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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Feb 26. 2023

문과생(Door and Life)

힘들게 문을 열었는데 또 다른 문이 나왔다.


1. 문(門; Door)


# 1. 문 안에 문 (A Door inside the door)


내가 그토록 열고 싶었던 문


인생에는 매우 많은 문(門)들이 존재합니다.


Door_1. 들어가기만 하면 다 될 것 같던, 대학의 문
Door_2. 유독 나에게만은 좁고 높은, 취업의 문
Door_3. 진정 열었어야 했는가, 결혼의 문
... 출산, 육아, 내 집마련 등


위에서 언급한 문 들 중에서 "취업의 문" 하나만 보더라도 수없이 많은 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류→인적성 고사→전공면접→ 인성면접 의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취업의 문 안의 첫 번째 문인 "서류통과"의 문 역시 여러 개의 작은 문들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인턴의 문, 자격증의 문, 포트폴리오의 문, 자소서의 문...


방탈출 카페에 가보셨나요? 방탈출 카페는 학생들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중에 하나인데요. 밀폐된 방안에 들어가서 수수께끼나 암호 같은 퀴즈를 풀 때마다 문이나 자물쇠를 열어가며 그 방에서 탈출하는 게임입니다.

방탈출 카페에 가면 하나의 문(또는 자물쇠)을 열었더라도, 또 다른 문(자물쇠)이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취업 하나만 예를 들어 보았지만, 방탈출 카페도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의 문을 열면, 어김없이 또 다른 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내 눈앞의 이 문이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합니다. 

나는 외부에 서 있고, 열쇠로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기를 원합니다.


문을 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탈출일까요? 아니면 성공일까요?



# 2. 안과 밖, 그리고 밖과 안 (Inside Out, Outside In)


조선시대의 불교경전 <불설예수시왕생칠경> 에 따르면, 죽은 지 7일마다 7개의 문을 통과하며 재판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7 x 7 = 49재 제사를 지내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삶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참 문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문을 통과합니다. 힘들게 힘들게 말이죠.

문을 통과할 때 대게는 이렇습니다.

(외부)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문을 여는 방법을 알아냅니다. 열쇠를 만듭니다.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내부)

그리고 들어가서 그것이 내부라고 느낄 틈도 없이 다른 문을 찾아 나섭니다.(내부→외부)

또다시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내부)


내 마음의 나침반이 다른 곳을 가리키는 순간,
내부는 외부가 된다

위에서 다른 문을 찾아 나서는 그 순간, 바로 내부는 외부가 됩니다. 왜냐하면 내가 열고 싶은 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순식간에 내부를 외부로 만들어버린 것이죠.


결국 내 마음이 향하는 곳, 그곳이 내부입니다.

어딘가 들어가고 싶은 곳이 생기는 순간, 방금 전까지 내부였던 그곳은 이제 외부가 됩니다.


아니, 처음부터 내부와 외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내부와 외부가 없었던 뫼비우스의 띠처럼 말이죠. 내가, 나의 생각이 안과 밖을 나눠서 생각했을 뿐입니다. 이제 하나의 문을 열었으니 다른 문을 찾아 나섭니다. 아니 다른 문이 나타났습니다.


문이 나타난 것일까요? 

내가 문을 만들어 낸 것일까요?





2. 생(生; Life)


# 3. 만나는 문마다 열쇠가 다르다.


어찌 됐든 내 앞에 문이 나왔으니, 이제 그 문을 열어 볼 차례입니다.

모든 문에는 저마다 여는 방법이 다릅니다. 

열쇠에서부터 요즘은 페이스 아이디, 지문인식까지 KEY가 필요합니다.


취업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학점, 자소서, 인턴경험, 봉사활동 등을 쌓아가야 합니다.

승진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의사소통 능력, 실행력, 친화력, 통찰력, 순발력 등 또 다른 능력이 필요합니다.

유튜브 채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획력, 재치, 유머, 영상편집능력, 촬영기법, 섭외력, 소스검색력 까지..


인생의 문을 여는 다양한 요소들을 맞추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 능력들에는 연습하면 되는 것들과 사람에 따라 날 때부터 타고난 성향이나 재능에 좌우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어릴 적 농구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키가 190cm까지 클 수가 없었던 것처럼 말이죠.


타고난 성향과 기질을 조금만 갈고닦으면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것이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그 환경은 바로 "시간"과 "장소"를 의미합니다.


환경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본인을 환경에 맞출 것인가?

문을 여는 방법에는 두 군데에 해답이 있습니다.

하나는 열쇠, 다른 하나는 자물쇠입니다.


열쇠 = 나
자물쇠 = 외부환경


여기서 열쇠는 나를 의미하고, 자물쇠는 내가 아닌 외부환경을 말합니다.

나와 내가 아닌 다른 환경들 예를 들면, 나와 문, 나와 다른 사람, 나와 가족, 나와 직장, 나와 세상이 됩니다.


문을 여는 방법은 둘 다를 이해하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어요. 첫 번째는 내가 가진 열쇠의 높낮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거예요. 내가 어떻게 생긴 열쇠인지를 모르면서, 아무 문에다가 쑤셔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들이 문을 열었다고 그 문에 가서 내가 가진 키로 넣는다고 열리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안되면 '난 역시 안되나 보다.' 내 능력을 탓해요. 그건 애초부터 내가 열 수 있는 문이 아니었는지도 몰라요. 


이제는 자물쇠, 환경을 알아봅니다. 그런데 이 환경이라는 게 참 웃깁니다. 시간과 장소라는 변수가 있어요. 오늘 맞았던 답도 내일은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수능성적으로 대학교 학과를 선택해요. 10년 전에는 전기/화학/기계(전화기)가 취업이 잘된다고 해서 선택했는데 이제는 데이터 인공지능이라고 해요. 그전에는 원자력이 각광받다가 원자력을 폐지했다가 시대와 상황이 내가 가진 열쇠와 만나게 되는 때가 나타납니다.

문제는 환경이라는 자물쇠가 계속 변하는 데 있다.


문제는 환경이라는 자물쇠가

시간과 장소에 따라 계속 변하는 데 있습니다.



# 우리가 가진 열쇠가 한쌍인 문을 만날 때


아바타 2:물의 길에서 주인공 "제이크 설리" 가족은 바다 부족으로 피난을 떠나게 되는데요. 설리 가족은 바다부족에게 잠수법과 바다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물칼퀴가 달린 꼬리도 수영에 적합한 넓은 팔뚝도 없었습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요소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내가 물속에서 호흡이 편안한가?

둘째, 생존할 만큼 수영을 잘하는가?입니다.


첫 번째로 제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호흡이 불편하면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거예요. 수영을 잘하는데 물 공포증이 있다면 괴로움의 바다에서 수영할  필요는 없습니다.


바다표범은 가장 빠른 북극곰 보다 빠르고, 
가장 느린 펭귄보다 빨라야 한다.

두 번째는 생존에 대한 문제예요. 내가 수영을 좋아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바다에서 생존하는 것은 다른 문제죠. 바다표범은 가장 빠른 북극곰보다는 빠르고, 가장 느린 펭귄보다는 빨라야 살 수 있어요.

그래야 천적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먹이를 사냥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설리 가족은 결국 그들 다운 선택을 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맞는 선택이 있는 것처럼



# 5. 인생에는 마스터 키가 없다.


이쯤 되면 안면인식(Face ID)과 지문인식(Fingerprint Recognition)을 강력히 원하겠죠?

무엇이든지 열어줄 수 있는 키는 마스터 키라고 합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나의 지문으로 아파트 현관문도 열고, 자동차 문도 열고, 여행 트렁크의 자물쇠도 열 수 있는 날이 올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는 목적에 맞는 열쇠를 하나하나 갈아야 합니다. 만일 마스터 키가 있다면 모두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고, 원하는 회사에 취직하고, 원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그런 혼돈이 오게 될 것입니다.


높은 산도 만들고, 낮은 산도 만들고, 열심히 갈고닦은 열쇠를 문에 꽂아 보아도 열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 열쇠를 더 갈고닦을 것인지, 그 문은 열지 않고 다른 문으로 갈 것인지 결정해야만 합니다.

오래도록 열려고 노력했다고 반드시 열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열지 못했다고 해서 화가 날 수는 있지만 꼭 그 문을 열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그것이 문이 아니었음에 안과 밖이 다르지 않음에 지혜가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허리춤에 찬 열쇠더미를 열심히 갈아냅니다. 

언젠가는 필요하다면서, 너무 열심히어서 쇠가 다 달아버린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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