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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Jun 25. 2021

Stand by my side

잠들지 않는 밤

세 번째 만남 때 그녀는 브런치에 작가가 되었다며 시간이 되면 글을 읽으러 오라며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날 헤어진 후에  사과를 받은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 그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리 공부도 할 겸 영어로 대화도 하고 주제도 정해서 토론도 하고 그러면 어때요?”

“아  좋은 생각이에요~”

그녀가 답했다.  


그렇게 주 중에 연락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의 생활 패턴도 알게 되고 자연스레 서로의 끼니를 챙기게 되었다.

어느 날 늦은 퇴근을 하던 그녀는 출출함을 느끼고 그에게 야식을 먹자고 제안했다.


“오늘은 이미 저녁을 먹어서 어려울 것 같아요. 내일 저녁은 어때요?”

“그럼 전에 가봤던 양평 해장국집 갈래요? 선지나 내장 같은 거 먹어요? 거기 국물이 진짜 맛있어요!!! “

그녀는 전에 한번 가보았던 해장국집의 진하던 국물 맛이  떠올라 그에게 맛집이라며 가자고 했다.

“그래요? 그럼 한번 같이 가봐요!!”

“네~ 그럼 내일 근무 끝나고 전화할게요!”


누군가와 함께 맛있는 해장국을 먹으러 가는 것도 좋았지만 쓸쓸할 것 같은 퇴근길에 약속이 생겼다는 사실 또한 그녀를 즐겁게 했다.



다음날 그녀는 그에게 집 주소를 받았고 그의 집 앞에 도착해 전화를 걸었다.

그가 전화를 받고 나왔다.


“내가 운전할까요?”

“그래요. 나도 한번 가본 곳이라 해장국집 주소는 내가 내비로 찍을게요. ”

그렇게 그들은 그녀의 차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그가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 나이도 똑같고 친구인데 말 놓는 게 어때요?"

"... 음... 괜찮은 생각인 거 같아요." 그녀는 가벼운 웃음과 함께 그의 말에 동의했다.


음식점에 도착해 해장국 두 개를 시켜놓고 그녀는 재잘거린다.

"여기가 원래 본점인데 조기 옆에 있다가 이쪽으로 이전한 거래. 처음엔 다른 동네에 있는 집으로 갔었는데, 거기는 여기 할머니 아들이 오픈한 거라 하더라고. 근데 말 놓으니까 아직 좀 어색하다. "

그녀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실은 나도 동갑친구는 처음이야. 실은 그전에 여자 친구들은 다들 어렸어서.. 이렇게 동갑을 만나니까 대화가 참 잘되는 것 같아. "

"아무래도 살 던 시대가 비슷해서 그런가?"

편안한 대화를 나누며 해장국을 연신 입으로 가져간다.

"국물이 진짜 맛있다. 이건 제대로야. 이렇게 야식 말고 다음에는 식사시간 맞춰와서 국물까지 다 먹어야겠다."

그가 뚝배기의 바닥이 거의 보일 정도로 먹고는 내뱉는 말이었다.

소개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그녀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다 먹고 주차장에 나오니 두어 대의 차량만 남아있었다.

"좀 외곽이라 그런지 다들 일찍 먹고 갔나 봐. 근데 봄이라 그런지 밤바람이 시원하다."

"그럼 소화도 시킬 겸 우리 동네 가서 좀 걷다가 갈래?"

"그러자!"




다시 그의 집에 차를 주차하고는 집 앞 산책로로 나갔다.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나와서 운동에 몰두하기도 하고 길가 옆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아직은 어색한 둘은 천천히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영어는 어디서 배웠어? 나는 전에 호주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어학연수 다녀왔어." 그녀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나는 미국에 좀 오래 있었어. 첨엔 쉬러 갔다가 간 김에 공부도 하고 왔지."

"아 그랬구나. 어쩐지 발음이 좋더라."

옆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가자 그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 길 안쪽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살짝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이런 매너 행동을 받아본 게 언제지? 나도 참 주책이다. 별거에 다 심장이 쿵쾅 거리네...'


그는 이런저런 얘기를 끊임없이 했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주로 경제에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워낙 그쪽에는 아는 것이 없던 그녀에게 그가 해주는 이야기들은 참 흥미로웠다.

또한, 이혼 후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그녀에게 미래를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이기도 했다.

그의 과거 이야기, 그의 관심사를 들으며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좀 키 차이가 나선 지 머리가 어깨에 정도밖에 닿지 않았고 왠지 땅꼬마가 된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는 머든지 혼자서 헤쳐나가야 한다고 다짐했던 그녀에게 한동안 잊고 있던 감정들이 살아나는 게 느껴졌다.


"다리 안 아파? 신발이 좀 불편해 보이는데 좀 쉬었다 갈까?" 그가 그녀에게 물었다.

" 좀 쉬었다 가자~ 우리 진짜 많이 걸은 것 같아. 근데 시간이 정말 금방 간다."

"응~ 나도 그래. 너랑 얘기한 는 게 편하고 재밌다." 그가 하회탈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대화를 하면서 느낀 점은 그는 참 솔직하다는 것이었다. 마스크를 썼을 때 조금은 냉정해 보이지만 눈이 웃을 땐 한없이 순순해 보이는 그였다.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그녀는 등을 젖혀서 고개를 위로 향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맑은 하늘에 별들이 꽤나 반짝이고 있었다. 상쾌한 공기가 느껴지며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것들이 꿈만 같았다.

"있잖아. 나에게 이런 편안한 시간이 찾아올 거란 생각은 못했던 거 같아. 이 시간에 이렇게 숨 쉬며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한 거 같아. " 그녀가 읊조린다.

"편안하다니 다행이다. 나도 원래 지금 잘 시간이긴 한데.. 너랑 있으니 참 편한 거 같아.."

"참. 물어보고 싶은 거 있는데 물어봐도 돼?"

"먼데?"

"그때 사과 산거 왜 다른 사람들까지 다 사서 준거야? 첨엔 솔직히 다른 여자 멤버한테 관심 있나 했다가 그 언니가 애인이 있단 얘기 듣고 나주려고 하나? 그런 생각했었어. ㅎㅎ 그리고 그때 내 옆에 와서 나한테 신문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오래 먹을 수 있다고 알려줬잖아.  그래서, 나 줄려고 샀나 생각했었어. "

"... 실은 사과가 맛있어서 너 주려고 하나 더 샀는데 다른 사람들도 있잖아. 그래서 그냥 다 샀던 거야.."

"ㅋㅋㅋ 그랬구나.. 그 사과 진짜 맛있더라.."


그녀는 나를 생각해 준 그 마음에 고마움도 느꼈고 한편으론 처음 만났던 날의 눈 마주침을 떠올렸다. 왠지 그에게 그날 왜 그렇게 나를 쳐다봤는지 물어보고 싶어 졌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싶은 생각에 다음으로 미루며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 너무 고마웠어. 같이 밥 먹으러 가준 것도 이렇게 같이 산책하고 이야기 나눈 것도... 이 시간까지 이렇게 있어본 거 정말 오랜만이야. 그리고 편안하고 좋았어." 그녀가 감사의 표현을 전했다.

"나도 즐거웠어."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같이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계속해서 그녀를 돌봐주던 그의 몸 짓과 말들이 떠올랐다.

'나에게 호감이 있는 거겠지? 그래서 사과도 사주고?'

그의 다정함과 그녀를 배려하던 모습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점점 채워갔다.


집에 도착할 때쯤 잘 도착했는지를 묻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는  도착했다는 답장과 함께 'Good night' 인사를 건넸다.  아직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그와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설렘에 쉽사리 잠이 들지 않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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