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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엄마가 암이라고?

by 롸잇테리언





언제부터였을까.


행복한 순간을

마음껏 행복해하지 못하게 된 게.



인간은, 언제든 예고없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걸

나는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돌아가신 아빠는

건강검진은 커녕,

술, 담배를 평생 달고 산 분이다.


그런 아빠가 간경화 진단을 받고

간이식을 포기하신 뒤

몇 개월만에 세상을 뜬 것은

놀랍지만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엄마는 달랐다.


매년 건강검진을 해왔고

내과에 꼬박꼬박 방문해

혈압약을 챙겨먹고

영양제도 한움큼씩 드시는?

모범 환자였다.







2025년 4월,

나는 또 다시

뒤통수를 맞고 넘어졌다.



막내동생은 캐나다에 산다.

몇 년에 한번

큰 맘 먹고 올케와 조카를 대동해

한국에 방문하는데

방문목적은 주로 건강검진.




동생 내외가 건강검진을 하고

엄마도 일주일 뒤에

그곳에서 매년 하시던대로

검진을 받았다.





동생가족과 모처럼 시간을 보내고,

아쉬운 이별을 하고...

그렇게 또 일상에 적응해 갈 때쯤

엄마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00씨 맞으시죠?

여기 **검진센터인데요."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받던

엄마의 눈빛이 묘하게 떨리고,



"우리 딸 바꿔드릴게요..."





전화기 너머 들린 단어는

분명히 '암' 이었다.



검진 결과 '신장암'이

강력하게 의심되니

대학병원 예약을 잡아주겠다는 것.


사이즈도 상당히 크다는 말을

덧붙이며.





확진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확진이라는 소리다.


평온했던 내 삶에

또 쓰나미가 몰려왔다.




대체 인생이란 놈은

날 가만두질 않는구나,

날 너무 사랑하네 진짜.

지긋지긋한 새끼.






그보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엄마는 뭘 했단 말인가.






엄마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환갑의 나이에도

그 아무도 엄마를

환갑으로 보지 않을만큼

생기있는 사람.





그러고보니, 엄마가

아이들을 보면서

자주 졸고, 피곤해했던 게

생각났다.





어쩌면 내 탓은 아닐까.





집에서 가까운 대학병원에

예약을 부탁한 뒤,

감사한 간호사 블친님의

추천으로 다른 병원에도

예약을 걸었다.




그리고, 바로

'신장암 환우' 카페에 가입.




'환우 카페'는 남편이

원인 모를 심정지를 겪었을 때

가입했던 이후

두 번째로 가입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명의로 불리는 분을 찾아

세 번째 예약을 걸었다.



세 군데나 잡은 이유는

믿기 힘들어서였을 것이다.

누구든

아니라고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

모두 CT 자료를 보자마자

신장암 의심, 크기 크고

빠르게 수술해야 한다는

동일한 의견을 주셨다.






엄마는 졸지에 암환자가 됐고


나는 그렇게

몇 년 만에

또 다시, 보호자가 되었다.












인생은 늘,

살만하다 싶을 때

등 뒤로 조용히 다가와

칼을 꽂는다.


그래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더 악착같이

행복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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