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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Jul 20. 2021

두근두근

용기가 필요해

그와의 산책 이후에 그녀는 그에 대해 다른 감정이 생기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너무나 갑자기 밀어닥친 감정이어서  누군가 호감 가는 사람, 아니 그런 이성이 생겼다는 건 참 어리둥절한 일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혼을 하면서 다시 누군가에게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짐작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친구의 걱정을 담은 조언이 머리를 맴돌기도 했다. 아직까지  이혼녀에 대한 편견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 남자들이 쉽게 육체적인 관계를 위해 접근할 수 있다는 것 등등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상대방을 알아보지도 않고 회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가 참 괜찮은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호감인지 단지 혼자라는 외로움에서 비롯된 그 어떤 것이지 알아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한 그는 어떨까? 그도 같은 마음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이번 주 금요일에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할까?'


여느 때처럼 문자를 주고받다가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

"이번 주 금요일에 약속 있어?"

"아니, 특별한 일정은 없어."

"그럼 우리 집에서 같이 저녁 먹을까?"

"아, 다음날 우리 집에 손님들이 오기로 했어. 이것저것 준비 좀 해야 해서 금요일에 만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차라리 토요일 저녁은 어때? 손님들이 점심때 왔다가 저녁 전에는 갈 거니까. 그다음에 너네 집으로 갈게."

"응, 그래. 그럼 연락 줘."


주말에 다른 약속이 생겼다는 게 살짝 신이 났다.

'집으로 초대했으니 무얼 해 먹지?'

그녀는 저녁 메뉴를 고민했다. 냉장고를 뒤적거리며 갖고 있는 것들을 살펴보았다.




주말이 되었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집안 청소며 밀린 빨래들을 해 놓고는 요리를 시작했다.

그녀가 선택한 메뉴는 '묵은지 찜’ 푹 익은 김치를 좋아하는 그녀였다.

요리를 다하고 슬슬 배가 고파왔던 그녀는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언제쯤 올 수 있을 거 같아? 나 좀 배고픈데 많이 늦을 것 같으면 먼저 먹어도 될까?'

한참이 지난 후에 답문이 왔다.

'미안해. 사람들이 한창 먹고 있어서 지금은 가기 어려울 것 같아. 배고프면 먼저 먹어. 출발할 때 연락할게.'

그녀는 좀 섭섭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우선은 주린 배를 채우기로 했다.


시큼한 냄새의 묵은지 찜을 꺼내놓고는 레드 와인 한잔을 따랐다.

예전에 '좋아해 줘'라는 영화에서 김주혁 배우가 김치찌개에 와인을 마시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상대배우인 최지우 씨가 안 어울리게 이게 머냐고 했지만 한번 마셔보라며 궁합이 잘 맞는다는 말을 듣고 따라 해 보았었다. 그 뒤부터 그녀도 김치찌개와 와인 마니아가 되어 주변에 많이 전파하고 다녔다.


영화 '승리호'를 틀어놓고 한잔 두 잔 마시다 보니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미안해. 저녁 먹었어? 사람들이 좀 전에 다 갔어. 얼렁 대충 정리 좀 해 놓고  곧 갈게."

그녀는 참 다정하면서도 미안해하는 그 마음이 전달되는 걸 느꼈다.

"응 그래. 천천히 조심히 와~ 근데 실은 나 와인 좀 마셨어. "

"어 그래? 알았어.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천천히 마시고 있어."

"ㅎㅎ 알았어. 나 좀 마셨으니까 참고하라고”



그녀 집에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띵동 띵동’

“누구세요?”

“나야.”

덜커덩 문을 열자, 웬 광고지가 보인다.

그 뒤로 그가 환하게 웃으며 얼굴을 내밀었다.

“어서 와~ 그 광고지는 머야?”

“응. 문 앞에 붙어있길래. 그리고 이건 집들이 선물~”

그가 작은 화분 하나를 내민다. 그녀가 좋아하는 스투키다!!

“고마워~ 센스 있네 ㅎㅎㅎ 나 스투키 좋아해.”


그들은 식탁에 마주 앉았다.

“영화 보고 있었네.”

“응. 요즘 송중기한테 꽂혀서. 저거 재밌어. 우리나라 CG 기술이 많이 발전한듯해.”

“나도 영화 좋아해”

“그렇구나. 같이 볼래? 저녁은 안 먹어도 돼?”

“사람들이랑 많이 먹어서 지금 못 먹을 것 같아. 그래도 만든 거 먹어볼게. 정성 들여 만들었는데 맛은 어떤지 봐야지. “

“그래 그럼. 같이 와인 한 잔 할래? 아 참. 술 못 마시지? 나는 좀 마셨어. “

“그냥 조금만 줘봐. 어차피 많이는 못 마시니까”


그렇게 그들은 와인 한잔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친절한 그는 그녀의 요리가 맛있다며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서로의 어린 시절부터 그간의 상처와 아픔, 지나간 많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씩 취기가 올라오는 것도 모른 채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있었다.


솔직히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녀는  그에 대한 그녀의 느낌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술기운을 빌려 용기를 내볼까 고민도 했지만 쉽사리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있으니 허리가 좀 아파와 그녀는 자리를 소파로 옮겼다.

“나 잠깐 여기 좀 앉아있을게. 의자에 오래 앉아있었더니 허리가 아픈 거 같아”

그가 다가와 옆에 앉으며  말을 건넸다.

“나한테 편하게 기대.”

그녀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느꼈다. 그의 넓은 가슴을 바라보았다.  잠시 동안 수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그녀의 어깨를 당겨 감싸 안았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고 그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녀는 무의식 중에 크게 숨을 들여 쉬었다.

그가 그녀의 고개를 들어 살짝 입술을 맞추었다.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도 살짝 취한 듯이 보였다.

그가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는 잠시 그에게 입술을 맡겼다.

그러다 그를 밀쳐냈다. 더 이상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나 졸려. 자야 될 것 같아.”

“… 나 그럼 갈까?”

“응. 집에 가.”

“그래. 술 많이 마신 거 같은데 얼렁 자. 나는 가는 게 좋겠다. “


그렇게 그가 문을 나가고 나서야 그녀는 그녀가 한 짓을 깨달았다.


‘내가 지금 머 한 거지? 확인해 보고 싶다고 하더니 기회를 날려버린 건가? … 일단 자고 내일 다시 생각해보자. ‘


어찌 보면 용기 내 다가온 그를 쫓아버린 바보 같은 짓을 한건 아닌가란 생각도 잠시 그녀는 밀려오는  잠에 그대로 몸을 맡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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