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1998년 김유정 백일장 고등부 대상

by 헤세Hesse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는 게 그렇게 쉬운 걸까?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았다. 그 후로 아이는 세상을 멀리하려고만 하였고, 그런 세상은 다가오지 않았다. 아이에게 희망이란 없었다.


열여덟의 고2인 나는 따듯한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와 마음속에 가득 차는 나무 아래서 내일을 그려 본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 그들과 함께할 행복한 날들을 꿈꾼다. '존재한다는 건, 그래서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건, 다른 사람의 배경이 되어준다는 뜻이다.'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두 분이 계신다.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어머니와 우리들에게 자주 손을 올리시던 아버지는 요즘 많이 좋아지셨다. 지난여름 밭에서 땀을 흘리시며 일하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어느새 커버린 나에게 왠지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이젠 내가 아버지의 울타리가 되어 드리고 싶다. 그리고 애 둘 딸린 홀아비에게 시집오셔서 이제껏 고생만 하신 어머니가 계신다. 친자식 이상으로 잘해주시면서도 남들의 이목을 늘 두려워하시는 어머니가 날 안타깝게 만들지만, 그런 어머니를 난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한다.


쓰러지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따듯한 손을 내밀어주는 이가 있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쓰러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야 함을 느낀다. 그래서 내 앞으로의 날들은 행복할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어깨를 주물러 주시고, 아이들은 공부방에서 엄마가 가르쳐주는 산수문제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난 서재에서 행복이 가득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벌써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 웃음소리가 밤이 깊도록 끊이질 않는다.


지금 난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단지 내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의 땀방울이 아깝지 않다. 주말이면 도서관에 간다. 가는 도중에는 꽃집이 하나 있다. 그 안에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듯 꽃을 어루만지시는 어머니가 계신다. 눈이 마주칠까 애써 외면을 하지만, 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나야 할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날에 당당할 내 모습을 꿈꾸며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다. 그리고 그 발걸음마다 나의 희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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