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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Dec 09. 2021

배려심

나잇값 하기 어렵네...

내 짝이 생겼다는 즐거움도 잠시,, 요즘 다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요즘 그는 자신의 더 나은 미래, 노후  준비하기 위해 바쁘다.


그녀는 다시 퇴근길은 외로워졌고 주말이 다가와도 즐겁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살짝 울적해졌다.

그와 붙어 지내간 지난 몇 달이 어느새 그리워지기 기도 했다.


‘아마도 동성 친구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위안과 이성인 애인에게서 느껴지는 감정과 친밀감은 다른 차원의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녀는 생각했다. ‘역시 앞으로 남은 인생을 함께 살아갈 동반자를 만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거 같아. ‘

그녀도 여느 다른 이들처럼 서로 결혼과 이혼이라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더 신중해지고 조심해질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을 살펴보고 또 나랑 잘 맞는 상대인지를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좀 더 관계가 단단하고 깊어졌을 때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아간 다음에 이런 시간들이 찾아왔다면 좋았을 거 같단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생겼다. 물론 그의 미래를 응원하고 방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서운한 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겠다는데  애들처럼 나랑 놀아줘라고 땡깡을 부릴 수도 없고 어른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고민이 생겼다.

공부하고 있는데 전화를 하거나 폭풍 메시지를 보내는 것 또한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연락하는 것 자체를 주저하게 되었다.


그녀는 이기적인 생각인지 몰라도 '이게 머야.. 달콤한 연애를 꿈꿨던 것들은 날아가버렸네’라는 생각에 원망감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 네가 바쁘고 피곤한 건 이해해. 그래서 나도 요즘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내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야. 너에게 지금 시간이 중요하단 는 걸 알기에 나는 너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래선 안된다는 것도 알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게서 답문이 왔다.

그 첫마디는 이랬다.

 '혼자 두게 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란다.'이었다.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는 순간 얼었던 마음 한 곳이 녹아내리는 걸 느꼈다. 그녀는 그로부터 ‘혼자 두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기다리고 듣고 싶었던 것이었단 걸 알았다.


당연히 알고 이해하고 받아 들어야 하지만 상대방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그 말을 듣는 것과 혼자 추측하고 생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건 이런 것들일까?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다른 많은 서운함 들을  한방에 날려버리니 말이다.




관계의 첫 시작이 설렘과 함께라면 점점 성숙해져 가는 관계에서는 어떤 것들이 존재하고 필요할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이 값하기가 점점 어렵다.'라는 진리를 깨달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요즘 드는 생각 중 하나이다.


일관성, 진실성, 겸손, 헌신 , 야망 등등 한 명의 성숙된 인간으로서 누군가의 평생의 동반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들이 참 많다.


어느 순간 문득 상대방을 살펴보고 평가하기 전에 나는 어떠한가?
나는 저런 덕목들을 두루 갖추고 잘 살아가는 인간일까?
나 자신부터 돌아봐야 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다른 이유로 시작한 상담에서 자연스레 요즘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우리의 대화를 듣던 상담사분은 말했다.

남자가 자신의 회한이나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상대방을 가깝게 여기고 이런 이야기를 꺼내도 이 사람은 나를 떠나지 않겠구나 이런 신뢰감이 생겼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자신이 맘에 들어하는 여자 앞에서 허세를 불이고 싶어 하지 쉽게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 이야기를 꺼냈을 때 더 질문을 하고 대화를 끌어내서 좀 더 많이 표현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했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더 알게 되고 더 친밀감을 갖고 그런 대화를 통해 관계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동안 막연히 '대화가 중요해.'라고 했던 말들이 이런 깊이 있는 관계를 원했기 때문이었던 것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다행히도 전의 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또 다행히도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건 기존의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본을 갖춘 사람을 만난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는 내면을 전달할 수 있도록 표현을 잘하고 대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도 했다. 둘의 관계에 있어서 한쪽의 깨달음과 변화가 서로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준다며 대부분 먼저 상담을 받은 쪽이 먼저 깨닫게 된다고도 했다.


이 연애 문제를 위해 시작한 상담은 아니었지만, 결국은 어떤 것이든 인간관계가 그 문제였고 앞으로 그 문제들을 풀어가는 데 있어서 그녀 스스로도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그래,, 이제 다른 사람을 만났으니 기존의 관계에서 벗어나 새롭게 관계를 다시 써 내려가면 된다. 그러기 위해 나 자신부터 돌아보고 나 자신 먼저 변화해야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마음을 표현하고 대화하는 법을 익혀야겠다..'


먼가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내면에서 그녀를 괴롭혔던 생각들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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