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여행 해야해?
2박 2일에 이백만원짜리 여행을 예약했다. 지난 10월에 뉴욕+내쉬빌 일주일 여행에 이백만원을 쓴 걸 생각하면 큰 돈이 아닐 수가 없다.
캐나다는 크리스마스날과 그 다음날인 박싱데이가 국경일로 지정되어있다. 올해는 그 휴일이 월요일과 화요일이 되면서 몇몇 회사들이 추가적으로 3일 휴가를 더 주어 직원들이 새해 첫 날까지 열흘을 쉬게 해주었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매 해의 마지막주를 이렇게 쉬게 해준다. 캐나다사람들은 보통 이 시간동안 가족들과 재충전을 하면서 연말을 보낸다. 신랑은 연말을 싫어한다. 가족 구성원이 본인과 어머니 뿐이라 항상 조용하게 보냈기 때문일까. 그래서 매년 연말에는 신랑과 둘이서 영화 빈지와칭*을 해왔다. 그런데 내가 올해는 다르게 보내야 한다며 주장을 했다.
여행을 가야해! 지금 아니면 언제 갈 수 있냐구!
일 년에 한 번 오는 기회라며. 신랑은 추가 휴일을 받지 못해서 국가공휴일을 낀 3박 4일밖에 시간이 없었다. 아무래도 연말 연휴인지라 원하는 비행기값과 비행기 일정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 주동안 구글, 익스피디아 등을 뒤져보며 싼 비행기를 찾았다. 캐나다는 차로 갈 데가 없다며 불평불만 하면서. 특히나 이 겨울에 운전해서 갔다가 눈이라도 와서 고립되기라도 하면 그 추운 날씨에 돈 쓰고 사서 하는 고생이 아닌가. 게다가 어디를 가도 연휴라서 관광할 곳들이 다 문을 닫지는 않을까하는 걱정도 떨칠 수 없었다.
크롬의 시크릿모드를 켜고 비행기표를 샅샅이 뒤졌다. 유럽부터 남미, 동양과 캐리비안까지-언제든지 갈 수 있고 문화가 비슷한 미국은 제외했다-. 두 세 번 경유해야 하거나 그나마 있는 비행기편도 경유시간이 한 시간도 채 안되어 실제적으로 탈 수 없는 항로였다. 애초에 토론토를 고른 이유가 유럽과 가까워서 유럽쪽으로 여행가기 비교적 쉬워서였는데. 유럽은 커녕 어디든 다른 나라를 가려면 비행기값이 백만원이 훌쩍 넘었다.
그렇게 찾고 찾아서 고른 곳은 캐리비안에 있는 나라의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 비행시간도 5시간으로 짧은 편이고 숙식이 포함되어있으니 여기저기 문 닫을 걱정은 안해도 되었다. 그래도 2박 2일은 너무했다. 첫 날과 마지막 날은 공항가는 시간, 공항에서 숙소가는 시간까지 합하면 하루가 다 간다. 그래서 실제로 리조트에 머무는 시간은 2박 2일밖에 없다. 괜찮다고, 가서 재밌게 놀고 쉬고 오면 된다고 해주는 신랑이 있으니 다행인건가.
그래서, 이렇게까지라도 여행 해야해?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기니 이제 좀 여행을 해볼까, 하니 시간이 없다. 그래서 휴일이 있을 때 지출이 크더라도 여행을 가자고 마음을 먹은지가 딱, 한 달, 되었다. 그러니까 이 여행이 그 첫 번째가 되겠다.
언제부터일까, 여행에 집착하게 된 건. 이왕 태어난 김에 모든 것 다 해보고 뿌듯한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한게 스물 한 살 때였나. 거기에 하나 더 추가된 것이라면 이 세상에 좋은 영향을 남기고 떠나자는 것. 이십대가 그 기반을 마련한 시간이었다면 삼십대에는 더 여행하고, 더 치열하게 일하고, 더 행복하게 살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위해 꾸준히 글을 써야겠다. 나와의 다짐을 되새기고 나의 기억과 생각을 기록해서 나누는 그런 글을.
*빈지와칭 (binge-watching): 여러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를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몇 시간에 걸쳐 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