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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Jun 07. 2021

첫 만남

그가 나에게로 왔다.

이혼 이후,  같은 취미를 갖은 사람들과 어울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녀가 처음 소모임에 나갔을 때였다. 


마무리할 일이 있어 처리를 하고 조금 늦게 모임에 참석하여 첫 참석으로 인한 어색한 몸짓과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하얀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모임장인 듯한 남자가 일어나 옆 자리로 앉도록 권유하며 인사를 건넸다.  

 '아마도 이 모임의 모임장인 모양이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잠시 후 모임장은 그녀를 다른 멤버들에게 소개해 주었다.  그때 처음으로 그녀는 그 멤버들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에게 있어 그의  첫인상은 그렇게 좋진 않았다. 

큰 키에 마른 체격, 쌍꺼풀이 진 좀 큰 눈, 투 블록 헤어스타일... 

'직장인처럼은 안 보이네. 저 사람도 그렇고 다들 뭐하는 사람들 일까?'


이런 궁금증을 뒤로하고 같은 테이블의 사람들에게 자기소개를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두 팀으로 나누어  모임이 진행되고 있었고 잠시 후 옆 테이블의 사람들은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가겠다며 먼저 자리를 뜨겠다고 하였다. 아마도 다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음이 통했나 보다. 다음에 만나자며 인사를 건네던 그때, 그녀는 그와 다시 한번 눈이 마주쳤다. 


그는 눈을 떼지 못한 채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날 왜 뚫어져라 보는 거야?'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녀도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한참을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더니 어색한 표정으로  다른 일행들을 따라나섰다. 


이렇게 첫날,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채 그들은 헤어졌다. 




이 주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녀는 두 번째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 날도 역시 좀 늦게 도착한 그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그날은 모임장이 가져온 질문을 토대로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그에 대해 전혀 인식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모임이 마무리되고 출출한 저녁시간이 되자, 모임장이 저녁을 제안한다. 

"우리 어디 가서 저녁 먹고 헤어질까요?"

'어차피 집에 가면 혼자 먹어야 할 텐데 저녁이나 먹고 갈까' 그녀는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이렇게 그녀와 그는 모임장이 안내하는 근처에 언제나 사람이 북적인다는 고깃집으로 향했다. 

음식점에 도착해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 우리 동갑 친구예요. 실은 나보다 동생인 사람이 모임에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동갑친구가 들어온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우리 앞으로 잘 지내요." 

"아~ 우리 동갑이구나. 반가워요. 나도 친구가 있다니 좋네요."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그렇게 그들은 저녁을 먹고 자리를 옮겨  커피숍으로 향했다. 



세 번째 만남이 찾아왔다. 

이미 다른 멤버들은 모임 장소에 도착해 있었고 그녀는 마지막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자리잡은 멤버들에게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들어갈 때였다. 

그가  손을 흔들며 반달이 된 눈으로 웃으며 그녀를 맞았다. 


'음,, 엄청 반가운가 보네. 저렇게 반겨주는 사람이 있으니 기분이 좋구나'


그러면서 한편으로 '동갑이란 말을 들어서 마음이 편한가? 저 친구랑 가까워지면 좋겠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그녀는 그의 빈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으로 가까이서 대화를 나눈 시간이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녀는 그로부터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모임이 마무리되고 그들은 다 같이 저녁을 먹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였다. 

자리를 이동하던 그때, 그는 맛있어 보인다며 사과를 사 와 멤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과를 신문지에 싸서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한 달 동안도 보관이 가능하다며 그녀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자상한 타입이구나. 근데 왜 멤버들 모두에게 사과를 사 주었을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티가 날까 봐 그러나?' 


뒤풀이 장소에서 그들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녀는 다른 이들과 대화하는 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나처럼 말할 때 주저하는 타입이 아니구나.' 부드럽지만 강하게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좀 더 호감이 생기는 걸 느꼈다. 


그렇게  헤어진 다음 날,  그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서로 공부도 할 겸 영어로 서로 카톡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실은 그녀도 친구인데 연락하며 지내자고 이야기해볼까 하며 먼저 연락을 해보려던 찰나였다.)

기꺼이 제안을 수락을 한 그녀와 그는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며칠 뒤,  맛집에 가고 싶던 그녀는 그에게 함께 갈 수 있는 지를 물었고 그는 기꺼이 같이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그 둘은 저녁 약속을 잡았고 그들 사이의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후, 그가 배가 부르니 같이 산책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그들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집 근처 내천길을 걸어갔다.


‘이렇게 마음 편히 대화를 할 수 있구나.’ 


그동안의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눌려져 있던 그녀의 마음이 상쾌한 밤공기와 함께 확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함께 길을 걷던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의 존재를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방언 터지듯 말들이 술술 입에서 흘러나왔다. 꾸밈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는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는 그녀가 찾던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예쁘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Cover photo from https://study30.tistory.com/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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