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밥 먹고사는 일
자유기고가,라는 단어는 굉장히 자유롭게 들린다. 일면 내가 시간을 안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자유롭기도 하다. 프리랜서니까 아무래도 9 to 6 같은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요, 야근을 하면 늦잠을 좀 잘 수도 있다는 점 등이 장점이랄까. 물론 9 to 6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경우도 있고, 밤샘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이런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그래서 나는 물었다.
"왜 이 일이 하고 싶은데요?"
대답은 재밌게도
"글 쓰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 시간을 좀 자유롭게 쓰고 싶어서요"였다.
여기서 잠깐, 자유기고가란 뭘까.
단어 그대로 해석한다면 자유롭게 기고하는 사람을 말한다. 영어로 하면 Freelance Writer. 자주 쓰는 단어 '프리랜서'가 들어가서인지 이해가 좀 더 쉬운 것 같다. 즉, 프리랜서니까 어디에 속해 있지 않고 다양한 매체에 다양한 글을 쓰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러니까, 자유기고가란, 프리랜서를 우리 말로 번역했을 때 나올 수 있는 'Free'의 해석 때문이다. 특정 회사에만 속해있지 않다는 것만으로 자유롭다고 하기엔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실제로는 자유기고가라고 하기 보다 프리랜서 기자라고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하는 일에 따라서 '프리랜서 작가'라는 호칭으로 부르기도 하고. 이 일은 잡지나 신문 매체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그만두고 나와서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있다. 나처럼.
일전에 금정연 씨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명색이 '자유기고가'인데 하나도 안 자유롭죠."
그렇다. 하나도 자유롭지 않은 게 사실이다. 나의 시간은 갑의 스케줄에 따라 흘러가고, 클라이언트 보다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마감'도 있다. 또한 요청하는 글을 쓰는 게 대체적이다 보니 재밌게도 글을 쓰는 데 있어서도 그리 자유로운 편은 아니다.
나무칼럼니스트인 고규홍 선생님을 인터뷰할 때,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신문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하던 그날, 나는 출근을 한 셈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퇴근을 하지 못했다. 프리랜서란 퇴근이 없는, 그런 직업이다."
그때,
글 쓰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어 이 일을 하고 싶다는 그녀에게 내 대답은 그랬다.
"시간 자유롭게 못 써요. 그냥 회사 다녀요."
보통 프리랜서라면 엄청나게 돈을 벌고, 시간을 자유자재로 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프리랜서들도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하기에 단어 의미처럼 자유롭지만은 않다. 그리고 생각만큼 글밥에 대한 값은 그리 후하지도 않다. 예산 조정을 할 때면 언제나 기획비부터 줄이고 보는 게 클라이언트니까. 그리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원고료는 변하지 않네요,라는 말도 여전하다.
물론 못할 일은 아니다. 절대로. 하지만 알아두면 좋은 사실 한 가지는, 고규홍 선생님의 말처럼 퇴근도 없는 그런 직업이 자유기고가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