇌는 그것을 새롭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한때 도깨비 여행처럼 금요일 퇴근 후 출발해 일요일에 돌아오고 주말 1박 2일이면 국내 어디든 다녀올 수 있는 세상이다. 비행기라도 타고 싶다면 우리만의 작은 해외인 제주도로 날아갈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시대라서 해외여행은 어렵지만, 국내도 아직 가볼 만한 곳이 너무나 많다.

(단, 마스트를 잘 쓰고 서로 에티켓을 잘 지켜야겠지만...)

얼마 전 나는 주문진을 다녀왔다.

해변가를 거닐고  도깨비 촬영지인 영진해변의 어느 카페에서 가져간 책을 읽거나 방사제에서 사진 찍는 이들을 구경했다.  2박 3일 일정이었는데 마지막 날엔 체크아웃을 하고 해안도로 드리이브만 잠깐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막상 그때는 그렇게 큰 감흥을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며칠 뒤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창 밖을 볼 수 없는 내 일터에서 나는 문득 그 파란 바다와 빨간 등대를 떠올렸다.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들었고 왠지 귓가에 파도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 이래서 여행을 떠나라고 하는구나

다음 나의 여행지는 깊은 산속 옹달샘으로 힐링 스테이를 떠날 예정이다. 이번에는 산속에서 흙을 밟고 거닐어  생각이다.
불안하고 답답한 당신이라면 주말을 틈타 어디든 훌쩍 떠나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 함께 우리의 뇌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을 멈추지 말자!


cover photos by HeeSoo in Jumoon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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