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홀로, 캐나다로 떠나다.

by 롸잇테리언







요새, 애들이 너무 예쁘다.


보석같은 말들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데

내가 이러려고

먼 길을 돌아

요놈들을 만났구나,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동시에 두렵다.

언젠가 우리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올 헤어짐, 이별이

벌써 너무 아쉽다.








나는 삼 남매 중

첫째다.

(우리는 모두 출가해

아이를 낳고 살고있다.)


둘째동생 가족은 지방 소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우리의 아픈 손가락인 막내는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아이와 커다란 개를

키우며,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막내동생이 고등학생이던 때,

아빠가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죽음이었지만,

그 짧은 투병과정이

너무나 가혹했기 때문에

학생이던 동생이 함께

지켜보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동생은 결국

고시원에서 잠시 살았다.



그때 고시원에서 만난

총무 아저씨에게

여러가지 인생고민을

털어놨던 모양인데,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분이지만

덕분에 동생이

마음을 다잡고

자기 길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 같아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게되고,

자신이 그리는 길대로

걸어가지 못하는 순간도 있고,

살면서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고,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서 살아볼 만큼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어린 동생에게 말해주셨다는 분.




아마, 막내의 인생을 바꾼

귀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군대를 전역하고,

학교에 자퇴서를 내고

동생은 캐나다로 떠났다.



영어도 제대로 할 줄 모르면서

손재주와 서글서글한 눈웃음,

듬직한 지 등짝만 믿고 떠났다.


1년 뒤, 돌아온 동생은

캐나다에 눌러살 준비를 해서

이내 다시 떠났다.

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현재 동생은 광고회사에 재직 중이다.)



그곳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건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무렵이었다.




뭐가 이렇게 제멋대로야,

누나인 내가 이렇게

생각했을 정도니

엄마는 속이 더 타들어가셨을 터.




동생과 올케, 그리고

돌이 채 되지 않은

조카를 마주한 건

그로부터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엄마는 늦둥이 막내가

배낭 하나 메고 떠난

캐나다에서,

가족을 꾸리고 살아가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안쓰럽다고 했다.




뭐가 안쓰러워.

지가 선택한건데.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아이를 낳고보니

엄마 말이 맞았다.



내 품에 끼고 평생을 살아도,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내 새끼가

이역만리 타국에 있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리움일 것이다.



수술을 하고,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엄마에게 새로운 미션을

주기로 했다.


"엄마, 캐나다 다녀와."



"그 먼델 어떻게 가...?

너 일은 어떡하구?"



"엄마, 내 말 잘 들어.

두 달 뒤에 갈거고,

그때까지는 직항이 있어.

그리고 나는 같이 안 가."




엄마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해외를 안 가본 건 아니지만,

항상 나와 함께였던 엄마.




항공권을 발권하는 일도,

짐을 부치는 것도,

게이트를 찾는 법도 몰랐다.


"엄마, 나중에 눈 감기 전에

막둥이가 그 먼데서

어떻게 사는지

한번 못 보고 눈 감으면

엄마 마음이 편하겠어?

잘 사는 거, 눈으로 보고 와."





동생과 올케는 반색했다.



그들이 자처한 삶이지만

캐나다의 촌동네에 살다보니

가족의 방문이

반가운 이벤트라고 했다.



양 쪽에서 엄마를 푸쉬하니

결국 엄마가 항복했다.



우리 중 누구도 못 타본

비즈니스 좌석이지만

엄마를 위해 마음을 모아

일사천리로 발권을 했다.


(엄마는 비행기에서

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감격했고,

누워서 간다면

못 갈 곳이 없다는!

다소 무서운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막내동생과 올케,

손주를 위한 선물을

바리바리 준비하는데만

한 달이 걸렸다.


육중한 짐을 모두 부친 뒤,

입국심사장으로 들어가는

엄마를 배웅하면서

심장이 뛰었다.





KakaoTalk_20251215_151627006_01.jpg?type=w773 엄마, 잘 다녀와



KakaoTalk_20251215_151627006.jpg?type=w773 왜 내가 떨렸는지 몰라




"엄마, 잘 들어갔지?"



엄마도 그랬을 것이다.

나이 환갑에

첫 홀로 비행이라니.



그것도 무려 캐나다를!




무사히 캐나다에 도착한 엄마는

동생 부부와 시골 곳곳을 산책하고,

손주를 실컷 보듬고,


식혜와 잡채와 녹두전을!

만들어 먹이면서

가슴에 남아있던

한풀이를 제대로 하고 돌아오셨다.




KakaoTalk_20251215_150935918.jpg?type=w773


KakaoTalk_20251215_150917875.jpg?type=w773 2025 가을, 캐나다에서





보름 뒤,

한국으로 돌아온 엄마는

자신감이 가득 찬,

내가 알던 바로 그 '우리 엄마'로

돌아와있었다.



언제 아팠냐는 듯이,

인생을 활기차게 살아내는

바로 그 씩씩한

'호박여사'로.




KakaoTalk_20251215_151627006_02.jpg?type=w773 할머니 언제 오나?


KakaoTalk_20251215_151627006_03.jpg?type=w773 등장!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이 남아있다면,

아직 청춘이란 것을

엄마를 보며 배웠다.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엄마의 우직한 등짝을,

단단한 손을 쳐다보면서

계속 걸어가야지.



KakaoTalk_20251215_150927526.jpg?type=w773 그림 같다, 우리엄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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