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선택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그들은 서로 알고 있었다.
서로 '이혼'이란 인생의 큰 사건을 지나왔고 그로 인해 그들의 만남이 남들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바로 연인임을 선언하기보단 먼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여러 번의 대화를 통해서 그들은 서로 참 많은 점들이 닮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곤 그는 다시 싱글이 된 그녀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즐기라며 그녀를 배려해 주었다. 그녀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서운함 마음이 들었었다. 그러나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그녀만의 시간을 갖고 또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그러한 시간들이 필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고 보니 그녀처럼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경우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무언가에 몰입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 시간은 다른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그동안 자신이 하고 싶었던 취미 생활이나 공부, 운동 등과 같은 것들을 권장하고 그것에 깊이 있게 몰입하면 할수록 좋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시간 동안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생각했다.
'혹여나 지난 경험들과 아픈 기억들 때문에 그를 힘들게 하지는 않을까?'
두 번째 집에서 대화를 했던 날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던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다음에 만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가 있대."
'그녀의 선택'의 글들을 쓰면서 그녀는 지난 시간들을 다시 돌이켜 글을 써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서 아픈 기억들을 다시 끄집어낸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게 했다. 이 전의 기억 올라오면 그녀의 감정 또한 날카로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어떤 의식과도 같이 그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 자신과 그에게 약속을 하고 싶었다.
"있잖아, 나 지금 브런치에 글 쓰는 거 내가 일주일 안으로 빨리 마무리할게. 얼마 안 남았어. 자꾸 기억을 되짚는 것이 왠지 너한테 미안하게 느껴져.."
"그래. 그렇게 해. 그럼 난 그때까지 기다릴게.."
그가 반가운 내색을 살짝 내비치며 말을 이었다.
실은 이 이야기를 꺼내기 얼마 전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지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격조되면서 목소리 톤이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가만히 듣고 있던 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에게 단지 이 말을 할 뿐이었다.
"고생했어."
이 한마디를 듣는 순간 놀란 그녀의 가슴이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이혼 이후에 그녀에게 그 말을 해준이가 있었던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오히려 '잘 결정했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것 같았다.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해준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오히려 너의 선택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었던 과정이었다...라는 느낌을 더 많이 받았던 거 같았다.
왠지 그 말은 모든 것을 용서하는 말로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억지로 인연을 이어왔던 것도, 아닌 길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앞만 보고 내 달렸던 그녀의 어리석은 선택조차도 다 잊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한 발짝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 지난 아픈 기억들을 글 안에 다 쏟아내었다.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그녀는 커피를 준비했다. 거실을 가득 메운 그윽한 커피 향을 맡으며 그는 말했다.
"내가 꿈꾸던 아침 같아. 아침에 커피 향을 맡으며 혼자가 아닌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참 좋다.
역시 밥은 혼자 보단 같이 먹어야 더 맛있는거 같아. "
"맞아. 그런 것 같아. 그리고 커피 좋아하는구나... 나도 쉬는 날은 꼭 아침에 이렇게 원두를 내려서 커피를 마셔."
"응. 나도 그래.."
"우린 이것도 닮았다. 그렇지?"
"하하하 그래 그렇네."
식사를 하며 그녀가 말했다.
"이제 다음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떤 걸 주제로 할지 잘 모르겠어... 이렇게 우리가 만난 것도 인연이니 이 이야기를 써 볼까?"
"하하하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이혼을 하고 나서도 더 자신과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 "
"그렇지? 그럼 그 안에 우리가 대화하면서 나눴던 생각들도 써보면 좋을 것 같아. 어떤 점들이 아쉬웠었고 앞으로를 위해 서로 어떤 것들을 이야기하고 알아가고 해야 하는지.. "
"그래. 대신 너무 자세하게는 쓰지 마. 난 남자 주인공 되기는 싫어. 나랑 사이 나쁠 때는 거기에다가 화풀이 할거 아냐. ㅎㅎㅎ"
"알았어. 알았어. ㅎㅎㅎ "
그렇게 그녀는 이혼 후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곤 제목을 고민했다.
그리곤 자판을 두드렸다.
그녀의 선택 2
'음.. Two라니... 너무 진부한 느낌이 나긴 하다. 그래도 뭐 이것도 또 하나의 선택이니까.'
이렇게 그녀는 그의 동의를 얻어 이제는 그들의 이야기를 써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