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eSoo Apr 22. 2022

너라는 사람은

잡스런 생각 중..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에게 흉터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건 그저 삶의 일부일 뿐이고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하나의 특징이 된다. '
- 안젤리나 졸리 인터뷰 중


어느덧  화려하게 꽃 피웠던 벚꽃도 다 지고 초록초록 싱그러운 초록잎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어느 순간 노란 개나리를 보며 '봄이 오네'라는 자각을 하고 초록잎이 나와버린 벚꽃 나무를 보며 '4월도 끝나가는구나..'라는 자각을 한다. 


참 세월은 빨리도 흘러간다. 


작년에도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를 걷고 뛰었던 기억이 난다.  

이혼이라는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고 얼마 되지 않던 시기였다. 이제는 어느덧 일 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누구에게나 만남과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다. 그 만남의 끝이 결혼일 수도 있고 이별이 될 수 도 있다. 그렇다면 결혼의 끝은 이혼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사랑과 정을 나누던 남녀 사이의 관계는 어디가 그 끝일까?


얼마 전 '스물다섯스물하나'라는 드라마를 정주행 하게 되었다. 아마도 4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그렇게 풋풋한 20대 시절을 떠 올리게 한 드라마여서 그랬나 보다. 어쩌면 그렇게 '영원하자~'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지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드라마의 마지막을 보며 백이진과 나희도의 해피엔딩을 원했지만 그 끝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었다. 정말 마지막 회의 내용은 지극히도 현실적이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어쩌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을 반영한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문득문득 드라마를 보며 다시 저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곤 했다.


이혼이 힘든 이유는 아마도 정말 내 편일 거라 믿었던 사람과의 헤어짐이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다시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그 힘듬이 찾아오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행히도 나의 경우엔 지난 일 년 동안 애인으로 친구로 곁에 있어준 이가 있어 추운 겨울나기도 무사히 넘기고 다시 봄을 맞았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 과정들을 헤쳐나가며 버틸 수 있고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이고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안젤리나의 경우처럼, 캄보디아를 방문하고 먹고사는 문제에 부딪쳐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자신의 불행은 큰 불행이 아니라는 걸 자각한 것처럼 어쩌면 이별 따위가 인생의 큰 문제가 아닐 수 도 있다. 

단지 그것의 크기를 부풀려 크게 만들어 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치면, 어쩌면 우리에게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 그것들을 분리하고 작게 만들어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만들 수 있는 힘이 내재돼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너무 힘들고 지치더라도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있듯이 말이다.


어떤 문제이든 그것들은 인생의 어느 순간에 찾아와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고 그녀의 말처럼 삶을 살아가는 동안 그런 흉터는 생기는 게 당연하다. 그런 작은 흉터들은 우리 삶의 일부이고 그 흉터가 아물듯이 그 일들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어느덧 마음 한편에 그것들이 흉터로 자리 잡은 것이 느껴진다. 'Time heals everything.'이란 말처럼 여느 때처럼 시간은 흘렀고 새로운 봄이 다시 찾아왔고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가야 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쌀쌀한 오후 날씨에 따뜻한 차 한잔과 잔나비의 잔잔 한 노래를 틀어 놓고 그렇게 또 살아가야 할 명분을 만들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