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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Mar 02. 2021

4차 산업혁명기술은 어디까지 왔는가?

'인당 생산성'? 인간은 생산성 측정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얼마나 버는데?


이 질문은 자본주의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개인 간, 회사 내, 국가에서 돈으로 표현되는 매출, 이익, 원가는 인간을 돈으로 여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 우리는 인간의 생산성을 측정하는 인당 생산성 지표까지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생산성 지표 방식이 4차 산업혁명에 맞을까? 이러한 지표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바라보는 것은 땅 위에 서있는 우리의 눈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올려다보는 시각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3D 프린팅 기술을 통한 건축물을 예를 들어보자. 독일 남부 발렌 하우젠에서 건물을 짓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고압의 시멘트를 분사하여 3층 아파트를 짓고 있다. 1제곱미터 면적의 벽체를 쌓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5분. 골조와 마감까지 단 6주 만에 건물이 완성된다. 파격적인 사실은 건물은 파일럿 연구과제가 아니라 실제 사람이 살 건물이라는 것이다. 기존에는 3D 프린터의 실험적 형태를 했었지만, 이제는 현실이 다가왔다.

독일에서 3D프린팅 기술로 공사중인 임대주택 시공장면


기존 방식으로 시멘트 종류에 따라 최소 3일(조강형)~최대 12일 (고로슬래그형, 겨울)의 양생기간이 필요하다. 또한 계절과 날씨 등 환경요인, 근로자의 안전, 품질 편차 등 다양한 변수가 있다. 기존의 건설현장에서는 먹매김, 형틀작업, 철근배근, 타설, 양생의 단계를 거쳐 하절기 1층에 6~8일 소요된다. 한 달에 3층이 완료되는 셈이다.


[인간의 존엄성]

  기계는 밤낮이 필요 없다. 사람은 쉬어야 하지만 3D 프린팅 기계는 입력된 설계에 따라 밤새도록 시공이 가능하다. 인간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2018년 971명, 2019년 855명으로 매년 건설현장에서 사망하는 천명에 가깝다. 우리나라 건설현장만이 계산한 숫자를 세계 120여 개국에서의 산업재해로 늘려보자. 세계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람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인류를 위한 축복이 아닌가? 인간의 존엄성 역시 값어치로 환산할 수는 없다.



[시·공간의 초월]

  타설 시간이 줄어드는 것보다 주목해야 할 요소가 있다. 바로 환경적 요인이다. 지난해 두바이에서는 현재까지 최대 규모인 연면적 640제곱미터 높이 9.5미터(2층)의 오피스 건물이 완공되었다. 저자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무더위 현장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살인적인 더위로 근로시간도 제한되며, 근로자들에게 큰 위험이 따른다. 이처럼 극지방이나 적도 지방에 적합한 설계된 건물이 제약 없이 만들어질 수 있다. 심지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달 표면에 그곳의 흙과 같은 성분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3D 프린팅이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달표면 탐사기지 건설


[예술적 가치]

  마지막으로 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건설 3D 프린팅은 기존 거푸집과는 달리 곡선 구현이 가능하다. 창조적인 건물, 예술적인 표현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에서 보던 곡선 형태의 건물들이 빠르게 현실화될 것이다.

3D 프린팅 기술로 2030년 완성될 두바이 업무시설


여기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생산성 측정방식과 관련 법, 제도, 프로세스의 정비가 있다. 기존과는 다른 공사시간, 공사 주체, 재료가 다르다. 콘크리트는 모래와 골재, 시멘트가 각각 생산되어 공장에서 혼합된다. 이러한 레미콘은 일정 시간 내에 건설현장으로 레미콘 기사들에 의해 운송된다. 이후 타설을 하게 되고, 또 양생을 거쳐 강도를 비롯한 법적 품질시험이 이뤄진다. 3D 프린팅 기술은 이 모든 과정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재료가 다르고 생산방식이 다르고, 시공주체가 다르다.

 

지금까지의 생산 프로세스와는 전혀 다르다.

이를 뒷받침할 법과 산업 플랫폼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기존에 생산성을 따지던, 매출, 영업이익, 인당 생산성의 개념을 확장한다. 북극에 무인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고, 달나라에 우주기지를 건설할 수 있다. 값을 매길 수 없는 예술적인 건축물이 생긴다. 또 고 위험의 건설현장에서 인간은 더 이상 안전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매출, 영업이익, 인당 생산성, 생산기간, 품질 불량률로 측정하던 생산지표는 이제 인간의 존엄성, 불가능 영역에 대한 도전, 예술적 가치 형태로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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