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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일 뿐이야, 다 지나갈거야.

by 롸잇테리언







우리나라는 의료강국이다.



성모병원 입구에는

비뇨의학과 로봇수술 1000례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여러모로

위대한 교수님,

저희 엄마 좀 살려주세요.








엄마는 자리가 없어

타병동 창가자리에 배정받았다가,

수술 후, 주치의 쌤이 계신

5인실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문간 자리였다.




얇은 커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방에서 올라오신 분들의

캐리어가 시도때도 없이

열렸다 닫혔기 때문에

야외취침을 하는 기분이

날 것 같은 자리였다.


불만은 없었다.

병원은 보호자가 쉬러오는 곳이

아니니까.


엄마의 수술이 잘 끝났다는 사실,

그거면 되었다.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는

매우 힘겨워보였지만

병원에서 나눠준 '공 불기'를

시도때도 없이 했다.




"빨리 회복해야지. 너도 힘든데."



늦은 밤, 누워서 폰을 들여다보는데

커튼 뒤가 분주해졌다.




교수님이다!



"수술은 잘 됐습니다.

몸 괜찮으세요?"




이순간, 저 분은 우리에게

신이다.


신이 잘 됐다고 하면 된 거다.



내내 지쳐있던 엄마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조직검사 결과는

2주 뒤쯤

다시 외래를 잡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찝찝하지만, 괜찮겠지.




교수님이 가고난 뒤

엄마가 말했다.


"그럼, 아직 기수나

전이여부는 모른단 거네..."




조직검사가 왜 조직검사인지

알면서도, 나는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명의가 눈으로 직접 봤고,

수술 잘 됐다고 했으니까

그냥 잘 된거야."


하며 논리없는 말만 늘어놓았다.





"엄마, 신장암 별 거 아니래.

1기면 그냥 헤프닝으로 끝날거래."



실없는 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한방병원에 입원해

밥도 잘 챙겨먹고

몸조리를 좀 더 하고 오라고 하니,

엄마는 비싸지 않냐며 거절했다.


보험이 된다고 말해도

요지부동이었다.





"엄마가 집에 있으면

내가 외출도 그렇고

오히려 더 신경쓸 게 많아져."



내가 불편하다는 말에

엄마는 겨우

한방병원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퇴원날.


한방병원에서 보내준 차를 타고

새 병원에 입원했다.



모두 친절했지만,

항암하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분위기는 꽤 차분하고

다소 우울하기도 했다.




'괜찮겠지...'



엄마와 함께 방을 쓰는 아주머니 중

한 분은,

유방암이라고 했다.


또 다른 아주머니도

유방암인데,

재발이 되어 다시 항암을 하고 있는 상태.



그곳에서 엄마가 느낀 공포는

내 예상보다 컸던 것 같다.


하루 뒤, 빨랫감을 가지러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엄마는 잠을 한숨도 못 잔 얼굴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KakaoTalk_20251204_222013957_01.jpg?type=w773 애들이 유일한 웃음거리






내가 본 이래

가장 여리고, 불안해 보이는

엄마의 눈빛에

숨이 턱 막혀왔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한증막 같았던 여름날,

우리는 누구보다

서늘한 마음으로

매일매일을 보냈었다.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는

속수무책으로 맞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또 다시 깨달았다.



힘들 때는,

힘들어 해야 지나간다.



그래. 믿을 건,

늘.. 시간 뿐이었지.



그래도 이번 소나기는

엄마와 함께여서

견딜만 했다.







엄마도 그랬을까?



엄마에게도 내가

위로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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