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고양이
요 성깔있어 보이는 아이는 둘째, 찌롱이.
미녀마술사 동생이 데리고 있던 나이 지긋한, 뭐 그래봤자 이제 '겨우' 다섯살인 아줌마 고양이.
우리집 유일한 품종묘다. 페르시안의 얼굴을 가진 것으로 보아 페르시안+터키시앙고라 같다.
미녀 동생이 결혼하면서 다 키우기가 힘들어 그중 데려온 아이다. 우연히 동생 집에 놀러갔다가 (원래 다른 고양이 데려오려고 했고, 그 고양이 보러 갔다고 나는 말 못해) 이 아이에게 홀라당 반해가지고;; 이렇게 되었다는;;
생긴대로 성깔 있다.
함께 살기 시작한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첫째 고양이랑은 으르렁+하악.
나와 내 동생은 '이거 왜 이래, 나 품종묘야'라면서 우아떤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기 내키면 나머지 고양이들 똥꼬 쫓아다니며 킁킁거리면서, 정작 그 녀석들이(숫컷이라 좀 우악스럽게 놀긴 하지만) 놀자고 달려들면 어느새 귀를 뒤로 제끼고 '건드리지마'모드로 으르렁거린다.
언제쯤 두 마리가 친하게 지낼런지 궁금, 또 궁금하다. (사실, 반 포기다. 둘이 마주하고 잠을 자는 그런 평화로운 모습은 절대 볼 수 없을 듯하다.)
그래도 나와는 상당히 친한, 우리집 둘째다.
내 머리도 핥아주고, 그러다가 야무지게 이빨로 긁어주기도 하고;; 소심하게 팔에 꾹꾹이도 하고, 뭐 그렇다.
우리집 우아떠는 품종묘의 숨겨진 매력은 바로 얼굴이 아닐까.
이렇게 이쁜데 이마가 너무 쳐져서;; 그 미모가 가려진다는. 저 똘망똘망 촉촉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빛나지 못하고 ㅠ
고양이 리프팅 시술이라도 어디 받을 수만 있다면 해주고 싶은 심정이랄까.
또 다른 매력이라면, 밥때를 잘 지켜 적정량의 사료만 딱 먹고 마는 그런 '관리하는' 여자 고양이라는 거.
(의지력 약한 집사와는 매우 다른 =ㅂ=; )
게다가 사료가 없으면 매일 아침 다섯시 반, 내지는 여섯시부터 옆에 와서 운다.
그것도 귀에 대고.
똑똑한데, 아침잠 30분이 아쉬운 나는 요즘 이 녀석과 애증의 관계다.
그래도, 사랑한다.
깔깔깔.
이 아이 이름이 찌롱이인 이유는,
과거 무한도전에서 '노찌롱'이 유명세를 타던 시기 노찌롱-하면 앙앙거리고 울더란다.
그래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그런데 아무리 내가 데려오면서 이름을 바꿔보려고 해도, 어울리는 게 없더라.
그런 이유로 얜 그냥 계속 찌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