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생각
여차저차, 금전적 빚도 지고, 마음의 빚도 지고, 그렇게 이사를 했다.
짐을 싸고, 다시 푸는 과정의 반복.
이사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임에 분명하다.
짐을 빼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곳에서 짐을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마음이란 것이
차곡차곡 책을 쌓고, 옷을 개켜 박스에 담듯
정리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겠지.
분명 다 쓸어담았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한 조각, 한 방울
흘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것이 마음이었기 때문이겠지.
두달 전쯤 꽤 많은 옷을 버렸다.
그런데,
이번에 이사하기위해 짐을 싸면서 김장봉투로 두 자루쯤 되는 옷을 더 버렸다.
혹시 모른다며 남겨두었던 책자들, 종이들도 싹 버렸다.
이사한 집에서 짐을 정리하면서 또, 버릴 것들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미련한 마음에 혹시 모른다며 또 남겨둔 몇 가지가 있을것만 같다.
미처 챙기지 못하고 흘려둔 마음은
아마도 진작에 버려졌겠지만.
그래도 한 때의 소중함이라고 어느 방 한 구석에 자리해주진 않았을까.
내심 기대를 해보곤 한다.
다시 챙겨올 수 없을 것도,
다시 챙기러 갈 생각도 없지만.
제법 뜨거웠다 차가웠다를 반복했던 그 시절이란 생각으로
잘 덮어주었으면.
이사를 한 지 한 달을 훌쩍 넘겼다.
정리하지 못한 짐이 반이나 되지만,
그래도 이사를 했다.
어떤 이사는 평생 하지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