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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Jul 21. 2021

그대 내 마음에 들어오면은

넌 좋은 사람이야.

번쩍 눈이 떠졌다.

'아. 아침이구나.'

그녀는 방안을 두리번거렸다. 식탁 위에는 어제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그는 그곳에 없었다.

'맞다. 내가 가라고 했지... 아. 내가 왜 그랬지? 미쳤어. 너무 많이 마신 거지...'

그녀는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어젯밤의 일들이 떠 올랐다.


'이제 어떻게 하지? 그렇게 가라고 해놓고... 머라고 말하지?'

집에는 잘 돌아갔는지도 궁금하고 메시지를 보내야 하나 전화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카톡 카톡..

메시지가 울렸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그에게서 온 메시지임을 알아차렸다.


일어났어? 어제 일은 미안했어.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했던 거 같아.
네가 집에가라고 하니까 나도 정신이 번쩍 나더라. 오히려 너한테 고마웠어.
너는 좋은 사람이니까 너를 잃고 싶지 않아. 친구로 지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오전에 일 있다고 했지? 잘 마무리하고 연락 줘.


그녀는 메시지를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읽고 또 읽었다.

'친구로 지내자는 뜻인가?'

그녀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야. 어제는 잘 들어갔어? 메시지 먼저 보내줘서 고마워."

"집에 오면서 생각했어. 별일 없었던 게 잘된 것 같아."

"... 나 지금 일 보러 나가봐야 하는데 오늘 오후에 약속 있어?'

"아니. 특별한 일정은 없어."

"그럼 미안한데 이따가 연락할께 우리 집으로 와줘. 할 얘기 있어."

"집으로? "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래. 알았어. 이따 연락 줘."

"응."



그들은 다시 마주 앉았다.

그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오늘은 술 안마실 거지? "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어제는 내가 좀 긴장했었나 봐.. 실은 술기운을 좀 빌려서 용기를 내볼까 했는데... 마시다 보니 취하는 줄도 몰랐어. 미안. ㅎㅎ"

"ㅎㅎㅎ 아니야. 나도 좀 취했었나 봐. 나도 남자다 보니까 그랬던 거 같아. 근데 집에 가면서 생각해 봤는데 네가 가라고 한 게 천만다행이다 싶었어. 실수로 우리 관계가 깨질 수도 있었으니까. 너는 좋은 사람이니까 친구로 오래 알고 지내고 싶어."

"친구로? ... 나는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나도 남사친이 있긴 해. 근데 학교 동창이고 이미 다들 결혼도 했고... 근데 너랑 나랑은 어떤 연결고리는 없잖아. 그런데 친구로 오래갈 수 있을까?"

"오랫동안 너를 만난 건 아니지만 너가 좋은 사람이란게 느껴져. 그래서 널 놓치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혼자 지낸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이제 혼자 살아도 괜찮겠다고 약간 단념을 하던 중이었는데 널 만난 거였거든."

그의 대답에 그녀는 좀 혼란스러워졌다.


"그럼 다시 여자를 만나거나 연애를 할 생각은 없는 거야?"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꼭 연애를 하지 않아도 앞으로 남은 인생을 함께 할 누군가를 만나고 싶긴 했어. 그게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친구도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그녀는 솔직히 그와 대화를 하고 만나면서 그 역시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너랑 친구는 못할 것 같아. 왜냐면 이미 남자로 느끼고 있거든.... 솔직히 말하면 너를 더 알고 싶기도 하고 너를 만지고 싶기도 하고... 이런 느낌을 갖고서 친구는 어려울 것 같아. 너는 어때?"

"나도 솔직히 지금 엄청 고민하고 있어. 어떤 게 우리를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일지..."

"그럼 나 하나만 물어봐도 돼?"

"먼데?" 그가 되물었다.

"우리 처음 모임에서 만났던 날. 나랑 눈 마주쳤는데 피하지도 않고 나를 한참 뚫어져라 쳐다보았잖아. 그때 왜 그렇게 쳐다봤어?"

"너의 심장이 나한테 메시지를 보냈잖아. 나 외로워. 이렇게...ㅎㅎㅎ"

"에이. 그게 뭐야. 솔직히 말해봐."

"특이하게 생겨서 쳐다봤어."

"진짜 그게 머야!! 됐어. 다른 얘기해."


그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나도 오늘 다시 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 지금 이 순간에도 고민 중이고. 막상 우리가 사귀었는데 너무 안 맞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로 헤어지면 속상할 것 같아. 알다시피 이제 우리 나이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그리고 서로가 상처가 있으니 신중해야 하기도 하고. "

"그래. 그 말엔 나도 동의해. 그렇지만 두렵다고 시작도 안 해보는 것도 바보짓 아닌가? 가보지 않고 알 수 없는 일도 있잖아. "

'내가 원래 이렇게 저돌적이었나? 피식 ' 그녀는 생각했다.

"어제 가라고 한건 내가 너무 취한 거 같아서였어. 실은 만약 우리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난 말짱한 정신이길 원해. 너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단 뜻이야. 그리고 우리는 다 큰 성인인데 서로에게 끌리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그리고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해야 될 것 같아서. 오랫동안 한 명만 만났었잖아. 그래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나에겐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어. 그래서 솔직히 너한테 다 이야기하고 만나고 싶었어. 친구사이엔 손잡고 그런 스킨십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 근데 나는 너랑 그런 것도 하고 싶어. 그러니까 친구는 어려울 것 같아."

그가 웃으며 말했다.

"머야? 지금 사귀는 거 아니면 나는 너랑 친구 안 할 거라고 협박하는 거야? ㅋㅋㅋ"

"협박까지는 아니고 그냥 솔직히 내 감정을 말하는 거야. ㅋㅋㅋ"

"진짜 어렵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제 혼자여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는데 네가 훅하고 들어와서... 나도 혼란스럽기도 하고.. 네가 좋은 사람이라 놓치고 싶지도 않고..."

그가 솔직한 그의 감정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먼가 결단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말문을 열었다.

"그렇게 계속 고민이 되고 결정을 못할 것 같으면 내가 하자는 대로 하는 건 어때? 서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마음도 알았으니까. "

"하하하하 지금 나 유혹하는 거야?  너의 이런 면이 좋아. 나랑은 좀 다른 것 같아서."

서로의 눈이 함께 웃고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와 어깨를 안고 고개를 그녀의 목에 파묻었다.

"너한테 편안함이 느껴져... 아직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편안하다니 다행이네 ㅎㅎㅎ"


그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곤 의자에 앉았다. 그녀를 무릎 위에 앉히고는 살며시 껴안았다.

그녀도 용기를 내어 두 손으로 그를 감싸 안았다..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 졌다.

그렇게 잠시 말없이 시간이 흘렀다.


"나 지금 엄청 떨려. 내가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다시 함께 할 거라고 상상을 못 했었거든. "

그녀가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됐으니 우리 한번 가보자. 나도 솔직해져 볼게..."

그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HpiclCVQ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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