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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JELLY May 26. 2022

붙잡을 수 있었고, 붙잡힐 수 있었던(영화:먼훗날우리)


 남자주인공 젠칭이 미처 못 본 사이, 여자주인공 샤오샤오는 젠칭을 떠납니다. 준비도 없이 이별을 맞은 젠칭은 죽을 힘을 다해 그녀를 쫓아갑니다. 지하철 문을 사이에 두고 겨우 마주한 둘. 아직 지하철 문은 닫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쳐다만 볼 뿐 끝내 용기내지 않습니다. 그렇게 둘은 헤어집니다. 

 젠칭은 샤오샤오를 붙잡을 수 있었고, 샤오샤오는 붙잡힐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죠. 샤오샤오가 먼저 떠나왔지만 붙잡아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거고, 젠칭 역시 붙잡고 싶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용기내지 않은 둘 다 저는 이해가 되네요.



 살기 위해서는 신체의 일부분을 떼어버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저와 그 사람은 참 좋아했으나, 사실은 그러한 관계였습니다. 3년이 넘는 시간동안 관계를 이어가며 그 사실을 천천히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소소한 취향도 잘 맞았고, 긴 장거리연애도 잘 버텨냈으며, 오히려 자주 못만났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애틋했습니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사실과 가치관이 잘 맞느냐는 굉장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우리의 소소한 부분들은 잘 맞았지만, 정작 가치관이 너무나 달랐습니다. 마치 잔가지들은 비슷한데 뿌리 자체가 너무 다른 것 같이요. 제가 저답게, 저의 가치관대로 살기 위해서는 제 일부였던 그사람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가 그답게, 그의 가치관대로 살기 위해서는 그의 일부였던 저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저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별을 고하는 그 순간에도 저는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대로라면 내가 사랑하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그사람 모두 다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별을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다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더 이어갈 수 없는 관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젠칭과 샤오샤오의 이별처럼 우리의 이별도 갑작스러웠습니다.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 저는 그날 예매해두었던 기차를 놓치게 되었고, 기차 시간을 미루고 나니 딱 1시간이 남았습니다. 저는 이별할 용기가 없어 1년간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생긴 1시간이 마치 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별할 시간을 준 것처럼요. 지금 이별하지 않으면 또 우리 둘은 평행선을 달리며 시간낭비만 하게 될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습니다. 카운트다운이 매겨진 그 1시간이 저를 부추겼습니다.

 젠칭과 샤오샤오에게 다시 만날 기회가 여러번 있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분명히 재회의 기회는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를 악물고 참았으며, 아마 그도 그러했을 겁니다. 이 이별이 우리 둘 모두에게 약이 될거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죠.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샤오샤오와 같은 바람도 품었습니다.


네가 그때 용기내서 지하철에 올라탔더라면
난 평생 너와 함께했을거야.”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때의 어린 제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이 절 붙잡지  않은 것도 참 다행이구요. 둘이 계속 함께였더라면 분명히 서로에게 엄청난 상처를 남기고 결국엔 헤어졌을테니까요. 샤오샤오도 저와 같은 생각이더라구요.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 사람은 저에게 영화 속 젠칭이 샤오샤오에게 하는 말과 똑같은 두 가지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미안해


미래를 불안해하던 내가 뭘 해도
응원해주던 것이 잊혀지지 않아.”


 젠칭은 게임개발자로 성공하고 난 후 TV쇼에 나와, 미래를 불안해하는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이가 있었다고 고백하고,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영화의 스토리와 우리의 스토리는 다르지만, 청춘이 이별하는 모습은 다 비슷한가봅니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싶습니다. 미안해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만약 우리가 …………라면?” 같은 생각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한껏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품고 살지 않아도 되는 것 하나만으로도 인생은 가볍고 산뜻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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