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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Jul 07. 2021

SNS 계정 해킹

관계의 거리

얼마 전 갑자기 가입한 적이 없던 밴드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다.

늦은 시간이어서 그저 '이상하네..'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한동안 뜸했던 밴드에 들어가 보았더니 좀 어리둥절한 상태가 되어있었다.

일단, 자동가입이 된 밴드들을 탈퇴하고 잠이 들었다.


그러다 다음 날 늦은 저녁 지인으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다.

'밴드 계정 해킹당한 거 같아. 밴드에서 이상한 게 왔어.'

'어, 이상하네.'


다시 밴드에 접속하니  어느새 계정이 신고를 당해서 차단이 되어있었다.

이때서야 전 날 저녁의 일들이 떠올랐다.

'아. 계정이 해킹당해서 알지도 못하는 밴드에 가입이 되어있었구나.'


지인을 통해서 들은 바로는 밴드 계정을 통해서 불법 동영상을 유포한 모양이었다.


순간 좀 당황스러웠다.  이미 차단을 당해 어찌 된 것인지 상황을 알 수도 없을뿐더러 지인들에게 피해가 갔을까 걱정도 되었다.

계정을 삭제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은 신고부터 해야겠단 생각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사이버수사대에 신고를 했다.  신고 절차를 따라가다 보니 다행히도 나는 금융계좌등을 통해  돈이 털리진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런 일들이 주변에 많이 일어나는 모양이었다.


인터넷으로 접수를 마친 후에 14일 이내에 경찰서를 방문해서 정식 접수를 하란 메시지를 받았다.

며칠 뒤, 경찰서를 방문해 정식 의뢰를 하고 지장으로 서류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왔다.


신고를 마친 뒤에도  먼가 불안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계정을 삭제해야 되나 다시 고민이 밀려왔다.

20년 가까이 사용해 오던 계정을 없앤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동안 모아진 사진, 데이터, 블로그 등등 많은 것들에 대한 미련들....


한순간 그런 미련들을 버려버리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 전, 어떤 이가 SNS를 끊고 나니 삶이 자유로워졌다고 한 얘기를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결심을 굳히고 행동으로 옮겼다.

생각보다 방법은 간단했고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그런데 그 많던 미련들은 어디 갔는지,, 그렇게 끌어안고 있던 것들이 사라졌음에도 크게 불편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어찌 보면 이런 일을 진작에 했어야 했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한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혹여나 나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았을까? '


개인사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던 건 사실이었다.

그 순간들 만큼은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집중을 했던 시간들이었다. 아마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지난 인연들에 대해 생각이 밀려왔던 거 같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 명의 지인에게 혹시 내 계정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은 아닌지 메시지를 보냈다. 읽씹... 예상하지 못했었다.

아마도 지난 시간 동안 사람들은 변해갔을 텐데  나의 생각만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았나 싶다.


어찌 보면 코로나로 인해 자주 어울리던 사람들과의 거리는 멀어졌고 오히려 자주 연락하지 못했던  멀리 있던 친구들과의 연락이 더 잦아지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만남의 깊이와 추억들에 의한 차이 때문일까?


요즘 그런 생각들이 든다.

어릴 적 만났던 친구들은 순수했던 그 모습 그대로의 나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같은 기억 속에서 나이가 든 지금도 여전히 친구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오히려 사회에서 만나 자주 어울리고 가까웠던 사람들과는 물리적 거리감이 생기니 마음의 거리감도 같이 생긴 듯하다. 또한 가깝다는 이유로, 그놈의 한국인 특유의 오지랖으로 인해 오해받고 상처 받고 그랬었던  것들과 멀어지게 된 거 같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인연들을 끊어내기도 했었다.  힘들면서까지 그 인연들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던 맘이 컸던 거 같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 거리감을 갖게 된 것 같다. 그것이 강제에 의한 것이든 자의에 의한 것이든..

이 시간들을 통해 개인을 존중하고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법을 익힐 수 있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회생활에서도 회식 문화가 사라지면서 굳이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마주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혼자 만의 시간이나 취미 생활에 집중하게 되는  또한 그런 것들로 부터 멀어지고 싶어 했던 마음들이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본다.


'나'가 아니라 '우리'란 말을 자주 쓰는 우리가....

'나'와 '너'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된다면 어떨까?


나와 다르게 말한다고 해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내 생각이나 말을 강요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한 번쯤은 받아들이면 어떨까?

'우리'속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너'로서 인정하면 어떨까?


가끔은 우리 속에 있기보단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이  편안할 때가 있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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