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Feb 26. 2021

[책리뷰] 결국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월요병도 산재처리 해주세요>, 안정현(마음달) 지음, 21세기북스

가만히 숨만 쉬어도 돈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일은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이 좋아 죽겠어서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위해 하지 않을까? 먹고살려면 일을 해야 하니까. 그리고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회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다. 일도 쉽지 않은데 관계는 더 어렵다. 이상적인 기대와 초라한 현실 사이에서 우리는 계속 마음 아파하며 지쳐간다.  이 책은 그런 직장인들이 겪는 아픈 마음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준다. 


"괜찮아. 다들 그래. 그럴 땐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가장 중요한 건 네 마음이니까."라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회사'다. 그러니 취직을 하는 루트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막상 취직을 하고 나면 우리 마음을 갉아먹는 여러 문제가 생겨난다. 회사, 소위 조직은 혼자 일하는 시스템이 아니니 사람과 사람이 부대낄 수밖에 없고 그 사이에서 여러 갈등을 겪는다. 일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회사에 들어가면 다 가르쳐주는 줄 알았는데 '여기가 학교인 줄 알아?' 소리나 듣고. 처음엔 내가 몰라서 그러려니 하지만, 갈수록 회의가 드는 일들이 생겨난다. 연차가 쌓일수록 감당해야 하는 일들의 무게가 늘어나고 어깨가 무거워질수록 어째서인지 마음은 답답하고 몸은 무거워져 가고 머리는 멍해진다. 


"일하기 싫다."

"출근하기 싫다."

"부장 보기 싫다."

"거래처 전화하기 싫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오만 가지 '싫은' 것들이 생겨나면서 "때려치우고 만다!"는 다짐이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한다. 하지만 또 돈은 벌어야 하니 그 다짐은 종이에 옮겨지지 못한 채 늘 마음에만 자리한다. 


나도 그랬다. 졸업은 다가오고 취직은 해야겠으니 적성이고 뭐고 닥치는 대로 공고가 뜨면 원서를 넣었다. 운 좋게 한 외국계 회사에 취직이 되었지만, 내면의 갈등이 계속되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니 다른 의미를 찾게 됐다. 내가 일을 왜 하는 건지, 먹고살기 위해서라면 다른 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근데 내가 원하는 건 뭘까, 일단 지금 여기서 계속 일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당장 그만두면 무슨 일로 생활비를 충당하지? 가도 가도 닿을 수 없는 지평선을 향해 걸어가는 기분으로 지내다가 더는 싫어, 일단 관두고 보자 싶어서 휙 그만두고 나왔다.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랬다. 


그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조금은 더 잘 퇴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병도 산재처리 해주세요: 만년 퇴사 준비생을 위한 일주일 심리 상담소>

책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는 어, 산재처리 불가능하겠는데? 했지만.)

목차를 보고 오호라 싶었다. 우리가 겪는 갈등과 고민들을 요일별로 재치 있게 묶어두었달까?


Part 1 [월요일] 

이번 주는 또 어떻게 견디지?: 월화수목금금금, 반복을 견디는 힘

Part 2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거, 나만 그래요?: 번아웃과 리셋 사이에서

Part 3 [수요일]

서른이 넘어도 여전히 방황 중: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

Part 4 [목요일]
즐겁게 일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내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

Part 5 [금요일]
나는 누구이고 내 재능은 무엇일까요?: 이직, 퇴사… 끝나지 않는 진로 고민

Part 6 [토요일]
한 번 더 달릴 준비를 합니다: 번아웃과 무기력에 시달리는 나를 달래주기


매 이야기마다 요렇게 사진처럼 사례가 소개된다. 보편적인 사례들을 다루고 있어서 이거 내 얘기 아니야? 하고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어려운 심리학 용어가 난무하지 않고 드라마나 심리 실험 같은 비유를 들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술술 익히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마지막 prescription. 구성이 참 센스 있다.



읽으면서 와 닿았던 부분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자면.


지치고 힘들 때 자신만의 루틴을 설정해라. 타인이 나를 침범하지 않는 고유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이야기다. 무슨 일을 하든 비슷하겠지만, 9-6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일에서 벗어나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다못해 삼십 분이라도 정말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면 삶을 보다 주체적으로 꾸려나가는 원동력이 될 거라 생각이 들었다. 


또,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겠다는 이에게 노크부터 하라는 조언도 와 닿았다. 두드리지 않으면 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내 목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적다는 것. 두드려보고 안 되면 다시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포기하면 된다는 것. 

어쨌든 시도해봐야 길이 있을지 없을지, 있다면 내게 열릴지 아닐지를 알 수 있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다. 간혹 내게도 번역이며 취재며 그쪽 일을 어떻게 시작했느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아카데미도 다니면서 배우고, 무작정 이력서도 넣어 보고 그러면서 열리는 길을 찾아다녔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해도 될까를 걱정하기보다는 일단 하고 걱정하라는 말을 해주곤 했다. 왜, 흔하지만 이런 말도 있잖은가.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저자도 같은 맥락에서 원데이 수업을 들어본다든지 하면서 두드려보라 조언한다. 백 번 천 번 맞는 얘기라 생각했다.


부분 부분 좋은 이야기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의 핵심 하나를 꼽아보라면 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삶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 이 부분에서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불가능할 것 같아도 꿈꾸는 삶에는 지금 결핍된 것들이 들어 있으므로 원하는 욕구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작업이 바로 나 자신을 찾아가는 첫걸음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이렇게 처방을 내린다. 


지금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결국,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내 마음이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에 늘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내가 지금 왜 이런 상태인지, 왜 아픈지, 왜 답답한지, 왜 짜증이 나는지를 깨달으면 해결 방법도 보인다. 진짜 해결이든 무시든, 회피든 무엇이든 간에. 마음 상태를 인지하기만 해도, 반은 해결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책을 다 읽고, 어른으로 살아가는 일의 고된 면면을 세심하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회의가 좀 들었다. 근데 그건 지금 일을 대하는 내 마음 상태가 조금 달라서일 수도 있고, 직장인이 아니어서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쭉 읽어 나가면서 직장 다닐 때의 나를 다시 떠올려보았다. 그랬더니 공감되는 부분들도 많아졌다. 그때 나도 그렇게 해볼걸 하는 생각들. 그래서 무작정 사표부터 던진 그때가 초큼, 후회가 됐다. >_<;; 

무엇보다 당장 지쳐 있는 직장인에게 부담스럽지 않을 선까지만 딱 이야기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구체적이지만 너무 과하지 않고, 막연한 이야기 같지만 곱씹다 보면 알 것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아 괴로운 인생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또 실행해나갈 수 있게 응원해주는 책 같다. 





*출판사에서 책만 제공받아 객관적으로 읽고 쓴 리뷰입니다 :) 



작가의 이전글 [책리뷰] 지속 가능한 비혼 여성의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