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동거생활 #2
그의 경우 그녀를 잘 관찰하고 그들이 서로 생활패턴이 잘 맞을 것이라고 판단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종종 자아가 서로 같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처음에 그녀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서로 눈치가 빠르고 상대방의 표정이나 기분을 잘 읽어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과 같은 점들이 서로 비슷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또한 서로 외국에서 Share house에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 인지 쉽게 Rule을 따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싸움없이 대화를 해나갈 수 있는 자세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터 놓고 얘기를 할때 상대방의 말을 들어줄 수 있었고 그것에 대해 각자의 시간을 갖고 이해하려고 했다.
"지난 이야기는 안하는게 좋아. 그건 앞으로 일을 헤쳐가는데 전혀 도움이 안돼. 그리고 그런 서운함들은 결국 며칠이면 사라질 것들이야. 우리 앞으로의 문제 해결에 포거스를 두고 이야기 하자."
그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그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또한 그렇지 않았을 때의 말꼬리 잡기식 다툼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 지는 그 전의 연애와 짧았던 결혼생활을 통해서 이미 너무도 많이 겪었었다.
이미 서로의 집을 오가며 겪었기 때문에 서로 집안일을 분담하는 것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집으로 다른이가 들어간 다는 것은 새로 집을 구해 함께 시작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라는 걸 몇 달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문제의 시작은 '청소' 였다.
격주로 청소 구역을 정해서 하고 있었는데 그의 눈에 그녀가 해 놓은 청소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느 순간 그의 잔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한 주 더 하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있잖아. 내가 한 게 너 맘에 안들 수 있겠지만, 같이 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않았고 아직 너가 해왔던 방식으로 내가 맞추기엔 어려운것같아. 나에게도 좀 적응 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그녀가 살짝 웃으며 조곤 조곤 그에게 설명했다.
그가 가만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알았어. 내가 좀 마음이 급했나봐."
그렇게 몇 달이 흘렀고 어느 날인가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잘 지내는 것을 생각해 봤는데, 서로 잘하는 영역이 달라서 인것 같아."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가만히 보니까 너는 정리정돈을 잘 하고, 나는 청소를 잘 하는 것같아. 서로 잘하는 영역이 다르니까 잘 맞아서 굴러가는 것같아. "
"그런가.. 생각해 보면 너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녀는 곰곰히 그의 말을 되뇌어 보았다.
어쩌면 그런 점을 발견해 낸 것부터가 그녀와 그가 참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부분이기도 했다.
함께 살아갈 때 '서로 맞는다'라는 건 무엇일까?
사소한 것 같지만 청소습관이나 수면 습관, 식습관 .. 등등 많은 것들이 누군가와 함께 살아갈때 부딪치는 영역이 생각보다 많았다.
어두워야 잠을 잘 수 있다던가, 아니면 반대로 어두컴컴하면 잠을 못잔다던가
청소가 뭔가요? 하는 사람이라던가, 아니면 깔끔,,그런 깔끔이가 없다던가,,,
둘이 함께 하다 보면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맞춰가야하는 부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살아보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편으론 그래서 좀 어릴적에 결혼하는 것이 낫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굳어져버린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진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그녀는 그동안 들어왔던 서로 맞춰가는 것이라는 말 보다, 나와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맞는 말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